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 연말

김기성

bigpen@kpinews.kr | 2022-12-18 14:13:58

모피아 망령 되살아나고 있는 금융권
KT 후임 대표를 둘러싼 복잡한 계산
정실,낙하산 인사 풍문 넘치는 지자체

매년 이맘때면 어느 조직이나 할 것 없이 인사가 가장 큰 화제로 등장한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벌그룹들의 인사가 마무리됐고 그에 따른 평가가 이어졌다. 대체로 큰 변화보다는 경기침체를 맞아 안정에 무게를 뒀다는 쪽으로 기운 것 같다.

이러한 민간 기업과 달리 공기업, 공공부문 인사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낙하산 인사, 정실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CEO가 연임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여기에다가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관치금융 그림자 드리운 금융권

인사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한 곳이 바로 금융권이다. 정권 낙하산 인사가 이뤄질 거라는 소문에 관치금융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작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었다. 지난달 14일 은행 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언급한 것이다. 듣기에 따라서 원론적 발언이라고 치부될 수 있었지만, 대규모 CEO 인사를 앞둔 금융권으로서는 예사롭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러한 우려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금융권의 예상을 벗어나는 인사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임이 유력시됐던 신한금융의 조병용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 결정을 앞두고 용퇴를 결정하면서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다.

낙하산 인사로 볼만한 사례가 실행되기도 했다. NH 농협금융지주 손병환 회장은 내외부의 평가가 좋아 연임이 예상됐지만 낙마하고 말았다. NH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12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손 회장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인물로 과거 재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소위 모피아로 대변되는 관치금융의 우려가 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앞으로 금융권은 우리금융지주 회장, IBK 기업은행장의 선임을 앞두고 있다. 아직 하마평에 불과하지만, 후임으로 모피아 출신 인물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분위기는 점차 흉흉해지고 있다.

KT 구현모 대표 연임 둘러싼 복잡한 방정식

KT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둘러싼 논란은 훨씬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KT는 구현모 대표가 연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후보심사위원회를 꾸리고 구 대표의 연임 적합 심사를 진행해 왔는데 지난 13일 '연임 적합'이라는 최종 결과가 나왔다. 구 대표는 앞으로 주주총회에서 승인만 받으면 연임에 성공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구 대표는 자신 혼자 단독 후보가 아니라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를 검토해 줄 것을 이사회에 요구했다.

이를 두고 구 대표가 투명한 경쟁을 통해 연임을 인정받겠다는 순수한 뜻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지 못할 것을 대비한 꼼수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구 대표는 황창규 회장 시절 불법 정치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임직원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구 대표는 정식 재판을 신청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난 1월 구 대표와 함께 대표로 선임된 박종옥 전 대표가 국민연금의 반대에 직면해 주주총회 직전에 사퇴했다는 사실이다. 박 대표 역시 구 대표와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5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은 것이 발목을 잡힌 것이다. 박 대표는 약식명령을 받아들여 대표 선임의 결격사유가 됐고 구 대표는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차이점이 있을 뿐 과연 다른 잣대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구 대표가 단독 후보가 아닌 복수 심사를 요청한 것은 이런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 통신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복수 심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KT 대표 후보에 오르면 정기 주총에서 국민연금도 어쩌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의 KT 이사회나 대표이사 후보심사위원회의 구성원이 대부분 친(親) 구현모라는 사실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구현모 대표와 함께 대표이사 후보에 오를만한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들러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에 후보에 추천되는 것을 꺼린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낙하산 인사, 정실 인사 논란 넘치는 지자체 공기업

금융권이나 KT 같은 기업들은 그나마 여론의 감시로 인사과정이나 결과가 견제되는 면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각 지자체 소관의 공공기관 인사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각 도나 시마다 관광, 도시개발, 문화 관련 공공기관이나 단체를 수십 곳씩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곳의 수장(首長) 인사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도시개발 공사 사장에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사람이 임명됐다는 잡음이 일고 있다. 또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또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이 기관장이 됐다는 얘기, 그리고 도지사의 고등학교 동창이 그 인연으로 도산하 공공기관 사장이 됐다는 소문이 넘쳐나고 있다. 소위 '썰', '풍문'이라고 하지만 그만 듣고 넘기기에는 심각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상대적으로 감시에서 벗어나 있고 지역 사회의 특성상 냉정한 비판이 쉽지 않다고 하지만 공정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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