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한은총재와 금감원장의 금리 엇박자…구성의 오류이자 범주의 오류

UPI뉴스

| 2023-04-17 11:20:04

금감원장 주도 상생금융, 정책금리 인상기에도 은행금리 하락 초래
통화정책·금융정책 간 '구성의 오류'…부분은 맞지만 전체는 안 맞아
상생금융·포용금융, 금융시스템 재설계에 관한 입법 통해 추진해야
국민 삶과 밀접한 금융이슈일수록 제도변화의 정통적 접근방법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금리 엇박자 논란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감독기관장이 금리를 두고 충돌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좀체 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주 있었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원장 4인 비공개 간담회에서였다. 이 총재가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의 미시적 금리개입을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양측이 즉각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그동안 이른바 '상생금융' 정책을 주도하며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를 요청해 왔다. 이 원장의 이런 노력으로 은행 대출금리는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낮아지는 상황이다. 통화정책의 핵심 파급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래서 금융권에서는 한은의 긴축 통화정책과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양측이 이러한 엇박자 논란을 애써 해명하고 있지만 차제에 문제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이 각자의 정책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양측이 제기할 수 있는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의 논리는 타당할 수 있다. 다만 논리학에서 말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부분적으로는 맞지만 전체적으로는 맞지 않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대응에 초점을 두어온 긴축 통화정책의 관점에서는 정책금리 인상에 맞추어 시장금리 상승과 함께 은행 대출금리도 올라가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금융정책은 통화정책과 상충될 수 있다. 반면 팬데믹 이후 금융부문 리스크와 취약성 등을 중시하는 금융정책의 관점에서는 상생금융 노력에 의한 은행 대출금리 인하가 타당한 목표의 하나로 간주될 수 있다. 긴축 통화정책은 이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 각자 부분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타당하지 않는 구성의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구성의 오류와 함께 영국의 철학자 길버트 라일이 그의 저서 '마음의 개념(The Concept of Mind)'에서 말한 범주의 오류(category mistak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상생금융이라는 팬데믹 이후 제기되고 있는 사회적 관심사 내지 과제가 과연 통화정책 또는 금융정책 당국자들만이 모여서 해결할 수 있는 범주에 속하는가 하는 문제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인간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각국이 추구하는 가치이며 사회적 과제다. 불평등과 양극화, 취약그룹의 문제를 살펴야 하는데, 상생금융 또한 그 일환일 것이다. 특히 입법부가 제도변화를 모색하면서 여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상생금융과 포용금융(inclusive finance)은 통화정책과 금융정책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 재설계에 관한 입법을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범주에 해당할 수 있다. 금감원장이 은행을 돌며 행동으로 독려하는 역할도 의미가 있겠지만 국민의 삶과 밀접한 금융 이슈일수록 제도변화의 범주에서 정통적 접근방법으로 다루며 추진할 필요가 있겠다. 일상적이고 미시적인 금융감독기능으로 모든 것을 커버하려는 데서 초래되는 범주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필자가 미 워싱턴대에서 지도를 받았던 법·제도경제학자 더글러스 노스의 말을 인용해 본다. '제도는 게임의 룰이며 제도 아래에서 움직이는 플레이어는 정책을 운영하고 룰과 상호작용한다. 플레이어가 룰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룰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룰의 변화는 게임의 결과, 즉 경제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플레이어에 해당하는 4인의 정책당국자들이 플레이어들끼리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룰과의 상호작용에도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때마침 그 4인중에는 입법부의 일원인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포함되어 있다. 룰을 만드는 입법부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플레이어들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이 정책의 성공을 위해 근본적으로 중요한 이유이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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