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경련 복귀 조건부 승인…준감위 "정경유착 생기면 탈퇴"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3-08-18 11:43:59

삼성 5개 계열사, 21일 임시 이사회서 전경련 재가입 논의
삼성 이어 SK·현대차·LG 4대그룹, 전경련 복귀 논의 속도
준감위 "한경협 정경유착 단절 환골탈태…확신 없어"
朴 국정농단 사건 6년만에 총수들 입장 뒤집는 격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삼성 5개 계열사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복귀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정경유착이 생기면 다시 탈퇴한다는 조건이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는 18일 서울 서초구 위원회 회의실에서 삼성 계열사들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가입 요청에 대해 논의한 결과 "가입 여부는 관계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최종 결정하되 정경유착 행위가 있으면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논의의 대상이 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증권이다.

준감위가 삼성의 전경련 복귀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리면서 삼성 5개 계열사는 오는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전경련 복귀를 논의한다.

삼성에 이어 SK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도 전경련 재가입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18일 오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재가입 논의를 위한 임시회의 직 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 사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준감위가 삼성에 권고한 조건은 △ 정경유착 위반 행위 발생시 즉시 탈퇴와 △ 운영 및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 검토다.

준감위도 현재로서는 전경련의 혁신을 담보하기 어렵고 정경유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준감위는 회의 종료 후 즉시 입장을 발표하고 "위원회로서는 현재 시점에서 전경련의 혁신안은 선언 단계에 있는 것이고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과 확고한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준감위는 이날 논의에 앞서 전경련이 보여줄 혁신의 구체적 내용과 향후 실천 절차, 회계 투명성 등 운영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방안을 추가로 확인했지만 쇄신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찬휘 위원장은 "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 전경련의 새 조직)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단절하고 환골탈태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노력해 온 삼성의 준법경영 의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경유착 행위가 있는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삼성 준감위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을 심판했던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하며 만들어졌다.

2020년 2월 출범한 독립조직으로 외형상으론 삼성의 지시를 받지 않는다. 현재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 6명과 내부 위원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4대 그룹, 입장 번복하며 6년만에 전경련 복귀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단체의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꿀 예정이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하는 내용으로 정관도 개정한다.

4대 그룹이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한경연 회원 자격이 한경협으로 자동 승계되며 전경련 가입도 현실화된다. 삼성으로선 6년 만의 전경련 복귀다.

삼성을 시작으로 SK와 현대차, LG 등이 전경련에 재가입하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당시 총수들이 한 말을 뒤집는 격이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6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개인적으로 저는 앞으로 전경련 활동을 안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재계는 삼성 계열사들이 전경련에 재가입하면 이 회장의 발언이 문제될 수 있어 타당성 확인차 준감위에 자문을 요청한 것으로 본다. 준감위의 판단으로 삼성의 책임을 조금은 비켜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 지난 3월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나자 재계 총수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 행사는 전경련이 주도했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뉴시스]

전경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되며 힘을 잃었다. 4대그룹이 모두 탈퇴했고 단체의 활동도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전경련은 올해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취임한 후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과 미국, 폴란드 순방시 경제인사절단 구성을 주도하는 등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다.

김병준 회장은 과거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모습을 바꾸고 류진 풍산 회장을 39대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한다지만 김 회장 대행의 잔류 가능성은 높다. 

재계는 김 대행이 고문에 오를 가능성이 크고 22일 총회에서 이 문제도 당장 의결할 수 있다고 본다. 김 대행은 지난 5월 "임기가 끝나더라도 개혁이 실행되는지 자문 및 협조하고 필요하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전경련 재가입 명분 없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일찍부터 4대그룹의 전경련 복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에서 "4대 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 어떠한 명분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어 "전경련이 정경유착에 대해 정말 반성하고 쇄신을 하고자 한다면 이번과 같이 구시대적인 세 불리기용 꼼수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4대 그룹들이 다시 전경련에 가입한다면 국민들은 재벌들이 뭉쳐서 과거와 같이 제2의 국정농단 사태이자 정경유착 카르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분노와 멸시의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정무위원들도 지난 9일 성명에서 "제대로 된 혁신도 없이 간판만 바꿔 달고 신 정경유착 시대를 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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