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KT 대표에 오를 수 있을까?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3-03-08 13:55:49
현대차의 구현모 친형 회사 인수에 윤 후보 역할 의심
차기 CEO, 단기 성과보다 본업 통신 경쟁력 강화해야
KT 이사회가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CEO 최종 후보로 확정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로 추인받아야 하는 최종 관문을 남겨두고 있는데,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종 후보 결정 전인 지난 2일 여당 소속 의원들이 윤 후보를 콕 집어 문제를 제기한 것부터 불길한 징조다. 설사 차기 CEO로 확정되더라도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당 의원들, 콕 집어 윤경림 후보 문제 제기
KT 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차기 CEO 후보 심사대상자 33명 가운데 4명을 선정했다. 그러자 국회 과학기술 방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4명이 모두 KT 내부 출신이라는 점을 비난했다.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윤경림 후보를 콕 집어 문제를 제기했다. 크게 2가지를 지적했다.
첫 번째는 윤경림 후보가 이사회 현직 멤버인 만큼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 문제는 구현모 대표 친형의 회사인 에어플러그를 현대차그룹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현대차 부사장이었던 윤 후보가 역할을 했고 그 공을 인정받아 KT 사장으로 합류했다는 설이다.
현대차그룹, 구현모 대표의 친형 회사인 에어플러그 인수
문제가 되는 기업은 에어플러그라는 회사다. 구현모 대표의 친형인 구준모 씨가 운영하는 무선통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로 2010년 설립됐다. 그러나 자체 개발한 ABC(Always Best Connected) 솔루션이 별다른 시장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2016년쯤에는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고 국내 특허 45개는 등록료를 내지 않아 소멸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구원자로 등장했다. 2015년부터 현대차와 협력해 차량용 통신 소프트웨어 개발에 들어갔다. 이후 현대차는 2019년에 에어플러그에 36억 원을 투자했고 2021년에는 245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면서 에어플러그를 인수하게 된다. 에어플러그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현대차를 만나 기사회생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스타트업이 겪을 수 있는 흔한 재기의 스토리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 에어플러그의 구준모 대표의 동생인 구현모 KT대표가 등장하면서 얘기가 달라진다.
에어플러그 인수과정에 윤 후보가 역할?
현대차가 에어플러그에 첫 번째 투자한 2019년 이후 2020년에 KT는 500억 원을 들여 현대로보틱스 지분 10%를 인수한다. 그리고 1년 뒤 이번에는 현대차가 에어플러그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에어플러그를 인수하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서로 주고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KT는 현대로보틱스에 투자한 이유로 로봇사업을 꼽았지만 KT가 이후 2년 동안 판매한 현대로보틱스의 서비스 로봇은 13대에 불과했다.
또 현대차는 에어플러그의 기술이 차량을 네트워크나 클라우드의 다양한 서비스에 연결해주는 기술로 현대차 입장에서는 필수불가결한 기업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미 1차 투자 때 에어플러그의 기술이 별 것 아니라는 판정이 났음에도 대규모 추가 투자로 에어플러그를 인수했다면서 현대차의 차량에 적용되는 에어플러그의 기술을 분석해 보면 진위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거래에 윤경림 후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에 대한 보은으로 현대차 부사장에서 KT의 사장으로 옮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구현모 대표의 경우 에어플러그가 현대차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지급보증을 서주는 등의 업무상 배임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 만약 수사로 이어진다면 윤경림 후보도 자유롭지 못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KT, 줄서기 문화 없애고 통신업 경쟁력 강화 나서야
이러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KT의 차기 CEO는 정기주총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윤경림 후보에 찬성표를 던질지, 또 KT와 자사주를 맞교환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주목된다.
어쨌든 이번 KT의 차기 CEO후보 선정 과정을 보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치권 개입 의지는 굴뚝 같지만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내부출신 인사로 KT의 차기 CEO가 선정되는 데 대해 우려도 없지 않다. KT 내부의 줄서기 문화가 더욱 짙어지면서 실력보다는 네트워크를 중시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경영진이 단기적인 실적에 좌우되면서 꼭 필요한 시설투자나 설비의 유지 보수를 등한시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경영진의 치적 홍보와 주가 관리에만 집중하면서 정작 KT의 본업인 통신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동통신 시장에서 KT는 이제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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