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비상선언'까지 했는데…꺼낼 카드가 마땅찮다
유충현
babybug@kpinews.kr | 2023-08-31 17:16:15
원가상승에 건설사 수익성 악화…"신규수주보다 위험관리"
정부, 공급확대 대책으로 PF 만기연장 검토…시장선 "글쎄"
주택 시장 '공급절벽' 위기감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 건설 원가가 오르고 자금조달 환경은 나빠진 탓에 건설사들이 새집을 짓지 않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몇 년 후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 '공급절벽'을 야기할 수 있다.
화들짝 놀란 정부가 '비상 선언'까지 하고 나섰지만 대내외 환경이 나빠 뾰족한 카드는 내놓지 못하고 실정이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20만7278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도 10만2299가구로 54.1% 줄었다.
일반적으로 주택은 착공 이후 2∼3년 뒤, 인허가 3∼5년 뒤 공급(입주)된다. 당장은 주택이 부족하지 않겠지만 몇 년 뒤에 급격한 공급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인허가보다 착공 실적의 감소폭이 더 크다.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에 소극적인 가운데, 그나마 인허가를 받은 경우에도 공사를 미루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주택시장이 다소 회복세긴 하나 여전히 고점 대비로는 집값이 꽤 떨어진데다 건설원가는 폭등해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
8월 기준 시멘트 평균 가격은 톤당 11만 6600원으로 1년 전보다 8.2%, 2년 전보다 31.7% 각각 올랐다. 고장력 철근 가격도 지난 2021년 1월 톤당 66만 5000원이었지만, 현재는 톤당 90만 원을 넘어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날 "인건비도 폭등해 비용 부담이 크다"며 "반면 분양가는 충분히 올려받기 힘든 데다 미분양도 우려돼 다들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설사들의 자금사정이 안 좋다는 점도 주택 공급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종합건설기업 306곳이 폐업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몸을 사린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신규 수주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시기"라며 "현금흐름을 확보하면서 재무적인 위험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날 '주택공급 혁신위원회'에서 "초기 비상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택공급혁신위가 9개월 만에 긴급소집됐고 장관의 입에서 '비상'이라는 경고음이 나왔다는 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원 장관은 "서민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이 꾸준히 공급된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부동산 정상화와 주거안정이 가능하다"며 공급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이 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긴축 기조를 유지 중이라 금리도 높다. 국내에서도 아직 부동산시장에 충분한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하반기에 '역전세 난'이 재발, 집값이 하락 전환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이처럼 대내외 환경이 나쁘다보니 정부가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다. 정부는 일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금 조달을 지원해 민간 공급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당장 돌아올 PF 상환 부담을 낮춰주면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인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 여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과 같은 비(非)아파트 공급 촉진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원 장관은 "정형화된 아파트에만 정책 중점을 두지 않고 비아파트에 대한 주택 정책과 미분양 해소 방안·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공급 확대라기보다는 건설사들이 버틸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다는 인상이 강하다"라며 "하반기에 PF가 큰 리스크로 회자되고 정부도 직접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사실상 없으니 시장 충격을 줄이는 방식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PF 만기연장은 죽지 않게 해 주는 것이지 그것과 공급확대는 다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가격은 하락하는데, 비용은 오르니 건설사들이 돈 안 되는 사업을 회피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결국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공공부문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주택 공급을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오피스텔 미분양 해소 대책에 대해 "답답한 이야기"라며 "오피스텔은 아파트 시장이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붐업이 되는 시장"이라고 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조성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3기 신도시'가 지금은 좀 더뎌진 느낌이 있다"며 "기왕 정부가 발표한 일이고 추진하기로 한 것이니 속도를 내면 주택 공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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