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보다 독한 유승민, 정부 또 직격…친윤 반발에 내홍 조짐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11-01 09:49:04
尹정부 책임론 연일 제기…이상민 파면도 공개 촉구
성일종 "파면 얘기 부적절"…김재원 "반사이익 노려"
劉, 비윤 노선 당권 행보…번지는 '유승민 리스크'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친정'인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1일 페이스북에 '헌법 제34조 6항'을 게시하고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헌법 제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의 헌법 조항 소환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작심하고 '윗선'을 향해 대항하거나 문제를 삼을 때 동원하는 무기가 헌법 조항이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촉구했다.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이 장관 발언을 질타하면서다. 이 장관 파면을 공개 주장한 여권 인사는 유 전 의원이 처음이었다.
유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가가 왜 존재하나.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을 수는 없다"며 "며칠 애도만 하고 수습만 하고 지나간다면 또 다른 재앙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내에선 "유 전 의원이 야당보다 더 독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친윤(친윤석열)계는 불만과 반감을 드러냈다. 한 친윤계 인사는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사고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유 전 의원이 자꾸 정부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며 "가뜩이나 민심이 나빠질까 걱정스러운데, 유 전 의원이 불을 지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안 그러는데, 유 전 의원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상민 파면론'에 대해 "(유 전 의원이) 지금 왜 이 문제를 거론하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내놓기 적절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성 의장은 "지금은 모든 국력을 집중해 빨리 이 사태를 마무리하고 수습하는 것이 먼저"라며 "이 장관도 밤잠 자지 못하며 일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 장관 파면 요구를 야당 대표가 아니라 유 전 의원이 했다는 것에 놀랐다"며 "정치적 반사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 말은 애도 분위기를 틈타고 들어와 어떤 정치적인 반사 이익을 얻으려고 말 한다는 그런 생각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지금은 전문가도 아니면서 해법을 내놓는다든가 그럴 때가 아니라 여당 소속으로 약간의 책임감을 느끼고 기다려야 할 때"라며 "조금 자제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혁 비대위원은 전날 밤 CBS라디오에서 "이 장관 발언은 부적했지만 그렇다고 파면까지 거론하는 건 야박하다"고 말했다. 파면까지 요구해선 안 된다는 당 지도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전날 논란이 확산되자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민감한 사안을 놓고 유 전 의원이 정부와 날을 세우는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척을 지더라도 비주류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한 것으로 읽힌다. 비윤(비윤석열)계 구심축으로 자리잡아 차기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당내 비윤계 결속은 물론 당 밖 중도층 표심을 겨냥한 포석이다. 그런 만큼 친윤계 반발과 반격으로 당이 다시 내홍의 길로 빠져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준석 리스크'가 사라지니 '유승민 리스크'가 자라고 있다"며 "차기 전당대회까지 바람 잘 날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말을 아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유 전 의원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은 의견이 없다"고 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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