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본환 "靑 고용비서관, '인국공 직고용' 강요…김현미에 소송검토"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 2023-02-21 15:24:39
"조성재 비서관, '대통령께 보고했다'며 직고용 계속 압박"
"인국공 사태 불거지자 '꼬리 자르기식'으로 해임됐다"
"직권남용·명예훼손 혐의로 김현미 전 장관 법적조치 검토중"
조 전 비서관 "청와대 재직 시 근무와 관련해 답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취준생들의 공분을 산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로 자리에서 물러난 구본환 전 인국공 사장이 입을 열었다.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께 보고된 사항이라며 직고용을 강요했다"며 전말을 털어놓았다. 사태 발생 후 2년 7개월 만이다.
인국공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작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화'가 발단이었다. '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경제정책으로 삼은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인 2017년 5월12일 인천공항을 전격 방문해 "임기 내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인국공은 취준생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혀 당사자들 기대는 컸다. 그런 만큼 정부측은 조바심을 냈다. 문 전 대통령 약속 3년 후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는 인국공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직고용 포함)방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역풍은 바로 불었다. "알바로 들어가도 떼만 쓰면 정규직이 된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화살은 당시 관련 내용을 발표한 구 사장에게 돌아갔다. 몇 달 뒤 구 사장은 '태풍 대비 소홀'이라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2020년 9월 해임됐다. 2019년 4월 사장에 취임한 지 1년 5개월만이다.
길고 긴 법정 투쟁 결과 법원은 구 전 사장 손을 들어줬다. 해임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2021년 말 사장에 복직한 뒤 지난해 4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구 전 사장은 21일 UPI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당시 청와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이 '대통령 공약사항이니 사장이 책임지고 직고용을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공사 내부에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한 사항이니 지시대로 하라'고 강요했다"고 말했다. 당시 '청와대 압박설'이 돌았으나 직고용 사태 '핵심 관계자'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주고, 서울대 언어학과를 나온 뒤 행시33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구 전 사장은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 항공정책실장 등을 지냈다.
구 전 사장은 "내 해임을 주도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김 전 장관 재임 시 해임된 박명식·최창학 전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과의 연대도 모색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구 전 사장과 일문일답.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청와대가 직고용을 압박했다. 당시 나는 '잘못 발표했다간 젊은 취준생들, 우리 직원들 다 들고 일어난다'며 반대했다. '조금 더 설득이 필요하니, 시간을 갖고 준비하자'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누가 압박했나.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이다. 동시에 국토부는 공사 임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청와대가 압박한 시점은.
"관련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시점이 2020년 6월22일이다. 조 비서관 전화를 받은 건 일주일 전인 15일이었다. 나는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사정했다. 직원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으니, 차라리 국토·고용노동부 장관, 인국공 사장 등이 함께 발표하자고 했다. 위에서 거부하더라. 결국 '네가 가서 책임 뒤집어쓰라'는 것 아니겠는가."
—조 비서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발표 전인 2020년 6월 초 (조 비서관이) 서울 도심 모처에서 만나자고 해서 나갔다. 15일에는 그가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께 보고됐으니, 22일(월요일)에 발표하라'고 압박했다. 다음날 공사 임원들과 회의를 했더니, '큰일났다'며 난리가 났다. 부사장이 노조부터 만났다. '청와대에서 하명이 내려왔으니 어쩌냐'고 설득했더니, 노조위원장이 펄쩍 뛰었다고 들었다. 노조가 일요일날(6월21일) 저녁 직고용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배포하자 청와대가 맞대응 성격의 보도자료 배포를 지시했다."
—논란의 시작은 문 전 대통령 발언 때문이 아닌가.
"사실 이것(직고용 포함 등 정규직 전환)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2017년 5월12일 문 전 대통령 인국공 방문 때 나는 국토부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에선 사전에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청와대와 당시 인국공 경영진 협의 하에 발표가 진행된 걸로 안다. 발표내용은 '그해(2017년) 연말까지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당시 인국공 사장은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을 지낸 정일영 전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었다. 그는 인국공 사장을 마친 뒤 2020년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인천 연수을에서 당선됐다.)
—사장 취임 후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나.
"원래 1만 명 중 3000명은 직고용하고 7000명은 자회사로 보내는 방안이 검토됐다. 인국공 협력사 61개 사에서 7000명을 자회사에서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법이 논의됐다. 당시 인국공 노조가 1400여명인데 자신들보다 2배가 넘는 인원을 직고용한다고 하니 당연히 반발하지 않겠는가. 경우에 따라 새로 채용된 3000명이 '제1 노조'가 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직고용이 검토되는 3000명은 정치적 성향이 민주노총과 비슷했다. 하지만 지금도 인국공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다. 노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김현미 전 장관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법리 검토는 다 끝났다. 크게 직권남용,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사택 불법침입 등이다. 당시 손명수 국토부 제2차관도 고소대상에 포함시킬까 생각 중이다. 다만 손 전 차관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돼 고민하고 있다. 김 전 장관에 대해선 박명식, 최창학 전 LX 사장도 문제제기를 할 생각인 걸로 안다. 이들과 연대할지 고민 중이다."
조성재 전 비서관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뒤 2019년 1월 청와대에 들어갔다. 인국공 사태가 터진 직후인 2020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압력 행사 여부에 대한 기자 질문에 "청와대 재직 시 근무와 관련해 답할 수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 "당시 대통령 기록물을 확인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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