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야구 보여준 오타니, WBC 결승서도 투타 펄펄…트라웃 잡고 MVP
박지은
pje@kpinews.kr | 2023-03-22 14:39:28
미국과 결승전 9회 마무리투수로 나서 1이닝 무실점
팀 동료 트라웃 삼진 잡고 포효로 마침표…MVP 선정
'오타니의, 오타니에 의한, 오타니를 위한 경기였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오타니 쇼헤이(29·미 LA 에인절스)가 북 치고 장구 친 무대였다.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만화 같은 '이도류 야구'를 유감없이 뽐냈다.
일본은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 히어로는 역시 오타니였다.
그는 이날 일본의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우승을 확정 짓는 아웃카운트를 올렸고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3-2로 앞선 9회 초 7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일본은 이날 경기에서 무라카미 무네타카와 오카모토 카즈마의 홈런을 앞세워 8회까지 3-2로 앞섰다. 오타니는 불펜에서 대기했다. 그는 일본 우승을 위해 불펜 등판을 자처했다.
9회가 시작되자 일본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불펜에서 몸을 풀던 오타니를 마운드에 올려 마지막 이닝을 맡겼다. 오타니는 선두 타자 제프 맥닐에게 풀카운트 싸움 끝에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7구째 포심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출루를 허용했다.
오타니는 그러나 곧바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후속 타자 무키 베츠를 상대로 2구째 포심으로 땅볼을 유도했다. 이는 병살로 이어지며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2개를 올렸다.
마지막 상대는 공교롭게도 LA 에인절스 동료 마이크 트라웃이었다. 두 사람 승부는 WBC가 가장 바라던 그림이었다. 처음 이뤄진 세기의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진출 후 줄곧 에인절스에서 뛰어 트라웃과 상대할 기회가 없었다.
오타니는 초구로 변화구를 던진 뒤 빠른 공 4개를 던져 트라웃을 압박했다. 트라웃은 적극적으로 스윙하며 풀카운트 싸움으로 끌고 갔다.
승리의 여신은 오타니의 손을 들어줬다. 오타니는 6구째 공으로 변화구를 던졌고 트라웃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삼진 아웃으로 9회가 종료됐다.
오타니는 마운드 위에서 동료들과 얼싸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일본은 이날 승리로 통산 3번째 우승의 타이틀을 안았다. 생애 첫 출전한 WBC에서 투타 핵심으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끈 오타니는 대회 MVP까지 차지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오타니는 이번 WBC에서 첫 출전했는데도 이도류라는 명성에 걸맞게 투타 모두 완벽한 활약을 펼쳐 일본의 우승을 견인했다. 개막 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순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했다. 투수로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 타자로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선 선발 투수로 출전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와도 지명타자로 남을 수 있는 이른바 '오타니 룰'이 적용됐다. 이는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를 위해 MLB에서 지난해 신설한 규정이다.
히데키 감독은 오타니를 중국과 조별 리그 첫 경기에 나설 선발 투수로 낙점했다. 오타니는 투수로 4이닝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시속 160km에 달하는 강속구를 뽐내며 중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타선에서는 3타수 2안타 2타점 2볼넷 1득점으로 불을 뿜었다.
오타니는 이어진 조별 리그 3경기에선 지명 타자만 소화했지만 맹타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숙명의 라이벌 한국을 만나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2볼넷으로 활약해 13 대 4 완승에 앞장섰다.
체코를 상대로는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호주와 경기에선 1회부터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2타수 1안타 4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일본은 조별 리그 4전 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오타니는 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 4⅔이닝 4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5회 일격을 맞고 2점을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대신 타석에서 활약했다. 3회 1사 1루에서 강공 대신 기습 번트를 시도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오타니의 기습 번트로 만들어진 1, 3루 기회에서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가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오타니는 타석에서 4타수 1안타 2득점 1볼넷으로 활약, 팀의 9 대 3 승리에 기여했다.
일본은 멕시코와 4강전에서 9회 초까지 4 대 5로 끌려가며 위기에 몰렸지만 9회 말 오타니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두 타자로 나서 우중간 2루타를 때려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결국 일본의 차세대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가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쳤고 일본은 결승에 올랐다. 미국과의 결승전은 오타니의 '만화 야구'를 돋보이는 피날레였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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