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의 안보리 거부권 박탈·침략 범죄 처벌해야"
김당
dangk@kpinews.kr | 2022-09-22 16:17:53
특별재판소 설치·전쟁보상금 요청…북한 등 '왕따국가' 7개국 비판
푸틴의 軍동원령 발령 뒤 유엔총회서 영상연설…기립박수로 화답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거부권을 박탈하고 특별 재판소를 설치해 유엔헌장을 위반한 러시아의 침략 범죄를 처벌할 것을 유엔에 촉구했다.
또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종식과 우크라이나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침략에 대한 처벌 △생명 보호 △영토 완결성 및 치안 회복 △안전 보장 △자위 결정권 확립 등 5가지를 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예비군 30만 명을 소집할 계획을 발표한 지 몇 시간 만에 유엔 총회(UNGA)에서 한 녹화 영상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전쟁범죄가 저질러졌고 우리는 정당한 처벌을 요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카키색 티셔츠를 입은 젤렌스키는 먼저 "나는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가 침공을 개시한) 2월24일까지 전쟁을 막기 위해 다양한 형식의 88차례 회담을 가졌다"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올해 전면 침공을 감행했고, 우리는 스스로 방어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침략자의 처벌을 위해 국제기구의 의사결정 당사자인 상황과 절연해야 한다"며 "적어도 공격이 지속되는 한 침략을 정당화하는 그들이(러시아가) 보유한 안보리 상임이사국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헌장을 위반한 침략국인 러시아가 세계 평화와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일원으로 각종 의결권과 거부권을 갖고 있는 것이 유엔 정신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유엔의 전쟁 중단 논의에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러시아는 앞서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결의안을 거부권을 행사해 거부한 바 있다.
이에 유엔총회는 지난 3월 본회의를 열고 러시아 침공 규탄과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유엔총회 결의는 구속력이 없다.
당시 결의안은 181개국 중 과반수가 훨씬 넘는 141개국 찬성으로 통과됐다. 러시아·시리아·벨라루스·북한 등 5개국이 반대표를 던졌으며 중국·인도·이란 등 35개국은 기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러시아는 전쟁을 원하지만 역사의 흐름을 멈출 수 없다"며 "나는 다른 기준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배제하며 러시아는 이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에 돌입해 전쟁을 종식할 것을 요구한 비서방 국가들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그들은 협상을 거론하지만 부분 동원령을 발표한다. 그들은 협상을 말하면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영토 합병을 위한) 가짜 투표를 선언했다"며 러시아가 전쟁 종식에 진지한 뜻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어 연설에서 침략을 처벌하고 생명을 보호하며 안보와 영토 보전을 회복하고 항구적 안보를 보장하고 결단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평화의 공식을 설명하면서 "여기에는 중립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가치와 평화가 공격받고 있을 때 중립을 말하는 것은 다른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들은 프로토콜에 대해서만 공감한다"며 "그래서 누군가를 보호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기득권만 보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말한 평화 공식이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다"면서 "침략 범죄에 대한 처벌에는 무역 및 여행 금지와 같은 제재 이행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우리 국가에 대한 침략 범죄에 대해 러시아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 재판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것은 모든 '잠재적' 침략자들에게 그들이 평화를 소중히 여기거나 세계로부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특별 재판소를 설립하기 위한 정확한 단계를 준비했고 모든 국가에 제출할 것"이며 "우크라이나는 전쟁 배상금 지급을 위한 국제적 보상 메커니즘을 유엔 총회에 호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 점령 이후 수백구의 시신이 발견된 이지움(Izyum)과 부차(Bucha)를 거론하며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고 영토를 해방하려면 무기가 필요하다고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세상이 부차에서 목격한 것과 이지움에서 목격한 것의 유일한 차이는 집단 매장"이라며 "러시아군이 이지움에 오랜 시간 머물렀기 때문에 살해된 사람들의 시신이 거리에 흩어지지 않고 매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 이것은 생명을 위한 전쟁"이라며 영토를 해방하기 위한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공격용 무기 지원과 사회 안정을 위한 재정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는 또한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영토를 훔치려 하면 모든 세계 국가가 공격을 받게 된다"며 국제 사회가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웃 국가를 침공해 주권국가를 지도에서 지우려 한다"며 "러시아는 유엔 헌장의 핵심 교리를 뻔뻔하게 위반했다"고 강력 비판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더 많은 상임이사국과 비상임이사국을 포함하도록 개혁되어야 한다"면서도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거부권 행사를 삼가야 한다"고 말해, 러시아의 거부권 박탈과 테러 지원국 지정에는 거리를 뒀다.
젤렌스키 연설은 이번 유엔총회 기간 각국 정상들의 일반토의 연설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설이었다.
그는 세계 정상들 가운데 유일하게 화상으로 연설했다. 의사 규칙상 일반토의 참석 정상들은 대면 참석이 원칙이지만, 앞서 유엔총회는 전쟁 중인 상황을 고려해 압도적인 찬성(101개국)으로 예외를 인정했다. 19개국은 기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5분 분량의 연설 마무리에 자신의 화상연설이 가능하도록 투표해준 101개국에 감사를 표시하며 "(이는) 형식에 대한 투표만이 아니었고 원칙에 대한 투표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화상연설에 반대표를 던진 벨라루스, 쿠바, 북한, 에리트레아, 니카라과, 러시아, 시리아 등 7개 국가를 콕 집어 이들에 대해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옹호한 벨라루스와 시리아, 중남미의 오랜 후원국인 쿠바와 니카라과,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유일하게 북한과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통하는 에리트레아 등 7개 '왕따 국가'가 반대표를 던졌다.
젤렌스키의 이 같은 연설은 유엔 총회에 참여한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보기 드물게 기립 박수를 받았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부장관과 함께 유엔 총회장에 참석한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도 연설이 끝나자 기립박수로 남편을 응원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