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참사 모른 채 충북 제천서 취침…警 총체적 난맥상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11-04 14:13:35
김광호서울청장·이임재 전 용산서장 행적 의문 증폭
金, 서울청 내부 보고 못 받아…류미진, 상황실 비워
특감팀 "李, 참사 5분뒤 아닌 50분 지나 현장 도착"
특수본 "성역 없이 수사"…尹·金 등 지휘부도 대상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울에 없었던 것으로 4일 드러났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한참 지나서야 첫 보고를 받았다. 관할 구역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발생 5분만에 현장에 갔다고 했는데, 50분 뒤에야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 대응이 늦고 부실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경찰의 기강 해이와 지휘 보고체제 구멍 등 총체적 난맥이 상상 이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청장은 참사 당시 토요일 휴일을 맞아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밤 11시쯤 취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잠들 때까지 참사 발생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지난달 29일 밤 11시는 참사가 벌어진 지 약 45분 뒤다. 서울에서 긴급 상황이 벌어졌는데, 치안 책임자는 영문도 모른 채 지방에서 잠든 것이다.
당일 밤 11시32분쯤 경찰청 상황담당관은 윤 청장에게 인명사고 발생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20분 뒤에는 전화도 걸었다. 윤 총장은 그러나 문자도, 전화도 놓쳤다.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0시14분에야 상황담당관과 연결됐다. 윤 청장은 상황을 보고받은 즉시 서울로 출발했고 5분 뒤 김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로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윤 청장이 경찰청에서 지휘부 회의를 주재한 건 지난달 30일 오전 2시30분쯤이다. 참사 인지 2시간16분 뒤다. 상경에 시간이 걸렸던 탓이다. 이때는 사망자가 59명이라는 소방당국 집계가 나온 시점이었다.
윤 청장의 인지 시점은 이상민 행정자치부 장관(지난달 29일 밤 11시20분)보다 54분 늦고 윤석열 대통령(지난달 29일 밤 11시1분)보다는 1시간13분 뒤였다.
참사 당일 용산경찰서장·서울경찰청 112실장·서울경찰청장 행적에 대한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이들 간 지휘 보고 체계가 무너져 사고 대응 체계 난맥상이 민낯을 드러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은 참사 당일 용산구 삼각지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다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보고를 받고 오후 9시30분쯤 자리를 떴다고 한다.
앞서 공개된 이태원 사고 관련 용산경찰서 112 상황 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5분 후인 오후 10시2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그러나 이날 "이 전 서장이 참사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1시 5분"이라고 밝혔다. 당일 오후 10시 15분 들어온 최초 신고 이후 50분이 지나서야 도착한 것이다. 이 전 서장이 상황 보고서에 '허위 기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전 서장이 저녁을 먹던 식당과 참사 현장 사이 거리는 약 2km다. 도보로 30분 거리다. 그런데 이 전 서장은 이를 1시간 30분에 걸쳐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감팀은 "사고 현장을 총괄할 의무가 있는 관할 경찰서장이 뒤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보고도 지연했다"고 지적했다.
특수본은 감찰기록과 휴대전화 이용내역 등을 통해 집회 종료 후 약 2시간 동안 이 전 서장의 동선을 확인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서장이 집회 대응 후 만찬을 하면서 술을 마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술에 취해 '늑장 대응'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술자리 흔적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서울청장은 당일 밤 11시 36분쯤 이 전 서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 앞서 당일 오후 1∼9시까지는 서울청에서 광화문∼삼각지 부근에서 벌어진 집회를 관리했다고 한다. 그는 오후 9시 이후부터 첫 보고를 받을 때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택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서장이 참사 발생 1시간 21분이 지난 밤 11시 36분 김 서울청장에게 보고한 건 경찰의 지휘 체계가 무너진 단적인 사례로 여겨진다. 경찰 내 최상급기관인 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오전 0시 2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이태원 참사 관련 '치안 상황 보고'를 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 47분 만이었다.
서울청은 참사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 18분 소방청으로부터 공조요청을 받았다. 참사 발생 3분 만에 사고를 인지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청 최고 책임자인 김 서울청장은 내부 보고를 받지 못했다. 이 전 서장에게서 첫 보고를 받고 나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또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했던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대기발령)은 참사 당일 상황실이 아닌 자기 사무실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날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사고 원인 규명을 통해 범죄 혐의가 있는 관계자는 신속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브리핑을 통해 "안타까운 사고와 관련해 한 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성역없는 수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 조사 결과 업무 태만과 늑장보고, 지휘 부실 등이 확인된 이 전 서장과 류 과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특수본은 윤 청장과 김 서울청장 등 지휘부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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