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 버튼 만지작…전술핵무기 사용 촉구한 카디로프 승진
김당
dangk@kpinews.kr | 2022-10-06 11:04:57
전략 핵어뢰 탑재 러 핵잠함 북극해로…미 '포드' 핵함모 대서양으로
우크라이나, 핵전쟁 대비해 대피소 설치 및 요오드화 칼륨 지급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전술핵무기 사용을 공개 요청한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을 상장으로 승진시켰다.
카디로프는 5일(현지시간) 텔레그램에서 "여러분과 기쁜 소식을 나누고 싶다"며 "러시아 대통령이 나에게 상장 계급을 수여했다"고 자신의 진급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러시아군 계급 상장(генерал-полковник, 영어 colonel general)은 미국 등 서방권 군대의 중장(3성 장군)과 대장(4성 장군) 사이의 계급으로 간주된다.
카디로프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곧바로 용맹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체첸 민병대, 이른바 "카디롭찌(Kadyrovtsi)"를 포함한 군대를 전장에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해온 푸틴의 충성파이다.
그는 지난달 체첸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전선에 2만 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푸틴의) 부분 동원령 발표 이전에도 징병 계획을 254%까지 초과 달성했다"고 충성심을 과시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 3일 텔레그램 메시징 앱에 올린 글에서 아담(14)을 포함해 엘리(15)와 아크맛(16) 등 자신의 10대 아들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었다. 러시아는 18세 이하 어린이들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엔 조약에 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세 아들이 전투 훈련을 받는 영상을 함께 올리고, "농담이 아니다"며 "실제 싸움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할 때이며 나는 (자식들의) 이런 열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독립언론인 '모스크바 타임스'는 푸틴이 군 동원령을 발령할 만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수세에 몰리자 측근들이 전술핵무기 사용을 권고하는 시점에 카디로프의 상장 승진이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카디로프는 이번 주에 러시아군이 전략 요충지인 우크라이나 리만에서 철수한 후, 러시아군이 병법의 기본도 모른다며 지휘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특수 군사작전(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국경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저위력 핵무기(전술핵)를 사용하는 것까지 더 과감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모스크바에 공개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주에 알렉산드르 주라블리요프 상장을 서부군 사령관 해임하고, 후임으로 로만 베르드니코프 중장을 임명했다. 주라블리요프 상장은 2016년 러시아의 시리아 주둔군을 성공적으로 지휘해 '러시아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인데 최근 불리해진 전황에 대한 문책성 경질을 당한 것이다.
문제는 푸틴이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강경파들에 둘러싸여 자칫 치명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푸틴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은 최근 "(저위력) 전술 핵무기보다 훨씬 강력한 전략 핵무기도 쓸 수 있다"고 공언했다.
푸틴 대통령도 군 동원령을 발표한 지난달 21일과 30일에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핵무기 사용 의지를 내비쳤다. 더욱이 푸틴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으로 수세에 몰리자 핵무기 사용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정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서방 매체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3일, 대형 화물열차가 신형 병력수송차량과 장비를 싣고 이동하는 장면을 담은 친러 성향 텔레그램 채널 '리바르'의 영상을 소개했다. 영상 촬영 시점은 지난 주말이고, 장소는 러시아 중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방면 남향으로 알려졌다.
폴란드의 국방 전문 분석가는 이 열차가 러시아 국방부에서 핵 장비 유지·관리와 수송, 관련 부대 배치를 담당하는 제12총국과 연계돼 있다고 이 신문에 밝혔다.
앞서 이탈리아 신문 라레푸블리카는 지난 2일 100Mt(메가톤)급 전략 핵 어뢰인 '포세이돈'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 K-329 '벨고로드'함이 북극해를 향해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북극해의 카라해 일원에서 러시아의 핵 어뢰 시험 발사가 임박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촉발시켰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가 '지구 종말의 무기(doomsday weapon)'라고 불리는 '포세이돈' 시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경고 첩보를 회원국과 동맹국들에 보냈다.
이와 관련해 미 '폭스뉴스'는 4일, 벨고로드함이 7월까지 러시아 백해 기지에 정박해 있다가 최근 자취를 감췄다는 다수 보도가 있다고 전했다.
벨고로드함의 제원은 기밀이지만 핵 공격이 가능한 미사일과 포세이돈을 최대 6~8기 탑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러시아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서방 당국자들의 경고와 핵전쟁에 대비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러시아의 핵 공격 우려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할 경우 상당히 위험해지고 무모해질 수 있다"며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3일 CBS 인터뷰에서 밝혔다.
미 해군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함을 대서양으로 출항시켰다고 4일 발표했다.
미 해군은 이날 "제럴드 포드함과 타격 전단이 대서양과 지중해에서 동맹국과 작전(훈련)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등 9개국 병력 9000여 명, 함정 20척, 항공기 60대가 투입된다.
제럴드 포드함의 이같은 움직임은 핵 어뢰를 탑재한 러시아 핵잠수함이 북극해로 이동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뤄졌다.
미군 당국은 제럴드 포드함의 이동을 벨고로드함 관련 보도와 직접 연관 짓지는 않았으나, 유럽 매체들은 러시아의 핵 무력 시위 가능성에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는 핵전쟁 대피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고 4일부터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다.
키이우 시 당국은 요오드화칼륨을 시민들에게 배포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해당 약품을 받은 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며 상황의 엄중함을 실감한다고 적고 있다. 요오드화칼륨은 인체가 방사선을 흡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약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4일 전화회견에서,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다는 보도들을 확인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서방 정치인과 국가 원수들이 언론을 이용해 핵 관련 허언 기술을 연습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한 핵전쟁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18%의 병합을 승인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 지역에 대한 공격을 '러시아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하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