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검찰과 어정쩡한 법원…비정상적 억압의 시대"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3-03-07 18:30:55

한국기자협회, '언론 자유를 다시 말하다' 긴급 토론회
UPI뉴스 송창섭 기자 "검찰이 상식에 벗어나는 일 많이 해"
최영재 교수 "윤 정부 법치는 권력을 스스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법원의 어정쩡한 판결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비정상적인 억압'이라고 봅니다."

UPI뉴스 송창섭 기자(탐사보도부장)는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를 다시 말하다' 토론회에서 이 같은 심경을 전했다. 송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 40년 지기인 황하영 동부산업 대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지난달 15일 1심 법원으로부터 벌금형(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사무실에 노크한 뒤 기자 신분을 밝힌 뒤 질문했고, 직원의 퇴거 요청이 없었음에도 법원은 '주거침입'으로 판단한 것이다.

▲ UPI뉴스 송창섭 탐사보도부장(오른쪽)이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긴급 토론회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제공]

송 기자는 "공적 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춰 나가는 일련의 행위들이 어이가 없고, 부당하다고 느껴졌다"며 "검찰이 상식에 벗어나는 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UPI뉴스 취재진은 지난 2021년 대선 국면에 동해시에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일었던 무속 논란 중심에 있던 모 관상가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과거 동부전기산업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이곳은 윤 대통령 40년 지기 황하영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당시 강원도 일대를 취재하고 돌아오는 길에 동해시에 들렀던 UPI뉴스 취재진은 사무실에 두 번 방문했다. 첫 방문 때 사무실에 있던 직원은 여러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했을 뿐 방문을 거부하거나 제지하지는 않았다. 송 기자가 두 번째로 방문한 건 황 대표의 아들 황종호 씨와 관련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황 씨는 윤 후보 수행비서 역할을 한 인물이다. 대통령 당선 뒤에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 기자는 법원의 판단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윤찬영 판사는 첫 번째 방문 때 사무실과 대표이사실을 들어간 행위를 무죄로 판단했다. 두 번째 방문 역시 사무실 방문은 무죄로 봤다. 하지만 이후 직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대표이사실에 들어간 행위는 유죄라고 판결했다. 윤 판사는 사무실은 '건조물'에 해당되고 대표이사실은 '방실'이라고 구분했다. 황 대표의 개인 사무 공간이기 때문에 침입에 조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 기자는 "언론의 공익적 보도가 정당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건 인정하지 않았고, 판결문에도 이런 해석은 없다"며 "(사무실과 대표이사실) 사이에 문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개방돼 열려 있었는데, 이를 사적공간이라고 하면서 저희를 유죄 판결한 것"이라고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 UPI뉴스 송창섭 탐사보도부장(오른쪽)이 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원에서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긴급 토론회 '2023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를 다시 말하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제공]

이번 일을 겪으면서 송 기자는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관련 서류가 집으로 올 때 가족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소규모 언론사가 감당해야 할 법률 비용 또한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검찰로 넘기고, 검찰은 법원에 넘기고, 법원은 이를 미루려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 언론이 합심해서 대응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통령 관저 결정 과정에 역술인 '천공' 개입 의혹을 제기해 대통령실로부터 고발당한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그는 "무속인 천공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고 일선 기자들을 고발하고,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국군방첩사령부가 25시간 넘게 압수수색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정부가 과거의 권위주의로 돌아가는구나, 이 정부가 다시 민간인 사찰을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됐다"고 평가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2일 부 전 대변인과의 인터뷰 등 취재를 종합해 지난해 3월 천공,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 '윤핵관' 모 의원이 용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의 서울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관련 보도와 부 전 대변인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뉴스토마토 기자 3명과 한국일보 기자 1명, 부 전 대변인 등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피고발 당사자인 최 기자는 "흥미로운 건 바이라인에 이름이 올라간 기자는 4명인데, 대통령실이 3명만 고발해 기사도 제대로 안 읽어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통상적으로 언론사에 법적 대응을 할 때는 편집국장 등 보도 책임자에게 고소·고발을 하는데, 현장 기자들에 대해서만 고발한 것은 기자들을 위축시키고 자기 검열에 빠트리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고발 효과가 있었는지 천공 관련 본지 후속보도에 대해서는 타 매체의 인용보도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치와 대한민국 언론 자유'를 주제로 발제한 최영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윤 대통령의 법에 의한 통치는 전제주의(despotism, 專制主義·한 사람 또는 소수의 지배자가 법이나 제도의 구속을 받지 않고 통치하는 것)적 행동의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이 겉으로는 법치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법에 의한 지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을 이용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윤 정부의 지배 속성이 정치 경쟁자와 언론을 향하고 있다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법철학 등에서 말하는 '법치'는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자의적인 정치권력을 제한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윤 정부의 법치는 시민들의 준법을 강조할 뿐 권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법에 의한 통치는 법이 권력의 편에 서는 것으로 특권을 허용함으로써 불공정 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자유와 인권을 위축시키게 되면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경제적 번영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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