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살인' 공분에 칼빼든 한동훈…"스토킹 합의해도 처벌"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9-16 16:35:58

尹 "스토킹 범죄 발붙일 수 없게…제도보완 지시"
법무부, 3시간만에 '반의사불벌죄' 폐지추진 밝혀
韓 "강력대응 필요"…신당역찾아 "국가가 못지켜줘"
尹·韓 직접 나서…민심영향, '젠더갈등' 우려한 듯
한국갤럽 차기지도자 호감도조사 여야 8인에 포함

윤석열 정부는 16일 서울 신당역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사건에 긴박하게 대응했다. 20대 여성이 스토킹 가해 남성에게 흉기로 살해됐기 때문에 국민적 공분이 급속히 번지고 있어서다.

자칫 '젠더 갈등'이 불거지면 민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으로 '표심 갈라치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신속한 처방이 필요한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섰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뒤를 받쳤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소아성기호증 아동성범죄자 치료감호 확대 추진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 보도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며 해당 사건을 먼저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하라"며 법무부에 '스토킹 방지법' 보완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에 스토킹 방지법을 제정·시행했지만 피해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출장 떠나기 전 법무부로 하여금 이 제도를 더 보완해 이러한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는 순찰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 가해자의 흉기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무부는 이날 피해자와 합의 등으로 가해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는 현행 스토킹범죄처벌법의 허점이 크다고 보고 정부 입법을 통해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도록 법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지시 3시간여 만에 이뤄진 조처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의사가 있어야만 수사 및 공소제기가 가능한 범죄를 말한다. 현행법상 스토킹범죄를 당해도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할 경우 수사기관의 개입이 불가능하다. 과거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 폐지에 반대했지만 이날 기조를 바꾼 셈이다.

한 장관은 대검찰청에 "가해자 접근 금지, 구속영장 적극 청구 등 스토킹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전날 저녁 퇴근 후엔 홀로 신당역을 찾아 "법무부 장관으로서 사건을 책임 있게 챙기기 위해 나왔다"며 "스토킹 범죄로 재판받던 범죄자가 스토킹 피해자를 살해했는데 국가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법무장관으로서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장관이 몸을 낮추며 엄정 대응 원칙을 밝힌데는 이번 사건이 민심에 작용할 영향력이 크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안이한 대처가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은 차기 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약진하고 있다. 범보수 진영에서 선두를 달리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그런 만큼 인화력이 큰 사안에 대해선 한 장관이 여론을 중시하며 신중하게 처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번 사건은 경찰과 검찰, 법원이 다 관련돼 있는데다 남녀간 젠더 갈등, 대결로 번질 소지가 크다"며 "한 장관이 잘 대처하지 못하면 책임론이 불거져 타격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각 41%, 40%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34%,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30%, 한 장관 28%로 집계됐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7%로 동률이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24%였다. 보수 성향 지지층에서는 오 시장 64%, 홍 시장 55%, 한 장관 55%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15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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