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자초하는 與 주류 세력…한번도 경험 못한 총체적 난맥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9-19 13:45:20
권성동 이어 정진석도 문자파동…내홍 확대 빌미줘
친윤계 반감·중진 눈치보기 드러난 원내대표 경선
안일·오만한 주류 태도·인식, 큰 문제…무능의 대가
국정을 책임진 여권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다반사다. 대통령실이나 집권 여당이나 '도긴개긴'이다.
주류 세력이 안일하고 오만한 태도와 인식을 지닌 게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지지율을 까먹는 헛발질이 반복되고 '이준석 사태'가 두 달 넘게 이어지는 배경이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은 여론조사에서 내분의 '주범'으로 꼽힌다. '국민 밉상'으로 찍혀 2선 후퇴 압박을 받고 있다. 덩달아 친윤계 주도권이 약해지는 흐름이다. 한마디로 '무능'의 대가다. 한 중진 의원은 19일 "집권 초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주류는 처음 봤다"며 "함량미달이 빚은 총체적 난맥"이라고 개탄했다.
대통령실은 878억 원을 들여 영빈관 신축을 추진하려다 역풍을 맞았다. 윤 대통령이 철회를 지시했으나 야당 공세로 여진이 만만치 않다.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13∼16일 전국 성인 2015명 대상)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4.4%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8%포인트(p) 상승했다. 지지율이 더 오를 수 있었는데, 영빈관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리얼미터 측은 "지지율이 주 중반 35%선을 넘었지만 후반들어 영빈관 논란에 하락하며 강보합으로 마무리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정우택 의원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영빈관 (신축) 시기와 방법에서 정무적 판단을 잘못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정 의원은 "민생이 어려운데 뜬금없이 800억 원대 영빈관 신축을 한다 하니 여론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당 주류와 이 전 대표의 싸움이 소송전을 통한 '치킨게임'으로 번진 데는 '문자 메시지 파동'이 결정적이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를 노출한 게 비대위 전환의 계기가 됐다. 이 전 대표는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했고 법원의 인용으로 당은 초유의 혼돈 상태를 겪었다.
그런데도 당 지도부가 내홍 확대의 빌미를 주는 문자를 '흘리는' 일이 되풀이됐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놓고 당 윤리위원인 유상범 의원과 나눈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된 것이다. 윤리위는 전날 이 전 대표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해 후폭풍이 거세다. "이 전 대표 제명 수순"이라는 관측이 많아 이 전 대표가 반발 중이다.
윤리위 결정에 대한 '윤심'(윤 대통령 마음) 작용설 등 갑론을박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양희 윤리위원장에게 영향을 손톱만큼이라도 끼치려면 당장 기자회견을 여실 분"이라며 '윤리위 배후설'을 일축했다.
정 위원장이 그래놓고 유 의원과 문자를 나눈 것은 '윤리위 독립성'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8월13일 유 의원에게 보낸 문자"라며 "그때 저는 비대위원장이 아니었고 평의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한 문자는 점심 약속 있냐는 게 전부다. 사실관계를 왜곡해 보도하는 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추가 징계가 논의되는 민감한 시점에 정 위원장이 윤리위원과 접촉하는 것 자체가 오해 살만한 부적절 처사로 비친다. 유 의원은 윤리위원직을 사퇴했다.
새 원내대표 선출 과정은 수준 낮은 집권당의 민낯을 보여줬다. 5선 주호영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투표한 106명 중 61명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맞대결을 펼쳤던 재선의 이용호 의원은 42표를 받아 의외로 선전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내용 상 주 의원이 패한 것"이라고 입맛을 다셨다.
주류 측은 주 의원 추대를 추진했다. 주 의원은 이미 원내대표를 지내 '재선' 명분이 약했다. 하지만 친윤계는 갈등 격화를 이유로 추대를 밀어붙였다. '윤심'이 실렸다는 얘기도 퍼졌다. 결국 이 의원 홀로 주 의원 경쟁자로 나서 '무늬만 경선'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주 의원은 57.5%로 간신히 당선됐다. 당의 한 관계자는 "당 운영을 주도하는 친윤계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이다. 국민의힘에서 3선 이상을 한 중진 여럿이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모두 출마를 포기했다. 짧은 임기와 함께 '윤심 눈치보기'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초·재선 행태도 도마에 오른다. 권력에 맞서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전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2024년 총선 공천을 위해 주류와 코드를 맞추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금 여당 의원에겐 쇄신과 '선당후사'는 요원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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