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막말로 얼룩진 尹 해외순방…지지율에 약 아닌 독?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9-23 10:03:15

한국갤럽 尹 지지율 28%, 5%p↓…1주 만에 20%대로
통상 순방시 컨벤션 효과…尹, 혜택 못누리고 곤욕
비속어 사과 외면…野 공세 자초 부적절 대응 지적
외교안보라인 문책론 확산…김태효 1순위로 꼽혀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캐나다를 방문해 첫 일정으로 토론토대학에서 인공지능(AI) 전문가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튿날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AI 분야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출국해 영국·미국에 이어 캐나다에서 숨가쁜 외교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런던에서 엘리자베스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고 뉴욕에서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했다. 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세 차례 대면했다. 모두 국익에 직결된 굵직한 이벤트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윤 대통령이 같은 날 뉴욕 유엔총회장 인근의 한 콘퍼런스 빌딩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전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

윤 대통령 입장에선 유엔무대 데뷔, 2년 9개월만의 한일 정상회담 등은 순방 성과로 내세울 만하다. 순방 효과에 따른 지지율 제고도 기대할 법하다.

역대 대통령은 해외순방에 따른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오르는 경우가 다수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3일 "대통령이 국위 선양을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니며 정상외교 등으로 강행군을 하면 국민 평가는 자연히 후해진다"며 "순방에 별 문제가 없으면 대략 3~5% 포인트 정도 지지율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첫 해외 방문에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6월말 취임 후 첫 해외방문에서 지지율 상승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이번 해외순방도 마찬가지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잇단 논란에다 막말이 전면에 부상하며 정상회담 등을 통한 순방 업적을 덮은 탓이다. 해외순방이 지지율에 약이 되기는커녕 해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리자베스2세 조문 일정이 취소된 것부터 고난의 시작이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메시지가 없었던 것도 도마에 올랐다. 또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먼저 찾아가 회담한 게 시빗거리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대신 '48초' 대화한 건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굴종외교" "외교참사"라고 퍼부었다. 윤 대통령이 뉴욕 행사 후 "이XX들", "X팔려서"라는 비속어를 쓴 것은 '화룡정점'이었다. 대통령실은 "비속어 대상은 바이든이 아닌 야당"이라고 해명해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8%로 나타났다. 전주 대비 5%포인트(p) 떨어져 한 주 만에 30%대가 다시 무너졌다. 조문 논란과 한미, 한일 정상회담 축소 진행, 비속어 파문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고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까지 비속어 파문에 대한 직접적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논란의 불씨를 제거할 기회를 놓쳐 야당 추가 공세의 빌미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면돌파 대신 방어에 치중한 건 매를 버는 대응으로, 부적절했다는 시각에서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국민들은 망신살이고 굴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그 용어가 우리 국회를, 우리 야당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많이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대통령 의전과 정상외교 일정을 제대로 관리, 조율하지 못해 파행과 혼선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인책론이 번지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발표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책임이 쏠린다. "김 1차장이 과욕을 부려 확정되지 않은 일정을 단정해 공개했다"는 비판이 높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전날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실이 한일 정상회담을 성급하게 먼저 발표한 게 독이 됐다"며 "대통령실이 왜 일을 제대로 못하냐 하는 여론이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 국면인데, 찬물을 끼얹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핵심당직자는 "한미 정상이 회담 대신 1분도 안되는 대화만 한데 대해선 누군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고 질타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김 1차장이 외교정책을 쥐락펴락하며 독주한다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라며 "1순위 인책 대상은 김 1차장"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박진 외교부장관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번에 외교안보라인을 재정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영미 방문은 총체적 실패"라며 "유일한 성과는 김건희 여사 무사고뿐"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원장은 "의전을 담당한 대통령실과 외교부 고위 관계자, 김태효 차장 등은 책임을 물어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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