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기회의 땅' 중동, 한국경제 돌파구 되나

UPI뉴스

| 2023-09-01 11:23:40

기후·에너지 위기···'중동저탄소 미래와 韓경제' 국제기구·언론집중조명
중동,亞경제접점 확대···韓이 주요파트너, 韓경쟁력·중동자원 결합 기대
디지털대전환·미래산업전략·문화콘텐츠 등 産學政융합···韓경제 돌파구

美워싱턴 D.C.에서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연례회의의 금년 상반기 핵심 의제에 색다르면서도 역설적인 주제가 포함되었다. 

'중동지역의 저탄소 미래와 디지털 전환'으로, 종전 회의에서 볼 수 없었던 주제여서 눈길을 끌었을 뿐 아니라 IMF의 변신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으로도 비쳤다. 이전 회의들은 1944년 창설 이후 IMF의 오랜 주특기인 전형적 거시경제정책을 주로 다뤘다. 

해당 주제는 중동이 광대한 석유자원을 보유한 에너지 패권국이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플레이어이자 기후위기 대응 및 저탄소 미래를 위해 긴요한 탈석유 전략의 핵심 주체라는 상충적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역설적 함의를 내포하는 주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최근 국제기구 논의가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시사점을 준 가운데 8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회의 땅 중동, 한국경제 돌파구 되나'라는 주제의 시의성 높은 포럼이 눈길을 끈다. AP, 로이터, AFP와 더불어 세계 4대 통신사이며 AP와 더불어 미국 양대 통신사인 UPI의 한국 매체인 UPI뉴스 창간 5주년을 기념하는 경제포럼이었다. 

IMF 회의가 세계경제 대전환기 흐름 관점에서 보편적 논의를 제기했다면 금번 경제포럼은 한걸음 더 나아가 글로벌 패러다임과 함께 한국경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 모색이라는 관점에서 실천적 이슈에 논의의 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공공보건 및 지정학적 위기로 초래된 공급망·에너지 위기는 중동이 최근 국제정치경제적 파워를 갖게 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 시장 안정을 위해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이 중동과의 협력 관계 강화에 나서는 가운데 중동도 스스로 지속가능한 미래성장을 위해 석유 의존도를 줄여나가기 위한 중기전략의 시동을 본격 전개하는 국면에 와있다. 

즉 양측의 이해관계가 부합하는 접점이 강화,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에도 미국과 중동은 안보 및 경제 면에서 상호 협력 관계에 있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모든 군사작전에 합류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미국의 군사 하드웨어 구매에 적극적인 지출을 해왔고 미국의 각종 자산에도 많은 투자를 해왔다. UAE의 아부다비 투자 펀드는 투자자금의 40% 이상을 미국 시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6500억 달러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은 운송네트워크회사 우버, 전기차회사 루시드 등을 포함한 유수 미국 기업들에 투자되고 있다.

중동은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과도 경제적 연결 접점을 넓혀 나가고 있다. 미국의 셰일 오일이 등장한 이후 지난 15년간 중동으로부터의 미국 원유 수입은 감소해 왔고 반면 인도와 일본이 중요한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중동과 아시아의 경제협력 관계는 원유 거래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인공지능, 에너지, 생명과학 등을 포함한 신기술 첨단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중동의 석유 의존적 경제구조를 다원화하고 향후 10년, 20년 뻗어 나갈 수 있는 자체 성장 역량을 확충해 나가기 위한 발전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국제 역학과 흐름 전개 속에서 중동-한국 간에 최근 대규모로 이루어진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은 중동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제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에 토대를 두고 탈석유전략을 본격 추진함에 있어 한국이 주요 파트너의 하나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반영하여 투자 MOU는 탄소중립 신에너지, 디지털, 바이오, 스마트시티 등 첨단 산업 및 프로젝트에 집중되고 동 MOU의 성공에는 기술 초(超)격차 확보가 관건이다. 

이는 연구개발(R&D) 집약적인 한국의 기업, 과학계 등과의 파트너십 촉진 유인이 된다고 하겠다. 한국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은 물론 인공지능, 차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 등 첨단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무대에서 각광받는 K-컬처 등 문화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산업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이 지닌 최고 수준의 경쟁력과 중동의 풍부한 자원을 결합하는 것은 높은 경제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필요조건의 하나가 된다. 

한편 비교법제사 면에서 중동의 계약법, 민법을 비롯한 주요 거래법의 원리와 시스템이 로마법의 전통을 면면히 계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동간 비즈니스와 투자 활성화의 법제도적 접점도 형성되어 있어 고무적이다.

한국이 중동 투자와 경제협력에서 강점을 발휘할 분야는 많다. 당면한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탄소 포집, 저장, 전환, 활용(carbon capture, storage, conversion, and utilization)과 수소대량생산 등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수소자동차와 자율주행 및 도심 항공 등 스마트 모빌리티 프로젝트, 차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미래도시 인프라 프로젝트, 해수담수화 등 물 시스템 개발과 연계한 스마트농업 프로젝트, K-컬처 확산과 벤치마킹 및 문화 콘텐츠 교류 프로젝트 등을 망라한다. 

여기에는 산업계의 노력과 과학계의 연구, 이를 지원·촉진하는 정부와 입법부의 역할이 긴요하다. 산학정(産學政)의 융합을 도모해야 한다. 디지털 대전환, 미래산업전략, 문화 콘텐츠, 법제도 등 부문에서 한국이 지닌 선진적 강점을 중동의 지속가능한 저탄소 미래 건설에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이니셔티브가 요청된다. 

세계경제의 복합위기 속에서도 투자와 협력의 파트너십 기회는 부단히 탐색 가능하며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반세기 만에 다가온 최대의 기회이자 문명사적 대전환기의 기회를 말해주고 있는 '기회의 땅' 중동에서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만드는 지혜와 역량을 발휘할 때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