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새정부 2년차 사퇴징크스 뛰어넘을까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3-15 13:42:38
새정부 2년차에 모두 경질된 포스코 회장들
최정우 회장의 2차 전지 사업은 분명한 업적
KT 이사회가 차기 CEO 후보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확정했지만, 각종 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 조사가 윤 후보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험악한 소문에서부터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확인되지도 않고 확인할 수도 없는 소문 탓에 KT의 차기 CEO는 오는 31일 주총이 끝나야 윤 후보에 대한 가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소유분산 기업인 포스코에 대해서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7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16일부터 세무조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이런 추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포스코 주총, 사내이사 선임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관심
포스코홀딩스는 이번 주총에서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포항을 다시 옮기는 안건과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무사히 통과하는지,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어떤 표를 던지는지가 관심 대상이다.
이번 주총에서 신규로 추천되거나 재추천된 사람은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등 모두 3명이다. 이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최정우 회장의 입지가 공고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 표결에서 국민연금이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현 정부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포스코 지분은 작년 말 기준으로 9.11%다. 지분이 10% 미만이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했더라도 공개할 의무는 없다. 따라서 아직 국민연금의 심중을 알 수는 없다. 다만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다른 주주의 찬반비율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하는 '중립' 입장만 취하더라도 최정우 회장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1년 남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는 얘기다.
포스코 회장, 새 정부 출범 2년차 사퇴 징크스
최정우 회장은 2018년 취임해서 2021년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까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있다. 그럼에도 거취에 관심이 가는 것은 공교롭게도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새 정부가 출범하고 2년 차에 물러나기를 반복했는데 올해가 윤석열 정부 2년 차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 때 선임된 이구택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차에 물러났고 이명박 정부 시절 선임된 정준양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2014년 자진해서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 때 선임된 직전 권오준 회장도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2018년 4월,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두고 물러났다.
포스코 회장의 중도 사퇴에 자주 등장한 것이 세무조사였다. 조사과정에서 회장 개인의 비리나 문제가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하지만, 주총 직전에 착수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최정우 회장, 정무 감각은 과(過), 힌남노 대처는 중(中), 2차 전지는 공(功)
최정우 회장의 공과로 능력을 따져보면 평가가 크게 엇갈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포스코홀딩스의 본사를 서울로 정한 것, 그리고 대선 직후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라는 이메일을 임직원에 보내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은 정무 감각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의 수장이 반드시 정무 감각을 갖출 필요는 없지만, 포스코와 같은 기간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CEO라면 정부와의 협력과 조율이 필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태풍 힌남노 대처와 관련해서는 잘못한 점과 잘한 점이 공존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전에 태풍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못 한 점, 태풍 당일의 행적 등은 비난을 받을만 했다. 그러나 태풍 피해 이후 복구에는 적어도 1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전망과는 달리 총력적 대응으로 조기에 복구를 마친 점은 리더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내세울 업적은 2차 전지 소재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과 그에 따른 성과를 꼽을 수 있다. 2018년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이나 양극재와 음극재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은 포스코 자체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인 공(功)으로 평가받기에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소유분산기업의 CEO 연임 여부는 철저히 능력 위주로 판단해야
윤석열 정부는 소유 분산기업의 CEO 선정과 관련해 셀프연임, 황제연임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기존 CEO의 연임에 대해 강하게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의 차기 CEO 선정 과정을 보면 구현모 대표의 연임시도가 있었고, 또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경림 사장이 최종 후보로 선임됐다. 윤석열 정부는 원칙만 제시할 뿐 개입 의사가 없었다고 선의로 해석하기보다는 개입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추측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물론 정권의 힘을 빌려 소유분산기업의 CEO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 그 정권에 우호적인 사람들로 계열사 사장 등 주요 요직을 채우고 수많은 협력업체와 하청업체도 정치적 연줄로 이어진다는 의심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따라서 새로 정권을 잡으면 이를 바로잡아보겠다는 의욕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비리와 CEO의 능력은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 비리가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 하고 능력이 있는 CEO라면 전임 정권에서 선임됐더라도 연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 원칙은 포스코에서부터 제대로 적용돼야 할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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