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軍 동원령이 푸틴의 몰락 초래하나
김당
dangk@kpinews.kr | 2022-09-27 17:19:02
2차대전 이후 첫 동원령으로 인해 겪는 혼란이 불안 가중
크렘린 "러시아 국경 봉쇄 결정 없다"…28일에 봉쇄 관측
모스크바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군(軍) 동원령을 발표한 이후, 수천 명의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에 싸우러 가는 대신에 러시아를 떠나는 길을 택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남부 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지역에 위치한 우스트 일림스크 시에서는 예비군 소집에 분노한 청년이 동원 모집 사무소를 총으로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동원에 분노한 용의자는 "아무도 싸우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 군인인 징병 사무소장을 총으로 쐈다.
25세인 총격범은 현장에서 체포돼 구금되었으며 징병 사무소장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르 코브제프 이르쿠츠크 주지사는 "우리가 단결해야 하는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며 "우리는 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에 맞서 싸워야 한다"라고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독려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군대 경험이 없는 아들(총격 용의자)이 동원령을 받은 뒤에 매우 속상해했다"는 어머니의 말을 인용해 "일부(부분) 동원이 있을 거라고 했는데 전원을 데려가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연설을 했다. 연설의 메시지는 두 가지였다.
우선 푸틴은 예비군 30만 명을 징집하는 것을 골자로 한 '부분 동원령'을 발령했다. 이 동원령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합병하는 투표를 할 것이라는 발표와 함께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4개 지역에 대한 러시아 영토 편입을 기정사실화해 방어 전력을 증원하고, 합병한 러시아 영토가 공격을 받을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방어수단을 사용하겠다는 으름장이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날 "특별한 군사 기술이나 전투 경험이 있는 예비역 러시아인들만 징집 서류를 받게 될 것"이라며 "대학생을 제외한 18∼27세 남성 중 1년간 의무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 30만 명이 징집 대상"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육군 총참모부의 조직 및 동원 감독관인 블라디미르 침얀스키 소장은 "징집 순서는 없으며 전투 경험과 적절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우선 순위가 부여된다"며 "사병-하사관은 최고 35세, 장교는 최고 50~55세까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동원령에 불만을 가진 청년들이 늘어나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 24일 '당근과 채찍'을 동원했다. '당근'은 징집 유예 대상인 대학생과 청년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한 조치로서 '동원중 병역유예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다.
'채찍'은 적에게 자진 투항하거나 탈영하는 등 명령에 불복종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러시아 형법 개정안을 승인한 것이다. 징집 대상자들의 반전 시위 참여나, 인근 국가로의 탈출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
하지만 반전단체 '베스나(Vesna)'는 "아버지, 형제, 남편이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려 들어간다는 의미"라며 동원령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일림스크 시의 징집 사례에서 보듯, 현장에서는 군대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소집 영장이 발부되는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일부 서류가 잘못 발송됐으며 지역 당국과 국방부에서 이를 수정하고 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알 자지라'는 이런 혼선에 대해 "누가 가야 하고 누가 가지 말아야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2차 대전 이후 처음 겪는 동원령이다 보니 정부도 국민도 모두 경험이 없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혼란과 공포는 러시아발 항공편이 매진되고 러시아 시민이 보기 드물게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친서방 국가인 조지아(그루지아)로 가는 유일한 도로는 국경 검문소에서 48시간 동안 줄을 서 있다는 보도로 이어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보복이 두려워 이름만 밝힌 조지아 접경 지역의 한 러시아인은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며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정권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과 몽골과의 국경을 넘는 도로에도 긴 차량 행렬이 목격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러시아 상원에서 크림반도를 대표하는 세르게이 체코프 의원은 관영 리아노보스티(RIA) 통신에 "징병 연령인 모든 사람은 현 상황에서 해외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방과 연결된 국경 지역의 긴 줄과 탈출 행렬은 급기야 26일 국경 폐쇄 가능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이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답했지만,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줄이 더 길어질 경우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한 국경 폐쇄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탈출 러시는 러시아 당국의 언론 탄압으로 망명 중인 두 독립매체의 보도가 촉발시켰다.
앞서 독립언론 메두자(meduza)는 "동원령 발표 이후 국경선이 길고 수십 개의 검문소가 있는 카자흐스탄이 러시아를 떠나려는 사람들의 주요 탈출구가 되었다"며 "카자흐스탄 주요 도시 근처의 인기 검문소에는 수 킬로미터의 대기열이 형성되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거의 수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일주일 동안 이 나라를 탈출했다"며 러시아인들이 국경 도시에 대거 몰리면서 집세도 올라 우랄스크에서는 임대료가 며칠 사이에 3~4배나 올랐고, 호텔과 호스텔은 몇 주 전에 미리 예약되어 있다고 전했다.
메두자는 27일 "전날 아침 조지아 국경의 어퍼 라스(Upper Lars) 검문소의 대기열은 20km에 걸쳐 늘어서 있으며, 국경을 넘는 데는 3~4일이 걸린다"며 "FSB(연방보안국)가 장갑차를 어퍼 라스 검문소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익명의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러시아 합병에 관한 국민투표가 끝난 후 동원령 대상인 남성은 군 등록 및 징집 사무소의 허가 없이 러시아를 떠나는 것이 금지될 계획"이라며 금지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날짜는 28일이라고 전했다.
다른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는 27일 지난 21일 동원령 발표와 함께 러시아에서 시작된 전쟁과 강제징집에 반대하는 시위 발생 지도를 인포그래픽으로 전했다.
이에 따르면 극동의 프리모르스키 크라이부터 역외 영토인 서부 칼리닌드라드까지 전국적으로 군 등록 및 징집 사무실과 관리 건물에서 최소 21건의 방화 사례가 집계됐다.
노바야 가제타는 또한 러시아 인권 단체 OVD-Info를 인용해 "최소 52개 도시에서 동원령과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져 2333명이 구금됐는데, 이 중 952명은 모스크바, 644명은 상트페테르부르크, 101명은 마하치칼라에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특히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징병 반대 시위가 벌어져 경찰과의 접전이 며칠 동안 계속돼 수도 마하치칼라에서 70명 이상이 체포됐다"며 "보안군은 시위대를 향해 전기충격기, 곤봉,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무슬림이 다수인 자치공화국(다게스탄)과 시베리아 몽골 불교도의 고향인 부랴티아처럼 소수 민족이 우세한 지역에서 충돌이 커지는 양상이다.
러시아 언론의 사망 통지서 집계에 따르면 무슬림이 다수인 북부 코카서스의 다게스탄 지역은 러시아 연방의 다른 어떤 지역보다 더 많은 남성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평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대도시에서 반대 의견을 촉발하는 것을 막으려고 변경 지역과 소수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군인을 징집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밀리 페리스 연구원은 앞서 동원령을 발령한 푸틴 연설의 정밀분석에서 "푸틴이 부분 동원을 지시한 사실은 크렘린 내부 강경파의 압력에 어느 정도 고개를 숙였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영국 국방부는 26일 "수만 명의 예비군이 이미 징집 명령을 받았다"며 그들은 최소한의 준비 끝에 이탈자가 많은 최전선으로 신속하게 보내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은 '보스토크'(동방)를 외치며 동쪽을 가리키지만, 수만 명이 러시아인들은 이미 서방으로 탈출했고, 더 많은 러시아인들이 탈출하려는 줄에 서 있다. 이에 푸틴이 야심차게 발령한 동원령이 푸틴의 몰락을 재촉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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