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유엔 총회 기조연설…'자유' 21번·'북한' 0번, 왜?
장은현
eh@kpinews.kr | 2022-09-21 11:16:53
北 언급 전무…"핵무기·인권 집단 유린" 간접 겨냥
'담대한 구상'에 대한 北 비난 고려해 제외한 듯
尹 "北 도발시 단호대응" 유엔총장 "유엔 믿어도돼"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유엔 총회 기조 연설에서 "국제사회 연대를 통해 현재의 글로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설의 키워드는 이전 연설과 마찬가지로 '자유'였다. 예상과 달리 '담대한 구상'(북한에 제안한 비핵화 로드맵) 등 북한과 관련한 메시지는 없었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정상화 선언"이라며 윤 대통령 연설을 치켜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맹탕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10번째 순서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문 제목은 '자유와 연대: 전환기 해법의 모색'.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유'를 21번, '국제 사회'를 13번 외치며 국제사회 연대를 강조했다.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사와 8·15 경축사에서 부각한 자유의 가치를 유엔 무대로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평화'는 9번, '연대' 8번, '세계시민'과 '번영'은 각각 5번, '책임'은 4번 인용됐다. 윤 대통령의 주요 연설 때마다 등장했던 북한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건 단 한차례도 없었다.
윤 대통령은 15분 배정된 연설 시간 중 약 11분을 썼다. 연설문 분량은 약 2500자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유엔 연설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정치 입문 후 8·15 경축사까지 관통하는 일련의 메시지가 자유의 연대다. 이번 연설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며 "이번에는 유엔에 왔기 때문에 유엔 시스템을 중심으로 '회원국들이 연대하자',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자'는 메시지로 차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관련 단어가 빠진 건 주목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유엔 연설에서 등장했던 '한반도 평화'와 같은 표현은 일체 없었다. 윤 대통령 연설 당시 북한 대표부 자리는 비어 있었다.
대신 윤 대통령은 "오늘날 국제사회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 인권의 집단적 유린으로 또다시 세계 시민의 자유와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며 북한을 간접 겨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북 메시지는 '담대한 구상' 발표에서 더이상 보탤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대량 살상 무기, 인권 관련 언급으로 간접적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북한이 '담대한 구상' 제안을 거절하며 윤 대통령을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도 보인다.
윤 대통령은 "유엔이 창립된 직후 세계 평화를 위한 첫 번째 의미있는 미션은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하고 유엔군을 파견해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한 것이었다"며 "국제사회에 자유 수호와 확대, 평화와 번영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국제적 자유, 평화와 번영의 연대를 위한 구체적인 구상으로 ACT-A(Access to COVID-19 Tools Accelerator) 이니셔티브에 3억 달러, 세계은행의 금융중개기금에 3000만달러를 공약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진하는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를 더 많이 공유하고 지원과 교육 투자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한국 대표단석에 대통령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박진 외교부 장관, 황준국 주유엔대사가 앉아 경청했다.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갈색 재킷과 검은색 바지 차림으로 특별석에 착석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 후 유엔 사무국에서 30분 가량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의 노력을 지지해준 데 대해 늘 감사하다"고 밝혔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현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더 나은 길을 선택한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국제금융기구와 동북아까지 북한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럼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추가 핵 도발을 감행할 때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총장께서 관심을 두고 지원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윤 대통령과 대한민국은 유엔을 믿어도 된다"며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선 안보리 차원에서 명확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오늘 유엔총회 연설을 진심으로 감명 깊게 들었다"며 "전적으로 공감하고 압도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유엔 연설에 대한 정치권 반응은 극명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자유에 기반한 국제사회 연대를 강조함으로써 대한민국 외교 방향을 분명히 했다"며 "글로벌 중추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의지"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설이 추상적이고 하나마나한 한가롭고 공허한 단어의 조합에 불과했다"고 혹평했다.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왜 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야 하나. 핵무기, 비핵화 문제를 어렵게 설명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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