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윤석열과 김건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나?
UPI뉴스
| 2022-09-19 08:59:39
尹 내외, 무엇이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픽션의 세계' 살아
尹 정권, 최소한의 정권 이익조차 못 지키는 모습 기막혀
지난 8월 24일 대통령 부인 김건희 팬클럽 SNS에 "윤석열 대통령 대구 서문시장 8월 28일 12시 방문입니다"는 글이 게재됐다. 대통령 동선은 보안업무규정상 2급 비밀이라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이틀 후인 26일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우상호는 비대위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 관리를 진짜 해야 한다. 김 여사가 연락하지 않고는 (대통령 대외비 일정을) 팬클럽이 어떻게 아나. 이 분은 또 사고 치신다. 공적 마인드가 없다. 대통령 일정을 알려서 사람을 동원해야겠다는 발상을 하는 영부인이라면 사고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
정말 딱한 일이다. 일국의 영부인이 야당 지도자로부터 "또 사고 치신다. 공적 마인드가 없다"는 말을 들어야 할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설마' 했다. 그간 지겨울 정도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는데, '설마 또'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곧 김건희의 억울함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통령 경호처에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 금방 밝혀낼 수 있는 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그러는 거지? 닷새 후인 29일 <중앙일보>의 '분수대 칼럼'에 이런 설명이 나왔다. "윤 대통령 일정이나 사진을 올린 사람에게 입수 경로를 확인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석 달 전에도, 지금도 '알아보고 있다'는 두루뭉술 태도다."
다음날인 30일 언론전문지인 <미디어오늘>은 사설을 통해 "대통령 신변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정이 노출됐는데 '알음알음'이라느니 '특정한 의도'를 찾기 어려웠다며 '해프닝' 정도로 취급하는 듯한 모습에 기가 찰 뿐이다"고 했다. 하지만 진짜 기가 찬 건 경호처가 그런 식으로 대응함으로써 사실상 우상호의 주장 또는 예측을 확증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일 게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른바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 의혹 사건이 터졌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선 안되는 사람들'이 참석한 사실이 줄줄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복수의 극우 유튜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핵심피의자의 아들, 대통령 장모의 잔고 위조 공범,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의혹을 수사중인 경찰관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의원 조오섭은 "윤 대통령의 가짜 공정, 가짜 정의의 민낯, 도대체 그 끝은 어디까지입니까"라고 비난했다.
‹UPI뉴스› 편집국장 류순열은 9월 1일자 칼럼에서 "가짜 공정, 가짜 정의에 분통터지는 국민이 어디 야당 의원뿐이겠나"라면서 '법과 원칙', '공정과 정의'를 입에 달고 살던 강골 검사 윤석열의 상징자본은 흔적없이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법도, 원칙도, 공정도, 정의도, 이름도 남김없이 아득해졌으며, 거꾸로 치명적 부채가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젠 정말이지, 두 손, 아니 두 발 다 들었다. 이건 김건희의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의 문제다. 그런데 이상하다. 화가 나기보다는 실소(失笑)가 터져나오니 말이다. 오래 전에 본 만화나 개그의 한 장면이 아닌가 싶어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영세한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이라도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가족을 떠올리며 목숨을 걸다시피 하면서 성공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그런데 일국의 대통령이 된 사람이 최선을 다하느냐의 문제 이전에 자신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 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져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무신경하게 방치한다. 그래서 그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데도 계속 모른 척하고 다른 곳에 가서 다른 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외쳐댄다. 워낙 둔감과 무신경의 극치를 치닫는지라 엽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민주당 의원 윤건영은 9월 15일 "김 여사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치외법권 영역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는데,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 같다. 치외법권이니 뭐니 하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부부가 현실 세계의 영역을 벗어난 픽션의 세계로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픽션의 세계에 들어간 사람들의 귀엔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한다.
잘 생각해보시라. 앞서 거론한 의혹 사건들은 윤석열·김건희의 입장에선 무슨 대단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익은 비교적 사소하거나 평가하기 어려운 것인 반면, 논란이 되었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은 '가짜 공정, 가짜 정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큰 것이다. 그럼에도 왜 그런 일을 자꾸 반복해서 저질러야 한단 말인가?
탈레반식 도그마와 맹목적 돌진을 사랑했던 문재인 정권은 나라의 장래에 큰 부담을 안겨줄 과오들을 저질렀지만, 정권의 이익을 챙기는 일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능했다. 그 덕분에 문재인은 엄청난 실정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기말 지지율을 누릴 수 있었다.
반면 윤석열 정권은 제대로 된 국정운영도 해보기 전에 최소한의 정권 이익조차 지켜내지 못하면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다수 국민의 입장에선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도대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건지 궁금해진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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