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골프' 논란 홍준표 "상처입은 국민께 사과"…징계 피할까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3-07-19 15:01:59
비판 여론 확산·친윤계 중징계 기류…낮은 자세 선회
20일 윤리위 징계개시 결정…김기현 "지켜보는 상황"
김병민 "수해골프로 제명된 전례있다"…'홍문종' 소환
홍준표 대구시장이 19일 '폭우 골프' 논란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주말인 지난 15일 집중 호우로 인해 전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골프를 쳐 비난에 휩싸인 지 나흘 만이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주말 일정이고 재난 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일도 없었지만 전국적으로 수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홍 시장은 그간 '정당한 골프'를 주장하며 당 안팎의 비판에 맞서왔다. "그런 일로 기죽지 않는다"며 '당당 모드'로 일관했다. 그랬던 홍 시장이 이날 대국민 사과를 표한 건 부정적 여론의 급속한 확산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징계 여부 논의 결정을 앞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친윤계 중심으로 홍 시장을 중징계해야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의 자세 전환이 징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소통채널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는 "다들 홍 시장을 까려고 눈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맞다. 지금은 추슬러야 할 때"라며 사과를 권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모든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어 이상하다고 생각 했습니다만"이라며 호사다마 처지에 빠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가 자신의 정치생명과 직결된 점을 인식한 것으로 읽힌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우정으로 충고하는데 큰 꿈, 대통령 후보가 되는 길로 가려면 '사려 깊지 못했다'고 사과하고 넘어가는 것이 굉장히 좋다"고 조언했다.
홍 시장은 15일 오전 11시 30분쯤부터 대구 팔공CC에서 측근들과 골프를 치다 1시간여만에 중단했다. 비판론이 제기되자 그는 "주말에 골프를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어디 있느냐",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라고 반박했다. 또 "공무원들에게 비상근무를 지시한 적이 없다"라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그러나 홍 시장이 골프를 친 시간 대구는 공무원 비상근무 제2호가 발령된 상태였다. 비상근무 2호 때는 소속 직원은 연가가 중지되고 전 직원의 20% 이상이 비상 근무하게 돼 있다.
홍 시장은 이날 "지난 15일 오전 대구에는 비가 오지 않았고 당시 대구는 여름철 자연재난 종합대책에 따라 비상 2단계 체제로 행정부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총괄 관리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홍 시장 징계 여부에 대해 "윤리위는 독립돼서 움직이는 기관이고 어떤 누구의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다"며 "윤리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는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윤리위 차원에서 직권으로 징계를 어떻게 할지 다룬단 기사를 봤다"면서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는 전날 알림 자료를 통해 오는 20일 오후 4시30분 회의를 열고 홍 시장의 수해 골프 논란과 관련해 '징계 절차 개시 여부의 건'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징계 절차를 밟는 것으로 결정이 되면 홍 시장의 소명을 들은 후 징계수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권내에선 홍 시장에 대한 중징계를 예상하는 관측이 적잖다. 지난 2006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윤리위는 수해 골프 논란이 제기된 홍문종 전 경기도당위원장을 당에서 제명한 전례가 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홍 시장 징계 수위에 대해 "전적으로 윤리위가 결정할 문제이지만 수해 속 골프를 치다가 '제명'된 전례가 있다"고 '홍문종 사례'를 소환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 당 윤리강령 등을 보면 사행행위, 유흥, 골프 등은 자연재해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엔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당강령을 소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 시장이 먼저 사과한 건 윤리위 심사 과정에 참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내년 총선을 감안해 윤리위가 각종 논란에 강경 대응한 만큼 홍 시장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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