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찬 "군은 보고가 생명…긴가민가한데 '천공 방문' 보고했겠나"

탐사보도부

tamsa@kpinews.kr | 2023-02-06 16:33:09

천공 의혹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UPI뉴스 인터뷰
"천공, 육참 총장 공관·육군 서울사무소 방문 다방면 확인"
"보고 라인에 있던 여러 명 확인…문제는 이들이 현역이라"
"대통령실·국방부·합참 모여 있는 나라는 한국 거의 유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재임 시절 매일 일기를 썼다. 트럼프 정부에서 근무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성 장관처럼 퇴직 후 책을 내기 위해서였다. 그런 만큼 꼼꼼하고, 상세하게 기록했다.

작년 1월13일까지 수기(手記)했고, 이후엔 PC 워드프로세서로 기록했다. 회고록을 정리하기 위해 작년 12월8일 해당 프로그램을 실행한 그의 눈에 4월 일기가 들어왔다. 다시 읽어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오늘(2022년 4월1일) 미사일전략사령부 개편식에서 육군총장(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는데 너무도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총장 공관을 관리하는 모 부사관이 최근 인수위 소속 ○○○과 천공이 (한남동) 총장 공관과 (육군) 서울사무소(당시 서울 용산 국방부 부근에 위치)에 들렀다"고 보고했다는 거였다.

또 부 전 대변인은 주석에 "나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천공은 외모가 특이해 수염도 길고 도포 자락을 휘날리고 다녀 사람들 눈에 쉽게 띌 텐데 그게 가능하냐고 했더니, 총장은 '○○○(직책명)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내게 허위보고를 하겠냐'고 단호히 말했다"고 적었다.

▲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6일 서울 여의도 UPI뉴스 사무실에서 천공의 육참총장 관저 방문 논란과 관련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관련 내용은 최근 출간된 책 <권력과 안보>에 실려 있다. 그가 지목한 '천공'은 지난 대선 기간 중 '무속 논란'에 휩싸인 인물이다. 과거 정법시대라는 종교단체를 이끌면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친분을 과시한 바 있다.

만약 그런 인물이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곳을 들락거렸다면 그저 이만저만한 일이 아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 청와대를 마치 안방처럼 들락거린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씨 국정농단을 연상케 하는 대형 사건이다.

관련 보도가 나온 후 대통령실은 반박하고 나섰다.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 되레 부 전 대변인과 해당 의혹을 기사화한 뉴스토마토와 한국일보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상황을 복기해보자. 지난해 3월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0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 직후 대선공약인 '탈(脫) 청와대'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외교부, 국방부 청사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다.

자연스럽게 청와대 경내에 있던 대통령 관저 이전도 검토됐다. 한남동 외교·국방부장관,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 여러 곳이 물망에 올랐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인 천공이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들과 함께 후보지를 다녀갔다'는 게 부 전 대변인 주장이다.

▲ 국방부 재직시절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부승찬 전 대변인. [국방부 제공]

그는 6일 서울 UPI뉴스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긴가민가한 사실을 (육참) 총장에게 보고했다면 군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방증"이라면서 "군은 보고가 생명이다. 그게 무너졌다는 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보고체계 특성상 사실이 아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또 그는 "방공진자, 탐지체제, 타격체제 등이 촘촘히 구성돼 있던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면서 안보상 큰 구멍이 발생한 것이며 그게 최근 북한 무인기 침투"라고 진단했다. 부 전 대변인은 "지금 용산에 있는 고층아파트에서 대통령 출입이 다 보일 정도로 대통령실은 보안에 취약하다"며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대통령실이 한 군데 모여 있는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주 출신인 부 전 대변인은 공군사관학교(43기)를 졸업하고 18년간 군에 복무한 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제주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논문 지도교수다.

다음은 부 전 대변인과의 일문일답.

-책이 일기처럼 날짜순으로 구성돼 있던데, 평소 일기를 썼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성 장관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미국 관료들은 공직에서 물러나면 정책 결정 과정과 관련된 책을 쓴다. 일본은 군인들도 쓴다. 국내엔 이런 책이 없더라. 나중에 한 번 출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일기 정리 때문에 평일 저녁 약속도 6시 반 이후로 잡았다. 다음 날이 되면 기억이 잘 안 나기 때문에 최대한 매일 적으려고 했다. 못 적을 때는 수첩에라도 적어뒀다가 다음 날 워드(워드프로세서) 작업을 했다."

-대통령실에서 고발조치했다던데

"아직 조사받으러 오라는 통보는 없었다.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은 내가 주장한 내용이 전언이라고 하는데, 중요한 건 국방부에는 전언이 없다는 점이다. 보고만 있다. 일반인들은 사적인 대화라고 생각하는데, 군은 철저히 보고만 한다. 보고 라인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한둘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문제는 그들이 현역이라는 점이다."

-당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어떤 의도로 말한 것일까

"저는 공적 영역에서의 소통이라고 봤다. 총장과 대변인 사이는 공적 영역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 그 당시 남 총장 표정이 격앙돼 있어서 '언론에 좀 얘기해 달라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국방부로 돌아와 (남 총장과) 다시 전화 통화를 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비밀을 지켜달라'고 하더라. '나야 제대(전역)하면 그만이지만 공관장(부사관)은 현역이니 지키고 싶다'고 했다."

-장관에 보고하지는 않았나

"하지 않았다. 총장 관련 이슈는 본인이 직접 하도록 돼 있다."

-그럼 남영신 총장이 서욱 국방장관에게 직접 보고했겠네

"(했는지 안했는지)그건 잘 모르겠다." 

-CCTV(폐쇄회로TV)를 열어보면 확인할 수 있나

"현행법상에 공공기관 CCTV는 30일 보관하게 돼 있다. 다만 대통령실과 관련된 건 그 유효기간까지 비밀이라고 하더라. 아마도 국방부나 대통령실 등 공관들은 일반 공공기관보다 더 오래 보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을 보면 당시 국방부에 천공스승이 출입한다는 소문도 돌았다던데

"실제 그런 소문이 있었다. 그래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확인 요청을 했다. 특히 그때는 건진법사 이야기가 많았다. 관련 부서에 출입 기록과 CCTV 기록을 요구했는데 개인정보보호법과 군사정보보호법에 따라서 확인이 안 된다고 답변이 왔다."

-부사관 보고를 복수로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총장에게 보고된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다. 반신반의하는 걸 총장에 보고하는 거라면 군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군은 보고가 생명이다. 그것은 현재 대통령실 경호처가 더 잘 알 거다."

-다른 사람을 착각하지 않았을까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당시 민간인이 카니발(승합차)을 탔다더라. 아마도 국방부 서울사무소에 갔을 때는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한남동 공관 갔을 때도 내리지 않았을 수 있다. 천공은 외형이 너무 특이하니까. 수염도 길고, 도포도 입었으니."

-당사자인 남 전 총장의 반응은 어떤가

"특별히 없다. 남 총장이 자신이 하지 않은 말을 내가 했다면 그 가족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책에서 무인기 위치 추적 실패 원인도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문제라고 했던데

"청와대 주변에 방공진지가 20여 개 있다. 대공포부터 시작해서 타격 자산들이 상당히 많다. 전파 차단부터 타격자산을 촘촘히 배치해 뒀다. 비행제한구역은 기본적으로 서울·경기권을 감싸고 있는데, 청와대를 중심으로 8.3km를 비행금지구역, 3.7km 이내는 무조건 격추하게 돼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오다 보니 제대로 대응이 안 된다. 타격자산이나 레이더가 무용지물 될 확률이 높다."

-지금도 대통령실은 안보상 구멍이 있나

"신용산역 주변 아파트에서 대통령 출입이 보이지 않나. 경호에 취약하다. 합참, 국방부, 대통령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은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하다."

-천공스승 관련한 내용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

"정치적 이유로 책을 쓰지 않았다. 이 책은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다 산화한 분들의 노고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출간했다. 성폭행당한 고(故) 이예람 중사, 해군 부사관 등의 죽음이 군 사법제도 개혁이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 UPI뉴스와 인터뷰하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이상훈 선임기자] 

-내년 총선 출마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욕심을 갖고 썼다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안보실과 국방부 갈등도 가감 없이 적었다. 주변 지인들은 총선용 차원에서 책을 올 하반기에 내라고 하더라. 1년 5개월간 국방부 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군에 감사하는 마음을 더 많이 느꼈다."

-책 곳곳에서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서운함이 느껴진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는) 너무 위압적이었다. 용산이라는 곳은 국방부나 합참이 70년 동안 터를 다지고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최적화해놓은 곳이다. 윤석열 후보가 3월10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고 4일 만인 3월14일 김용현 인수위 청와대 이전 TF(태스크포스) 팀장이 쳐들어와 '3월 말까지 짐을 빼라'고 했다."

-당시는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던 때 아닌가

"그렇다. 70년에 걸쳐 완결성을 갖춰 놓은 곳을 4일 만에 와 소위 '방 빼'라고 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군복 입었던 사람(김용현 당시 인수위 팀장)이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갔다. 그리고 6일 뒤 용산 이전 계획이 발표했다. 그사이 인수위원들이 외교부 청사도 돌아보는 등 쇼를 하더라. 너무 가증스러웠다. 대통령실 이전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안보관리 시스템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붕괴다. 이 두 가지 붕괴가 무인기 사태와 이태원 참사로 나타난 게 아니겠나."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서창완 기자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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