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건드린 '태영호 녹취록' 유출 후폭풍…공천갈등 불붙나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3-05-02 10:16:06
비윤계 반발…유승민 "대통령실, 의원에 공천협박"
김웅 "太, 거짓말이라면 음해 책임지고 사퇴하라"
하태경 "징계에 악영향…징계만으로도 공천 위험"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엎친데 덮친 격이다. 태 최고위원은 잇단 설화로 논란을 일으켜 당 윤리위가 지난 1일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그런데 또 사고가 터졌다. 그가 자신의 보좌진에게 말한 얘기가 MBC를 통해 그대로 보도된 것이다. '태영호 녹취록' 파문이다.
녹취록 내용이 민감해 후폭풍이 거세다. 녹취록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지난 3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좌진들에게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좀 더 강하게 대통령을 방어해 달라고 했다" "최고위원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 문제가 없을 것", "대통령실이 발언을 들여다 보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태 최고위원은 "과장됐다"며 진화를 시도했으나 당 안팎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대통령실에, 그것도 '금기 사항'인 공천 문제로 불똥이 튀었기 때문이다.
친윤·비윤계 내홍도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3·8 전당대회 후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는 내년 총선 공천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태다.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비윤계를 배제하며 공천을 독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태영호 녹취록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다. 유 전 의원 등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이유다. 태 최고위원이 의원직을 사퇴해야한다는 주장과 "징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복 수석은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태영호 녹취록 의혹에 대해 "그런 얘기를 전혀 나눈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공천 문제는 당에서 하는 것이지 여기(대통령실)서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다.
이어 "저한테 의견을 물어서 답을 할 수는 있겠지만, 누구에게 공천을 주고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태 최고위원과 어제 두어 통 통화했는데 (태 최고위원이) '직원들에게 설명을 하다 보니 과장되게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표현하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저는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녹취록에 대해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내부 보좌진 회의 녹취록이 유출돼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 정무수석은 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한일 관계 문제나 공천 문제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녹취에 나온 제 발언은 전당대회가 끝나고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정책 중심의 의정 활동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과장이 섞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은 불법 공천 가능성을 거론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뉴스"라며 "사실이라면, 이 수석이 여당 최고위원인 현역 국회의원에게 용산의 하수인 역할을 하도록 공천으로 협박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1인의 사당으로 전락할 때부터 불법 공천개입 가능성에 대해 저는 누누이 경고해왔다"며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대통령실의 불법 공천개입이 아닌지, 공직선거법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신속, 공정하게 수사할 의무가 있다"고 몰아세웠다.
유 전 의원은 "'돈봉투'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깨끗하고 더 떳떳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들께서 신뢰할 수 있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김웅 의원은 태 최고위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수석은 당무개입, 공천권 개입이라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즉각 경질하고 검찰에 고발하라"고 주장했다.
또 "그것이 아니라 태 최고위원이 전혀 없는 일을 꾸며내 거짓말한 것이라면 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을 음해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태 의원이 입장문을 냈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은 태영호 의원실에서 녹음이 나간 것"이라며 "책임은 본인이 져야 된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안 그래도 지금 (윤리위) 징계심의가 시작됐는데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징계를 받는 것만으로도 공천이 위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녹취록 유출 배경에 태 최고위원에 대한 보좌진의 '배신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민주당을 'JMS 정당'이라고 비난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서둘러 삭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저와 당사자(해당 글을 올린 보좌진)를 당 윤리위에서 심사하도록 요청하겠다"고 징계를 자처했다. 이 문제로 반감이 쌓인 보좌진이 녹취록을 유출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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