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족도 못 보는 사망자 스마트폰…유산관리자 기능 '유명무실'

김해욱

hwk1990@kpinews.kr | 2022-11-17 16:01:56

아이폰, '디지털 유산관리자' 지정 가능하지만 과정 까다로워
삼성 폰은 안드로이드 보안정책 강화로 데이터 정보 못 받아
"약관에 사후 가족에게 개인정보 넘길지 묻는 조항 신설해야"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사망자의 스마트폰 데이터 정보(디지털 유산)를 유가족들이 지금보다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참사 당시 사망자·실종자의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몰라 가족들이 가슴 졸이는 사례들이 꼬리를 물었다.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은 발견된 스마트폰 비밀번호라도 풀어달라며 오열했다. 네티즌들은 "회사가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만으로 유가족에게도 정보 공개를 무작정 막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 애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디지털 유산관리자 설정 방법.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아이폰의 경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 본인의 사후 아이폰 내 디지털 정보를 최대 5명에게까지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유산관리자'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다. 유산관리자는 혈연관계가 아니라도 지정 가능하다. 

유산관리자는 고인의 사망진단서와 '접근 키' 번호를 애플 측에 제출하면 아이폰 내 데이터를 열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접근 키를 고인에게 미리 받아놓아야 하는 점, 해당 기능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 등으로 실제 유가족이 이 기능을 통해 데이터를 열어보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운 상황이다.

사망자가 삼성 스마트폰 이용자였다면 유가족이 데이터 정보를 찾는 것은 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는 유가족이 가족관계증명서와 사망신고서를 가지고 삼성서비스센터를 방문하면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보안 정책이 강화된 이후에는 이러한 조치가 금지된 상태다. 또한 아이폰의 유산관리자와 비슷한 기능도 현재에는 구현되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기능과 제도의 미비에 대해 "사망자의 가장 큰 프라이버시 중 하나인 재산 역시 유족에게 정부가 다 공개해주는 세상이다. 그런데 디지털 데이터는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 지난달 30일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실종자 접수처 대기실에서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두절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은 사망자의 디지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회사는 사망자의 계정, 디지털 정보 등을 개인 정보라는 관점에서 보는 반면, 유가족들은 개인 정보까지 유산으로 여겨 받고 싶어한다"며 "그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이 쓰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나 IT기기 등 약관에 개인정보를 사망 뒤 가족에게 넘길지 명시하는 기능을 도입해 당사자가 미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미 입법 움직임은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디지털 유산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허 의원은 "디지털 정보가 급격히 늘어가는 현실을 볼 때, 디지털 유산 관리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용자와 기업 양 측이 납득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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