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없는 여야 '밀당'…새해 예산안 정기국회 처리 무산

조채원

ccw@kpinews.kr | 2022-12-09 16:57:56

정기국회 마지막날 합의 도출 실패…본회의 안 열려
법인세 인하 이견 못 좁혀…野, 의장 중재안 수용 거부
野, 의장실 찾아 "수정안 처리하도록 본회의 열어달라"
野, 7일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제출…10일 본회의 예정
여야 협상 이어갈 듯…'이상민 해임건의안' 처리 '촉각'

9일은 정기국회 마지막날이었다. 여야는 이날까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새해 예산안과 이상민 행정안정부 장관 해임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예산안은 정기국회내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정기국회에서 예산을 처리하지 못한 첫 사례다.

▲ 9일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예산안 관련 회동중인 여·야·정.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김성환 정책위의장,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뉴시스]

여야는 이날 중 절충안을 마련해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두 원내대표는 이날까지도 예산안 감액규모와 세법 개정안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주 원내대표는 협상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어제(8일)까지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법인세 인하 문제인데 막판까지 타결하려 했지만 민주당이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안에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연간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매기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되, 시행을 2년 유예하는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원내대표는 '예산 감액 규모는 합의되고 법인세만 남았느냐'는 질문에는 "법인세가 돼야 하고 아직 감액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최소 5조 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의힘과 정부는 3조 원 감액이 최대치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김 의장을 방문해 본회의 개의를 촉구했다. 자동 상정된 정부 원안을 부결시키고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감액 수정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기 위해서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김 의장 방문 후 기자들에게 "정기국회내 2023년도 예산안이 통과하려면 정부원안이나 민주당의 수정안을 처리하는 방법 뿐이다. 준비된 안건 중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있다"며 "의장께 예산 등 안건 처리를 위해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오늘 오후까지 정부·여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국회의장께 오후 수정안을 전달해 오늘 처리 의사를 확인하고 제출을 결정하겠다"며 "정부·여당이 이제라도 민생예산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민생예산이란 △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 △ 지역사랑상품권 회복 △ 공공임대주택 확대 △ 고금리 서민의 금융 지원 등에 필요한 예산을 말한다. 국민의힘은 이에 필요한 예산 증액은 거부하는 상황이다.

예산안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면 가결된다. 본회의만 열리면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수정안을 위한 본회의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여야 합의 처리를 중시하는 데다 "수정안은 받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헌정 사상 야당이 정부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경우는 전무하다.

민주당이 임시국회를 10일에 소집하기 위한 요구서를 지난 7일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만큼, '임시국회 내 처리'라는 선택지도 마련돼있다. 기획재정부 예산명세서 작성(계수조정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10일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이날 중 여야가 합의를 이뤄야 하지만 이 역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합의를 최대한 해보려 한다"며 "일요일 오후 두시까지는 처리를 해야 72시간 안에 (해임건의안이) 마무리가 돼 (예산안 협상) 데드라인을 그쯤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도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지난 8일 본회의에 보고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은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1일 오후 2시 사이다. 만약 이 기간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은 무효화된다.

정치전문가들은 '공통 분모'를 찾는 식의 예산안 타결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내용 상으로는 보면 한쪽이 양보하는 식의 대승적 협조는 이뤄지기 어렵다"며 "특히 쟁점이 되는 법인세 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라는, 국정운영 철학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배 소장은 "결국 야당이 원하는 '민생 예산'을 증액하고 대통령실 이전 비용 등 여당이 주장하는 예산도 확보하는 방식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도 "어느 한쪽이 물러나기보다는 공통 분모가 나오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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