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적 의혹 용산서장, 참사 75분 뒤에도 "상황 파악 중" 답변만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11-08 16:51:03

대통령실, 용산서 측에 12분간 다섯 차례 통화 시도
운영위 보고…대통령실·경찰간 연락 시간대별 공개
식당 CCTV 속 용산서장…20여분간 느긋하게 식사
참사 당일 오후11시쯤 차량서 내려 뒷짐지고 걷기도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발생 당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 행적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참사 발생 이후 상황 파악을 위해 관할 용산경찰서 서장 등에 연락을 시도한 행적이 8일 시간대별로 공개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9시 넘어 당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이 압사를 우려하는 112신고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용산 인근 한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하고 일어나는 모습이 CCTV에 녹화돼 있다. [조선일보 보도영상 캡처] 

경찰 지휘부 보고 체계 마비로 '정부 책임론'이 고조된 가운데 대통령실과 경찰 간 보고·지시 시각과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대통령실이 이날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 운영위 여야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 내용에 따르면 국정상황실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18분 먼저 경찰청 치안상황담당관에게 전화했다. 이 시간은 이태원 골목길 현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지 1시간이 넘은 뒤였다. 경찰청 치안상황담당관은 "서울경찰청과 소방 등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정상황실은 2분 뒤인 오후 11시 20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에게 전화했다. 이 서장은 받지 않았다. 국정상황실은 오후 11시 25분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그도 응답하지 않았다. 용산경찰서 지휘 계통이 사실상 마비된 셈이다.

국정상황실은 이와 별도로 오후 10시 53분 소방청 상황실에서 사고 내용을 통보받고 오후 11시 1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당시 이임재 서장은 국정상황실 행정관의 전화를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통령실에 전화를 걸지도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상황실은 이 서장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오후 11시 26분 통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서장은 "상황 파악 중"이라고만 답변했다.

국정상황실은 4분 뒤인 오후 11시 30분 용산경찰서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때도 이 서장은 "상황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국정상황실은 오후 11시 32분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장과 통화에 성공해 "수십 명이 심정지 상태에 있고, 추가 피해 발생 등 심각한 상황"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점을 확인했다. 오후 11시 20분부터 12분 동안 용산경찰서 측에 다섯 차례나 전화를 걸어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 하달을 시도했던 것이다.

국정상황실은 오후 11시 37분 경찰청 치안상황담당관과의 통화에서 경찰청장에게 상황을 직보하고 기동대 경력 등을 긴급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또 오후 11시 40분 서울지방경찰청 112 상황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속 대응을 지시했다. 

행적 의혹에 휩싸인 이임재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압사 위험 신고가 쇄도하는데도 용산 인근 한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하는 장면이 식당 폐쇄회로(CC) TV를 통해 공개됐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9시24분쯤 저녁을 먹기 위해 용산서 정보과장과 경비과장, 직원 등과 함께 용산서 인근의 한 식당을 방문했다.

이들은 20여분간 식사했다. 그 사이 이 전 서장에게 이태원 현장이 '긴급 상황'이라는 보고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당시 CCTV에 이 전 서장은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에서 나온 이 전 서장은 관용차량에 탑승한 뒤 이태원 현장으로 향했다. 밤 10시쯤 사고 현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녹사평역에 도착했으나 길이 막히는 상황에서 차량에서 내리지 않았다. 50여분이 지난 밤 11시쯤 차량에 내려서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걷는 모습이 CCTV에 포착돼 뭇매를 맞았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6일 이 전 서장을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참사 대응 문제점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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