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까?

김당

dangk@kpinews.kr | 2022-10-26 15:59:02

미 국방부 "국익과 미 국민 보호 우선…중국 다음이 러-북-이란 위협"
확장억제 강조하며 전술핵 배치 회의적…'핵 억제'에서 '통합 억제'로
미 국가안보전략(NSS) "중국은 유일한 경쟁자"…'통합 억제'에 초점

미 국방부는 '2개의 동시 전쟁'을 상정한 질문에 "우리는 중국의 도전에 집중할 것이지만 러시아나 북한, 이란도 우리의 안보 및 방위 태세 측면에서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이 2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국가안보전략(NSS)과 국방전략(NDS)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우리는 추격하는 도전인 중국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제공]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 위기를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위협으로 인해 중국, 북한의 위협으로 심화되고 있는데, 미국은 평화를 위한 동시적 준비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국익과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우선 "미군은 세계 여러 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의 동맹, 파트너들과의 약속을 계속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의 이익과 미국 국민들을 보호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래서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및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우리는 추격하는 도전인 중국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며 중국이 우선 과제임을 확인했다.

미국은 지난 12일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점 더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모두 갖춘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이다"라고 못박았다.

라이더 대변인은 이어 "하지만 러시아, 북한, 이란 같은 국가들도 계속해서 우리의 안보와 방위태세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병력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보다 확장 억제가 더 효과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한국, 일본을 포함한 역내의 동맹∙파트너와 함께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고 확장 억제를 강조하며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이어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무력 충돌에도 이르지 않도록 하는 강력한 억지력(deterrence)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 일본 등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의 핵우산 등을 통해 한반도를 방어하는 현재의 확장억제 정책을 강조한 것으로, 전술핵 배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개념이 '핵 억제(nuclear deterrence)'에서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로 바뀐 것과 관련이 있다.

앞서 라이더 대변인은 지난 18일 미국 전략자산의 한국 상시 배치와 관련한 질문에 "이미 한반도에 2만80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의 방어 관계에 대한 우리 공약의 신호"라고 답한 바 있다.

최근 공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에 따르면 미국 안보전략의 최우선 순위는 중국의 도전이지만, 미군 2만8000명이 주둔한 한반도 역시 "가장 중요한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우선 순위에 해당하는 셈이다.

한편 라이더 대변인은 새로운 국방전략서(NDS) 공개와 관련, "곧 공개될 것으로 기대하며 그와 관련해 업데이트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 미 국방부가 앞서 '국방전략'(NDS)에서 안보 위협국가로 지목한 4국 국방력 보고서의 표지 [미 국방부 누리집 캡처]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국가안보 전체를 총괄하는 국가안보전략서(NSS)를 공개했으며, 이에 따라 국방전략서(NDS), 핵태세검토보고서(NPR), 미사일방어검토보고서(MDR) 등도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NSS에서 제시한 국방에 대한 접근방식은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로 요약된다. '통합 억제'는 '2개의 전쟁'을 상정한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유기적인 참전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은 '핵 억제(nuclear deterrence)'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2021년부터는 '통합 억제(integrated deterrence)'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핵억제가 핵에 핵으로 대응하는 개념이라면, 통합 억제는 핵과 함께 재래식 무기, 사이버 공간, 우주 공간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은 전통적으로 '2개의 전쟁' 전략을 유지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유럽)과 군국주의 일본(태평양)을 동시에 상대했던 것에서 비롯된 '2개의 전쟁' 개념은 윈홀드윈(win-hold-win) 전략을 거쳐 윈윈(win-win) 전략으로 정립됐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의 '윈홀드윈'은 2개 핵심지역에서 전쟁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한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승리하고, 다른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쟁에 대해서도 이길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클린턴 행정부 때 중동에서 국지적 전면전을 치르면서도 중국과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2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힘을 구축하면서 윈윈(win-win) 전략으로 더 공고해졌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미국의 경제 위기와 천문학적인 국방비에 부담을 이유로 국방비를 대폭 감축함에 따라 2개의 전쟁 전략은 사실상 폐기되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 혼자 지구방위군 역할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유럽과 한국 등 동맹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다.

그런데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합 억제'라는 명칭으로 '2개의 전쟁' 전략이 부활한 셈이다.

▲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의 별도의 상자 설명(22쪽)에서 "우리의 국방전략은 통합 억지력에 의존한다"면서 "이는 적대적 활동의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는 것을 잠재적인 적에게 납득시키는 능력의 완벽한 조합"이라고 '통합 억제'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NSS 캡처]

바이든 행정부 NSS에서는 별도의 상자 설명(22쪽)에서 "우리의 국방전략은 통합 억지력에 의존한다"고 전제하고, "이는 적대적 활동의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는 것을 잠재적인 적에게 납득시키는 능력의 완벽한 조합"이라면서 '통합 억제' 개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은 중국, 러시아 및 기타 국가의 침략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더 유능한 경쟁자들과 전통적인 갈등의 문턱을 넘어선 위협적인 행동에 대한 새로운 전략은 우리가 재래식 전력과 핵 억지력에만 의존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방어전략은 중국을 우리의 속도조절 과제로 삼아 억제력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통합 억제 개념을 구체화한 콜린 칼(Colin Kahl) 미 국방정책 차관은 당시 "통합 억제는 모든 국가 권력 도구의 통합을 의미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다른 경쟁자나 잠재적인 적에 비해 실질적으로 비대칭적인 이점을 갖고 있는 동맹국과 파트너 사이에 통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칼 차관은 "통합 억제를 위해서는 전체 동맹 시스템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협력해 적들이 미국을 상대할 뿐만 아니라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가 연합을 상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통합 억제' 전략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통합 억제가 북한을 넘어 중국을 염두에 두고 한국군의 전시 군사력 운용은 물론, 평시 군사력 건설을 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논제에 대한 논평에서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전략 전개로 상대방의 핵 무력 준비를 사전에 치밀하게 읽어내고 대응할 수 있으며, 과거와 달리 공격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억제 전략이 가능해졌다"며 통합 억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 교수는 "이(통합 억제)는 한국 자체의 3축 체제로 대응하는 것에 비해 훨씬 효율적인 억제 체제 구축을 가능하게 한다"며 "미국의 통합 억제 전략과 한국의 3축 체계를 결합해 북핵 위협에 대한 현실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석열 정부도 바이든 정부의 '통제 억제' 전략에 맞춰가는 모양새이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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