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곡법에 첫 거부권 "전형적 포퓰리즘 법안"…野 반발
박지은
pje@kpinews.kr | 2023-04-04 14:14:06
尹 "남는 쌀 강제 매수법…국회 일방 통과 유감"
與 "농가파탄법…재의요구권 행사 당연한 일"
野 "이 정권 끝났다"…"절차 따라 재의결 검토"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취임 후 첫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 건의한 재의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통령 고유권한인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2016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 약 7년 만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부와 여당이 강력 반대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반발에도 개정안을 일방 처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제386호 안건인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한 데 이어 낮 12시쯤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제385호 안건인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공포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결됐다. 국회 통과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혹평했다.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도 했다.
이어 "법안 처리 후 40개 농업인 단체가 양곡법 개정안의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 관계부처와 여당도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검토해 제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며 거부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또 법안 처리를 밀어붙인 야당을 비판했다.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식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쌀 수급을 안정시키고 농가 소득 향상과 농업 발전에 관한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주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의무 매입이 도입되면 쌀 공급 초과가 심화돼 2030년까지 연평균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2030년에는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일부 농민 단체도 공급 과잉이 심화되면 쌀값 하락으로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윤 대통령은 그간 양곡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수차 피력해왔다.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무제한 수매는 결코 우리 농업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앞으로 국회로 다시 넘어가 재표결에 부쳐지게 됐다. 재의결 요건은 재적의원(299명)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115명이라 재의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해 "당연한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농업 경쟁력 저하'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게 명약관화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밀어붙이려는 '양곡관리법'은 궁극적으로 농민들을 더욱 어렵게 할 '농가파탄법'"이라며 "민주당이 원안을 재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에는 '대통령이 민생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라는 프레임으로 현 정부를 계속 공격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목적과 절차에서 모두 실패한 악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정권은 끝났다"며 강력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국회 농해수위와 전국농어민위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쌀값 정상화법'을 거부하여 국민의 뜻을 무시한 윤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쌀값 정상화법은 정부가 적극적인 쌀 생산 조정을 통해 남는 쌀이 없게 하려는 '남는 쌀 방지법'이고 쌀값 폭락 경우를 대비해 농민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맹비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이 정권은 끝났다"고 썼다.
민주당은 재의결 추진에 나서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과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당연히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도 재의결 카드를 꺼내는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전에서 불리할 게 없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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