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전환사채 불공정거래 엄단…제도 개선 모색할 것"

김명주

kmj@kpinews.kr | 2023-07-20 16:34:16

국내 전환사채 시장, 콜옵션·리픽싱에 발행 의존
불공정거래 수단 변질…투자자 신뢰 하락 우려
"부작용 막되, 성장기업 자금조달 등 순기능 살려야"

금융위원회가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전환사채란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중소·벤처기업에는 유연한 자금조달 수단이다. 성장성 높은 혁신 기업들은 신용도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방안' 세미나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 2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전환사채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제고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는 전환사채에 붙은 콜옵션, 리픽싱 등의 조건이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환사채 시장에서 코스닥시장 소속기업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과도 관련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환사채 시장에서 코스닥 상장기업 비중은 76% 이상을 차지했다.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의 성격과 동시에 수익성 높은 주식의 성격도 갖고 있어 투자자에겐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여기에 콜옵션과 리픽싱 조건이 붙으면 매력은 더 올라간다. 콜옵션은 미리 정한 가액으로 전환사채 등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리픽싱은 주가 변동 시 전환가액(전환사채→주식간 전환비율)을 조정하는 행위다. 

자본연에 따르면 국내 전환사채 대부분은 콜옵션과 리픽싱을 도입해 발행한다. 문제는 이를 악용해 편법적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부당이득을 얻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필규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콜옵션 행사자를 최대주주 등으로 지정, 콜옵션 전환사채가 최대주주의 지분확대 수단으로 이용되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리픽싱 옵션은 투자자의 입장에선 유리하지만 결국 주식 물량이 늘게 돼 기존 주주들 입장에선 보유지분의 가치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주주들의 시장 불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을 보면 제도 개선으로 시장의 투명성, 공정성을 끌어올려야 할 이유는 더 커진다. 일본은 콜옵션 부여 사례는 드물지만, 전환사채에 리픽싱 조건을 부여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전환사채 시장은 2006년 이후 연간 10건 미만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리픽싱 허용 등으로 전환사채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낮아 침체가 지속된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는 "투자자의 신뢰를 잃은 시장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꼬집었다.

전환사채가 대부분 사모로 발행돼 투명성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주식연계채권의 대부분은 사모 방식으로 발행되고 있는데, 주식연계채권은 전환사채 비중이 높다. 자본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발행된 주식관련사채 214건 중 209건이 사모로 발행됐다. 

사모 전환사채의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어, 발행 결정이 이뤄진 후 납입기일 하루 전 또는 당일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공시된다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콜옵션 등 기업의 지배구조와 지분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등 개선 방침을 밝혔다.

또 전환사채를 불공정거래에 악용하는 실제 사례에 대해서는 엄중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 등 관계기관의 조사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전환사채 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를 막아야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과도한 규제는 혁신 기업의 자금조달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대호 KB증권 기업금융2본부장은 "부작용을 막는 데만 몰입하다 기업 자금조달에 애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대출이 어려워 전환사채 시장을 찾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활성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도 "규제 필요성은 있으나 적용은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한계기업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금조달 경색이 발생,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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