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신당역 망언' 시의원 6개월 당원자격 정지? 이걸 징계라고 했나"

조채원

ccw@kpinews.kr | 2022-09-22 16:08:48

[인터뷰] "스토킹 살인과 부적절 발언 가해자 중심적 사고 때문"
"대책도 가해자 처벌에 치중…범죄예방·피해자 보호 강화해야"
"컨벤션 효과 전무…'이재명 지키기' 올인 모습에 신뢰 못 얻어"
"자리 연연에 환멸…공천 안받고 말지, 그런 정치인 안되려한다"

"국민 상식 수준에서 합당한 처벌인가. 그걸 징계라고 했나 싶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22일 UPI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갖고 당 소속 이상훈 서울시의원에게 '6개월 당원자격 정지' 징계를 내린 당 윤리심판원의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시의원은 지난 16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가해자를 놓고 "좋아하는데 받아주지 않으니 폭력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해 지탄을 받았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 윤리심판원에 이 의원에 대한 조속한 제명을 촉구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UPI뉴스 자료사진]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스토킹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 심각한 범죄인지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데서 나온 발언"이라며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커 당에서 빠른 조치를 한 것이겠지만 국민들 상식 수준에 맞는, 합당한 처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8·28 전당대회 후 가급적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책을 집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서만큼은 꼭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해 인터뷰에 응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우리 사회, 특히 남성 중심의 기득권에서는 스토킹 문제에 대해 가해자 중심적 사고가 더 통용돼 이런 사건과 발언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스토킹 범죄 대책도 피해자 보호보다는 가해자 처벌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서 힘을 받고 있는 스토킹 처벌의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의 공소권을 제한하는 처벌규정) 폐지를 넘어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신당역 사건 대책으로 '여성 직원들의 당직을 줄이겠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스토킹 문제의 원인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있다. 이번 사건은 우연히 벌어진 사고가 아니라 막을 수 있었던 범죄였다. 가해자가 보복살인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일자리를 줄이는 게 해결 방안일 수 있나. 우리 사회가 여전히 가해자 중심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스토킹 피해자, 여성이 당직을 하던 뭘 하던 개인으로서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피해자가 여가부로부터 상담 등을 지원 받았다면 비극적 사건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여가부 지원이 스토킹 혹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게 당면한 문제다.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지 홍보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성 안전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독립적인 부처가 있는데도 상황은 제자리인데, 여가부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현 정부다. 여가부 기능을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으로 다 쪼개버리면 안 그래도 부족한 스토킹 피해자 보호 조치가 후순위로 밀릴까 우려된다."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보나.

"20년 넘게 국회에 계류돼있던 스토킹 처벌법이 작년에야 시행됐지만 지금까지 총 8명이 스토킹으로 인한 살인으로 목숨을 잃었다. 스토킹범죄 처벌이 법제화됐지만 피해자 안전조치는 여전히 부족하다. 피해자들을 만나봤을 때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가해자로부터의 보호, 가해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조치가 같이 가야 한다. 반의사불벌죄 폐지는 처벌에 무게를 둔 조치다. 국회에 계류 중인 스토킹 방지법 개정안들도 대부분 가해자 제재와 처벌에 대한 내용이다. 물론 중요하지만 '피해자는 어떻게 되던 말던' 이란 식으로 보여진다. 정치권 논의도 반의사불벌죄 폐지에만 머물까봐 걱정된다. 스토킹 방지와 피해자 등에 대한 보호·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법안 처리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와 관심을 촉구한다."

−이재명 대표 당선 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와 민생의 철저한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건희 특검' 대 '이재명 사법 리스크' 이런 대결 구도가 정국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당이 민생을 챙긴다고 챙겨도, 정쟁에 가려질 수 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실책을 거듭하고 국민의힘 내홍이 극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표를 새로 뽑았는데도 여론조사 상 컨벤션 효과가 전혀 없지 않나. 말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이재명 지키기'에 올인하는 모습에 당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에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는 내가 짊어질 테니까 당은 민생을 챙겨라' 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그 말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의도에서 가장 주목받는 청년 정치인 중 한명이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청년 정치'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같이 힘을 모아 기득권을 함께 허물어내야 하지 않을까.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권에 어떤 문제를 제기하거나 자기 목소리를 내려 하면 '니가 뭘 아냐'는 식의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욕 안 먹고 안 다치려고 하면 뭘 바꿀 수 있겠나. 정치인이라고 하면 자신의 뜻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자리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 정치권에 있었지만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지향점보다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 적도 많다. 공천 안 받고 말지, 그런 정치인은 되지 않으려 한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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