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리스크'에 고민깊은 尹…"결국 물러날 것" 與 공감대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12-12 11:25:25

대통령실 "李 해임, 진상 가려진 후 판단할 문제"
尹, 수용 거부 시사…李 거취 쟁점화는 정치적 부담
지지율에도 영향 미칠 듯…리얼미터 38.4%로 주춤
당직자 "尹, 수사결과 발표 후 李 자진사퇴로 정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2일에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이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는데 거취 표명 계획이 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전날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는다며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따로 연락을 받았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가 출범했는데 소통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향했다. 그는 전날에도 거취 관련 함구했다.

대통령실은 "해임 문제는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해임건의안은 인사혁신처를 거쳐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 통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가의 법적 책임 범위가 정해지고 이것이 명확해져야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라며 "그 어떤 것도 이보다 앞설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입장은 해임건의안 수용 거부로 읽힌다. 즉각 수용 불가를 밝혔던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때와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여권 핵심부는 "지금 이 장관이 물러나선 안된다"는 게 대체적인 기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선 진상규명, 후 책임자 처벌'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이런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참사 발생 한달이 넘었으나 진상규명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전날 국무총리공관에서 해임건의안 후속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렸는데, 이 장관이 관계 장관 자격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해석이 분분하다. 이 장관이 거취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일부 참석자가 해임건의안 처리를 성토했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끝까지 감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상민 리스크'가 두고두고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야당이 해임건의안을 또 강행 처리했는데, 윤 대통령이 수용하면 모양새도 나쁘다는 게 내부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거야 압박에 밀려 이 장관을 자른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 장관 문책 효과가 떨어지고 '해임건의안 남발'이 뒤따를 수 있다.

여권에선 "이 장관이 결국 물러나야한다. 법적 책임은 없더라도 정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상당하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 잇단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 반감이 쌓여 야당 공세의 표적이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장관 사퇴를 지지하는 여론은 절반을 넘는다.

이 장관이 자리에 있는 한 윤 대통령이 여론과 야당에 맞서는 구도가 지속될 수 있는 형국이다. 지난 10일 발족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도 이 장관 파면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다. 이 장관 거취와 함께 정부의 참사 책임론이 계속 쟁점화한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으로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름세를 탔던 지지율이 주춤한 상황이다. 이 장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 거취 논란이 확산하면 자칫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2주 연속 반등했던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지지율)는 38.4%로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와 비교해 0.5%포인트(p) 내려갔다. 부정 평가는 0.1%p 하락한 58.8%였다.

이번 조사는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5일~9일 전국 만 18세 이상 25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YTN방송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주춤한 것은 이 장관 거취 논란 등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 장관 이슈가 부담이 돼 윤 대통령이 박진 사례와 달리 무대응으로 온도차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당장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는 않겠으나 참사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이 장관을 '자진사퇴'시키는 형식으로 책임론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장관이 직을 지키면 '이재명 방탄'을 위한 야당의 대여 공세에 빌미를 준다는 게 여권의 전반적인 인식"이라며 "'이상민 리스크'가 여권 전체로 번지기 전 차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 장관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책임을 방기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정부에 첫 책임을 묻는 단추를 끼운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의 뜻, 국회의 뜻을 존중하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부산 현장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사에 오점을 남겼다"고 질타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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