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냐 산토끼냐"…총선 앞둔 與, 보·혁 노선 경쟁 점화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3-04-03 09:49:37

리얼미터…尹지지율 0.7%p 오른 36.7%, 4주만에 반등
대구 서문시장 방문…집토끼 지지층 결속 효과 기대
신평 "과도하게 지지층 구애 치중"…총선 패배 경고
'전광훈 공방' 신호탄…하태경 "추방" 천하람 "정리"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찔끔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3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지지율)는 36.7%로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0.7%포인트(p) 상승했다. 3주 간 내림세(42.9%→38.9%→36.8%→36%)를 타다 4주 만에 소폭 반등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주말 취임 후 처음으로 남도를 동서로 횡단하는 지역일정을 소화한 건 지지율 때문으로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지난 1일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경남 통영, 전남 순천, 대구로 이어지는 1박2일 동선은 영호남과 MZ세대의 민심을 두루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방점은 대구에 찍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서문시장 방문은 지지층 결속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00주년 기념식 행사장 입구까지 당초 차량으로 진입해 50m가량 걸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파로 인해 일찌감치 차에서 내려 시민과 일일이 악수로 인사했다.

서문시장은 이회창 전 총재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보수 정치인이 즐겨 찾은 곳이다.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 4번이나 찾았다. 취임 후엔 지난해 8월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였다. 

서문시장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린다. 고정표인 집토끼가 모인 상징적 장소다. 이곳을 찾는 건 집토끼를 우선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가면 지지자들의 환영 열기가 고조되고 결집이 이뤄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런 행보가 잦으면 보수 색채가 강해져 역효과도 불가피하다"며 "집토끼만 끼고 돌면 산토끼(중도·무당층)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가 우려를 제기한 배경이다. 신 변호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에서 선거는 윤석열 정부가 보수, 중간층, 진보의 3 : 4 : 3의 판에서 중도층의 마음을 누가 더 얻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짚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행보가 "과도하게 10분의 3을 이루는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구의 서문시장을 네 번이나 방문한 것은 상징적 예"라며 "그것은 달콤한 늪이다.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한 선거는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벌써부터 노선 경쟁이 벌어지는 조짐이다. 보수 성향 정책·행보를 중심으로 지지층을 결속하느냐, 아니면 중도·개혁 카드로 외연을 확대하느냐가 쟁점이다. 선거때마다 되풀이되는 '집토끼, 산토끼' 논쟁이다. 친윤계는 집토끼, 비윤계는 산토끼 중시 입장이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는 지역 문제와도 맞물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출범한 이래 영남권 중심의 보수 목소리와 수도권 중심의 중도 목소리가 끊임없이 충돌해왔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광훈 목사와 관련한 김재원 최고위원의 '설화'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전광훈이 우파 통일" 등의 김 최고위원 발언은 극성 지지층을 향한 제스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를 성토한 건 중도층을 고려한 반응이다. 비윤계에선 전 목사와 절연해야한다는 요구가 높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전주보다 0.8%p 내린 37.1%였다. 더불어민주당은 1.7%p 오른 47.1%였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김 최고위원의 '전광훈 목사가 우파 천하통일' 발언의 영향으로 보인다"는 게 리얼미터 분석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전광훈 이분이 당원이라면 바로 출당시켜야 된다"고 즉시 제명을 촉구했다.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CBS라디오에서 "전 목사와 관련된 당을 어떻게 찍겠는가"라며 조속한 관계 정리를 촉구했다.

친윤 주류도 '전광훈 문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앞으로 계속되어서도 안 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대표에 이어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출신 지역을 놓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김학용(경기 안성)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수도권에서 원내대표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전국 정당으로서의 상징성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경쟁자인 윤재옥(대구) 의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원내대표가 수도권 선거에 유리하다는 주장은 증명된 게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조사는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27일~31일 전국 18세 이상 25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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