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20년에 KT는 여전히 외풍에 휘청…대표 선임 난항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 2023-01-05 18:00:45

KT이사회 결정에도 외부 입김 여전
KT 내부, '외풍'에 대한 자괴감 표출

민영화 20년이 지났지만 KT는 여전히 외풍에 휘청거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 교체의 아픔을 겪었던 KT는 지난해 새 정권이 들어선 후 또다시 진통 속에 있다.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도전도 난항을 겪고 있다. KT이사회가 구 대표를 최종 후보로 결정했지만 국민연금이 공개적으로 이를 반대하면서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연말에 실시되던 KT의 조직개편과 인사는 보류됐다. 중요 의사결정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이유로 구대표의 연임에 제동을 걸면서 KT 주가도 하락했다. 대표 선임 작업이 마무리되지 못한 탓이다.

지난달 13일 구 대표가 후보심사위의 적격 판정에도 복수 경선을 제안한 후 KT 주가는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28일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최종 후보 결정에 반대하는 성명까지 발표하자 3만6300원이던 KT 주가는 3거래일만에 3만2500원으로 추락했다. 시가총액도 1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 KT 구현모 대표가 '22년 8월30일 민영화 2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하는 모습. [KT 제공]

KT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는다. 민영화 20년이 지났어도 외부의 시선은 여전히 '공기업에 머물러 있다'는 부담감과 패배감도 크다. 

다수 직원들은 "여전히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자괴감까지 표출한다. 국민연금의 입장에 현 정권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의혹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외풍에 대한 거부감은 KT노조의 입장문에서도 드러난다. KT 노조는 지난달 '대표이사 연임 관련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낙하산 CEO'라는 표현으로 정치권이 과거 CEO 선임에 작용했던 점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심지어 "과거 낙하산 CEO들이 단기성과를 위해 인력구조조정이나 자산매각을 통해 고용안정을 위협했다"고도 비난했다.

국민연금 "경선과정 불투명" vs KT "문제 없다"

물론 구 대표에게는 '흠'이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이력이 문제다. KT 전·현직 직원들이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국회의원 99명을 후원한 것이 문제다. 구 대표도 1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KT는 "구 대표가 취임하기 전 사안이라 대표 사임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시민단체들은 여전히 이를 문제삼는다.

경선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KT 이사회가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절차나 과정, 후보군에 대한 이름 공개 없이 구 대표를 CEO 후보로 결정했다고 비판한다.

KT는 이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내외 인사 27명 중 경선 대상자를 선별했고 심사 결과 구대표가 차기 CEO로 적합했다는 설명이다. 외부 공모를 거치지 않은 것은 KT이사회의 판단이고 이사회에는 그 권한이 있다는 주장이다.

최종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 후보가 이름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KT는 공식적으로 후보 명단을 밝히지 않는다.

경선에서 낙선한 후보들이 회사를 떠났던 선례를 볼 때 이번에 최종 후보로 지명된 사람들이 이름 공개를 원했을 가능성도 낮다.

"낙하산보다 KT맨"…주총 결과는 지켜봐야

KT 내부에서 구 대표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가 35년의 재직 이력을 지닌 'KT맨'이라는 데 있다.

외부인은 경영에 한계가 있는 반면 구 대표는 내부 사정과 방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신 사업이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고 기업의 속사정도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낙하산 CEO가 들어오면 사업 내용을 가르치고 설명하느라 한참이 걸리고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결코 쉽지 않았다"면서 "과거 외부 CEO들이 장점 이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와 달리 구 대표는 통신사업과 매출이 10여년간 정체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디지코'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고 성과도 좋았다고 평가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KT 지분은 5일 현재 10.12%. 그 다음으로는 신한은행(5.58%),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5.07%), 현대차(4.69%), 현대모비스(3.1%)가 주요주주다. 소액주주 비율이 57%를 넘는다.

3월 정기 주총에서 대표 선임 안건 통과에는 출석 주주 과반수 동의와 발행주식의 4분의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모비스, 신한은행의 경우 KT가 디지코를 추진하며 사업 협력을 전제로 지분에 참여, 구 대표 연임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KT의 한 임원은 "민영화된 지 2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재계 서열 12위인 기업이 정권 입김에 따라 지배구조가 흔들린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외풍도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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