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이재명…"이제 정치 내려놓으시죠" 前 비서실장 유서 후폭풍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3-03-10 14:26:17
"권한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돼 억울하다" 심경도
李, 유서언급 없이 檢책임 주장…조문차 일정 취소
與 "유서내용 모르나? 아전인수"…檢 "한차례 조사"
"李 '사법리스크' 확산·당 지지율 하락 계기" 관측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가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돼 후폭풍이 거세다. 전씨는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세가지 사건에 연관돼 있을 정도로 최측근이다.
그런 전씨가 이 대표 이름을 거론한 유서를 남겨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10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전씨 집안에서 노트 6쪽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전씨는 유서 첫 장에 이 대표를 향한 심경을, 나머지 다섯 장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죠",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등과 관련된 각종 사건의 피해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 주변 인물 중 숨진 사례는 전씨가 다섯번째다.
전씨는 또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사건 당시)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의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아 일하다 지난해 12월 말 퇴직했다. 전씨는 퇴직 즈음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전씨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FC 사건으로 퇴직 전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앞두고 있던 조사는 없었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유서 공개를 거부해 구체적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씨가 유서에서 이 대표 정치와 검찰 수사의 문제를 동시에 지적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고인의 억울함을 부각하며 검찰 수사를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나 "정치를 내려놓으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한다"는 유서 내용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이 대표는 경기도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씨는) 검찰의 압박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수 없고, 억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며 검찰에 책임을 돌렸다.
이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유서에 대표에게 정치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는데 입장은 어떤가', '고인에게 마지막 연락을 받은 것이 언제인가' 등에 대한 질문엔 침묵한 채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를 문제삼은 이 대표에 대해 전씨 유서 내용을 들어 "아전인수식 발언"이라고 받아쳤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는 유서의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수사를 '사냥'이라고 표현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씨는 유서에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지요'라고 남겼다고 한다"며 "이 대표 의혹과 관련된 주변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은 5명에 이른다. 이 대표는 안타까운 죽음에 언제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려는가"라고 압박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일이다. 이른바 '자살 당했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반박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문자 공보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26일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한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조사)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씨 빈소 조문을 위해 오후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예정보다 6시간을 넘겨서야 조문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대표는 총선이 약 1년여 앞둔 상황에서 악재가 겹쳐 고전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를 방문해 '민생카드'로 '사법 리스크' 돌파를 시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측근 사망으로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당내에선 위기감이 쌓이고 있다.
글로벌리서치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38.1%, 민주당 30.5%였다. 격차가 오차범위 밖이다. 민주당이 가장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는 '이 대표 수사 대응'이 26.4%로 1위를 차지했다. 전씨 사망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한 기폭제로 작용하며 지지율 추가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조사는 JTBC 의뢰로 지난 5,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4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포인트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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