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도서지방 재생에너지 사업이 불안한 이유
UPI뉴스
| 2022-09-01 13:59:32
재생에너지 통한 도서지방의 에너지 자립은 꼭 성공해야
기존 기술의 보완과 새로운 기술을 찾는 상상력 필요
우리나라에는 3300여 개의 섬이 있다. 국토 면적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만 보더라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 4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이 가운데 연안에서 가까운 섬들은 다리로 연결돼 있지만 482개의 유인도 대부분은 배를 타야지만 들어갈 수 있다.
이들 섬의 문제 중의 하나가 전력공급이다. 케이블로 육지와 연결해 전기를 공급하기에는 비용에 비해 케이블 설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대부분 자체 디젤 발전으로 전력 수요를 감당해 왔다. 그런데 발전 비용이 비싸다는 문제뿐 아니라 디젤 연소에 따른 탄소 발생 문제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십수 년 전부터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이 시도됐다. 그러나 그때마다 돈과 시간만 낭비했을 뿐 원하는 효과는 얻지 못했다.
그런데 작년에도 산업통상자원부가 13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 소형 도서의 재생에너지 전환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전력이 이 사업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물론 지금껏 섬의 재생 에너지 사업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다시 추진하는 것을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그런데 지금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방향을 보면 또 한 번의 실패 기록을 추가하거나 본래의 뜻에 어긋난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
재생에너지 사업 실패한 섬에 원인 분석도 없이 재사업 추진
한국전력은 총 18개 지방 자치단체의 자가발전 도서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공모해 현재 4개 도서를 대상을 지정하고 추가로 24개 도서에 대해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선정된 4개 도서 가운데 부안군 왕등도를 제외한 3개 도서가 이미 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섬이라는 것이다.
제주도 가파도는 2012년에, 신안군 상태도는 2015년, 홍성군 죽도는 2016년에 풍력,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그러나 각 섬의 에너지 자급률을 보면 가파도는 28.1%에 불과하고 죽도는 60%, 상태도는 아예 자립도가 0%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 자급도를 높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자급률을 목표로 정해야 할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재생 에너지의 단점인 간헐성을 메우기 위해 에너지 저장장치, ESS 이외에도 디젤 발전을 대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인건비와 기회비용을 생각할 때 에너지 자급률이 80% 이상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들 3개 도서에 대해 다시 풍력이나 태양광 사업을 진행하려면 기존 사업이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기종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운영상에 하자가 있었는지, 디젤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사이의 연결에 잘못은 없었는지 따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누구에게 책임을 묻자는 차원이 아니라 도서 지방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꼭 같은 풍력 발전기를 세우고 비탈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그것은 뻔한 예산 낭비일 뿐이다. 법과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다.
도서 지방의 재생에너지 발전의 한계
①태양광 발전, 남쪽 사면에는 주거지 또는 논과 밭-땅이 없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려는 섬들은 대부분 소형 섬들이다. 그런데 태양광을 설치할만한 남쪽 사면에는 옹기종기 주거단지가 형성돼 있거나 논과 밭이 차지하고 있다. 아무리 소형 도서라고 하더라도 전력 수요를 감당할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땅을 구하기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태양광 발전은 보조 발전으로 사용하고 풍력이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섬은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풍력발전에 적합하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거기에는 큰 착오가 있다. 풍력발전의 문제를 짚어보자.
②소형 풍력발전의 구조적 문제
소형 도서에 설치되는 풍력 발전기는 발전 용량이 MW급의 대형 풍력 발전기가 아니라 그 이하의 중소형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다. 이 경우 강풍에 의한 파손은 불가피하다.
풍력 발전기는 높은 타워 위에 발전기가 얹혀 있는 형태다. 구조적으로 무거운 것을 타워가 지탱하고 있다. 마치 나무젓가락 위에 무거운 구조물을 올려놓은 것이다. 강풍이 불면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대형 풍력 발전기도 태풍에 넘어지는 사례를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형 풍력 발전기 제조사들은 태풍의 최대 순간 풍속보다도 더 강한 초속 70미터 이상의 강풍에도 견디는 타워 개발에 나서고 있다. 물론 이것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우리나라 연안에 부는 바람은 유럽의 북해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위, 아래, 좌우로 바람 방향이 바뀌는 돌풍 형태의 바람이 분다. 따라서 풍동 실험장에 초속 70미터를 견뎠다고 현장에서도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물며 1년이면 적어도 한 차례 이상 태풍이 지나가는 우리나라 섬들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풍력 발전기가 버틸 수 있을까. 더구나 대형 풍력 발전기가 아닌 중소형 풍력 발전기가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
③대형 풍력 발전기의 한계
그렇다면 초기 비용의 과다에도 불구하고 소형 도서에도 대형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답은 아니다.
여행을 가서 멀리서 풍력 발전기를 보거나 풍력 발전기를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풍차를 보는 듯 목가적인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풍력 발전기의 날개가 느릿느릿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날개 끝의 속도는 음속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그래서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음속폭음, 소닉붐이 발생한다. 가까이에서는 견디기 힘든 소음으로 작용하고 멀리서도 저주파에 의한 피해가 생기게 된다.
풍력 발전기는 이것 말고도 단점이 있다. 지금 대부분 사용하는 수평형 풍력 발전기의 경우 날개의 회전을 터빈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기어를 통해 회전수를 높이게 된다. 한마디로 기계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말은 쉽게 고장이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풍력 발전기는 오지에 그것도 100미터 이상의 높은 꼭대기에 설치돼 있으니 한 번 고장이 나면 고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돼 있다. 그래서 일정 기간을 주기로 예방 점검을 위해 풍력 발전기를 세워 놓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풍력발전은 산간의 오지나 해상에 한두 개가 아닌 대규모 단지를 구성해 운영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를 포기하는 것은 예산 편성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전력도 도서 지방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이 예산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활용해 디젤 발전의 효율을 높이는 소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낮에 발전을 해서 남는 여유분을 ESS에 저장해 뒀다가 밤에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인건비나 연료 소모를 줄이는 장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로 도서지방의 에너지 자립을 구축하고자 하는 예산의 본래 취지에는 어긋나는 것임에 틀림없다.
업무의 상상력과 새로운 기술을 찾아 나서는 노력이 필요
남이 했던 일을 다시 되풀이 해서 성과를 내는 것은 하수(下手)에 불과하다. 기름값이 오른다고 유류세를 깎아주고 물가가 걱정된다고 관세를 깎아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실패한 풍력발전기를 다시 세우는 것은 하수(下手)가 아니라 악수(惡手)에 다름 아니다.
수십 년 발전과 관련된 일을 해온 공무원이나 한전의 직원이라면 기존 기술의 허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남들이 모르는 기술을 찾아 적용하는 상상력과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를 뒤져 신기술을 찾아내고 국내 스타트업들 중에 가능성 있는 기업을 골라서 적용해 보는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때다. 그저 나라장터에 등록된 업체를 위주로, 나중에 감사에 걸리지 않을 선에서만 일을 처리한다면 혁신이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치 경주마가 눈가리개를 하고 좌우는 보지 않은 채 앞만 보도 달리 듯 오직 전임자가 처리한 데로 그대로만 따라간다면 어찌 미래가 있을 수 있겠는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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