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KT 구현모, 국민연금 반대 넘어설까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2-12-29 11:21:02
구현모 현 대표의 차기대표 선임 반대 의사
주총에서 표 대결로 가면 구 대표 승산 희박
CEO 부재 상황올 수도…KT 경영 차질 우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정을 두고 결국 볼썽사나운 장면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차기 CEO를 선임할 것을 요구한 다음 날인 28일, KT 이사회는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로 결정했다. 그러자 국민연금은 곧바로 KT의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반대하겠다는 명시적인 입장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반대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 된다.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고, 구 대표의 연임이 불발될 경우 KT의 CEO 부재 상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차기 CEO의 확정이 불안정해지면서 KT로서는 내년 사업계획 수립 등 경영차질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명하지 않은 차기 CEO 선임과정
KT 지배구조위원회는 14명의 사외 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자를 대상으로 7차례 심사과정을 거쳐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 대표가 재임기간 동안 매출을 늘렸고 주가를 올려 기업가치를 제고했다는 점, 그리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적으로 개편한 점 등을 들어 구 대표를 차기 대표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심사 대상에 올랐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내 13명, 사외 14명 총 27명의 면면을 모두 공개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종 대상에 오른 후보자 두, 세 명에 대해서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투명성을 위해 합당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더구나 복수 후보 심사 방안이 구 대표의 요구로 진행되자 일부 유력 인물들이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라며 불참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종 후보자의 명단 공개는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소유 분산 기업의 CEO 후보 심사위원회, 과연 중립적인가?
보다 근본적으로 KT의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의 중립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KT의 정관을 보면 대표이사 후보심사위원회는 사내 이사 1인과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심사 대상자는 제외하고 있지만 현직 CEO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KT사외이사 8명을 보면 모두 구현모 현 CEO와 같은 시기에 선임됐거나 구 대표의 재임 기간 동안에 선임된 인물들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명망이 있고 전문 지식을 갖춘 분들이지만 이강철 이사와 김대유 이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낸 사람이다. 정치색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회사의 일반적인 경영사항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결정을 내리겠지만 과연 인물에 대한 결정에서 그동안의 구 대표와의 인연을 배제하고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다. 만약 이런 구조로 대표이사 후보 심사가 이뤄진다면 소유 분산 기업의 셀프 연임, 황제 연임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져도 구 대표 승산 없어
KT의 지분 구조를 보면 국민연금이 지분 10.3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 다음으로 현대차가 4.69%, 현대모비스가 3.1%를 보유해 현대자동차 그룹이 7.7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신한은행이 보험과 증권을 합쳐 5.4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보유한 KT주식은 서로 자사주를 맞교환해서 취득한 것이다. 따라서 보통의 일반 민간 기업이라면 오너의 편을 들어주는 백기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게 예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 KT라는 기업이 주인이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인데다가,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 입장을 밝힌 국민연금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도 7%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이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사를 거스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 대표가 주총에서 연임을 승인받기 위해서는 개인주주나 외국인 주주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승산 없는 게임으로 연임을 고집했다가 결국 KT의 경영차질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주주와 통신업계의 걱정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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