서이초 교사 49재…전국 추모 물결 "억울한 죽음 막아야"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3-09-04 20:26:19

"더이상 죽이지 마라" 1만5천 교사 국회 앞 집회
진상규명·교원보호 요구…'공교육 정상화 시작' 선포
서이초에 검은옷·하얀국화 추모행렬…추모제 엄수
尹 "교사들 목소리 깊이 새겨야…교권확립 만전"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의 49재인 4일 전국 곳곳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한 교사들은 연가·병가 등을 쓰며 추모 행사를 함께했다. 

서울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집회 주최 측인 '한마음으로 함께하는 모두'라는 이름의 교사 모임은 이날 행사에 교사와 시민 2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서이초 교사의 부모 등 유가족도 참석했다. 휴일인 지난 2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추모 집회엔 주최 측 추산 20만 명이 모였다.

▲ 4일 오후 국회 앞에서 교사 1만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서이초 사망교사 49재 추모 집회'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비슷한 시간 전남도청 앞, 대구시교육청·경북도교육청 앞 등에서도 추모 집회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지역별 집회에 3만 명 이상이 모였다고 했다.

정부의 집단행동 자제 촉구에도 이날 오후 4시30분 국회 앞에는 교사 약 1만5000명(주최 측 추산)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 고인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이제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우리가 바꾸겠습니다' 등 구호를 내걸고 △교사 사망 진상규명 △교원보호 합의안 의결 △안전하고 존중받는 교육환경 조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더 이상 교사를 죽이지 말라. 이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하루빨리 규명할 것을 촉구한다"며 "법이 바뀌지 않으면 학교가 바뀌지 않고 학교가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사를 보호할 책임을 다하지 않고 집회 참석 교사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교육부를 강력 성토했다. 교사들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교사들을 범법자 취급하는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뭘 가르치고 싶은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언급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직권남용으로 처벌하라"는 구호를 수차 외치기도 했다.

교사들은 "교사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평화적인 행동을 불법으로 규정, '엄정 대처' '징계' 운운하며 탄압하려 했다"며 "교육부는 징계 협박을 당장 철회하고 본분에 맞게 교사들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교사의 이름으로 오늘을 공교육 정상화 시작의 날로 선포한다"고 했다.

집회에서는 숨진 서이초 교사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주최 측이 대독했다. 유족은 편지에서 "네 빈자리를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지만 그럼에도 진실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며 "그것만이 전국의 선생님들이 너에게 보내준 추모 화환에 보답하는 길이고 교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희망의 불씨이자 작은 위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교사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전국 초등학교 37개교가 임시휴업에 돌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초등학교 수(6286개)의 0.59%에 해당하는 수치다.

추모 집회에 앞서 서이초 강당에선 오후 3시 검은 옷과 마스크를 갖춘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가 엄수됐다. 

▲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49재인 4일 오후 한 학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교를 찾아 메모지를 붙이며 추모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추모제에는 이 부총리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등도 참석했다. 이 부총리는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매주 토요일마다 선생님들께서 외치신 간절한 호소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연가를 낸 교사를 징계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오늘은 추모의 날이다. 오늘 이 상황에 대한 분석을 교육부가 하고 있을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 부총리를 향해 일부 교사는 "고인 모독한 것 사과하십시오", "왜 추모하는데 저희가 징계를 받습니까"라고 외쳤다. 발인이 시작되자 일부 추모객은 항의 표시로 의자를 뒤로 돌려 이 부총리를 등지기도 했다. 이 부총리와 조 교육감 등은 추모제를 마친 뒤 고인이 근무한 1학년6반에 들러 묵념한 뒤 교실을 빠져나왔다.

이날 임시 휴업한 서이초에는 오전 8시쯤부터 검은 옷을 입고 하얀 국화를 든 시민과 교사, 어린 학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교사의 생전 모습과 애도하는 시민과 학생, 교사들의 집회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을 보던 참석자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서이초 동료 교사와 대학 후배가 편지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교권 확립과 교육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라"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주말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여야는 교사들이 연가 사용 등을 통한 '집단행동'을 예고한 데 대해 온도차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교육 일정 차질을 우려하면서도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교육부에 '자제'를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를 맹비난하며 교사들에게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여야는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치부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교권회복 4법' 추진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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