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 강남더패!…130억 롯데시그니엘도 '공매' 신세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8-29 16:54:29

'강남불패'가 '강남더패'로…고가 아파트 가격 하락률 더 커
초고가 롯데 시그니엘 공매로 나와…"반값에도 안 팔린 것"
잠실주공5단지 계약 해지…"3억 포기해도 지금 가격이 더 싸"

최근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강남불패(강남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에서 '강남덜패(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다)'로 가더니 이제는 '강남더패(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다)'의 흐름까지 보이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KB 선도아파트 50지수(15일 기준)'는 100.45로 전월(101.18) 대비 0.72% 떨어졌다. 2020년 4월(-0.91%) 이후 2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국민은행이 전국 주요 아파트 가운데 시가총액(세대수와 가격을 곱한 것) 상위 50개 단지를 매년 선정, 시가총액의 지수와 변동률을 나타낸 수치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와 '래미안퍼스티지',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와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엘스'와 '리센츠' 등의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이 포함돼 있다. 

같은 조사에서 8월 전국 집값(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포함) 하락률은 0.14%였다. 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더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이다. 또 국민은행 조사에서 전국 집값이 2019년 7월(-0.01%) 이후 3년1개월 만에 처음으로 내린 것과 달리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이미 지난달(-0.23%)부터 하락세였다. 

미래 시점의 최신형 아파트를 손에 넣을 수 있기에 보통 신축 아파트 이상으로 비싼, '강남 재건축 단지'도 무너지고 있다. 

3억 계약금 포기하고 아파트 계약 해지…호가가 3억 넘게 내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한 전용 82.5㎡ 매물이 지난 6월 24일 31억8500만 원에 매매계약이 이뤄졌는데, 이달 9일 해지됐다. 인근에서 영업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매수자 측에서 계약을 파기할 경우 계약금을 날린다. 계약금은 일반적으로 매매금액의 10%이므로 매수자는 3억여 원의 계약금을 날린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새 잠실주공5단지 가격이 뚝뚝 떨어지는 추세라 3억 원을 포기하더라도 그 가격에 계약하지 않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잠실주공5단지 같은 평형으로 매도 호가 28억 원짜리 매물이 나왔다. 지난해 11월의 직전 최고가 32억7880만 원보다 약 4억7880만 원 빠진 금액이다. 계약을 포기한 매수자가 3억 원을 포기하고 새로운 매물을 사는 게 오히려 더 이익인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요새 강남권 아파트 매물 중 매도 호가가 몇 달 전의 실거래가보다 낮은 매물이 여럿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 트리지움 전용 84㎡는 지난 6월 23억 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매도 호가 20억 원짜리 매물이 다수 보인다.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24억8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요새 매도 호가 22억5000만 원짜리 매물이 나타났다. 이달 초에는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조합원 입주권이 직전 거래 대비 7억5000만 원 폭락한 가격(29억5000만 원)에 매매됐다. 

김기원 리치고 대표는 "집값 하락기에는 강남권 아파트도 버티지 못한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30~40%씩 빠졌다"고 강조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도 "재건축 단지 등 강남권 아파트들도 완연한 하락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호가 130억 '롯데 시그니엘' 공매로…"비싼 집 안 팔려"

집값 하락의 파도는 초고가·최고급 오피스텔로 유명한, '롯데 시그니엘(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 42~71층)'도 피해가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롯데 시그니엘은 다르다. 실거래가나 매도 호가가 100억 원이 넘는 곳이 여럿이라 웬만한 강남권 아파트는 눈 아래로 굽어본다. 

최고급 호텔 수준의 주거·업무시설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식사, 청소, 보안 등 호텔식 생활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출신의 배우 김준수, 배우 조인성, 방송인 클라라 등이 소유하고 있으며, 입주자들 중 기업 임원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223실 중 108실(48.4%)이 법인 소유인데, 사무실로 쓰이는 건 아니다. UPI뉴스 탐사보도부 취재에 따르면, 법인 소유 오피스텔 중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거로 활용하는 곳이 90% 이상이다. 시그니엘 한 입주민은 "이웃한 한 법인 소유 오피스텔은 외부 손님 접대용이라며 실제로는 회사 대표가 주거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형식은 법인 업무용 오피스텔, 실제론 개인 살림집이다. 겉으론 법인 업무용으로 위장해놓고 실제로는 개인이 살고 있는 것이다. 입주민 상당수가 그렇게 '사무실로 위장된 가정'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는 이유? 결국 돈이다. 이래저래 세금을 꽤 줄일 수 있다. 탈세는 복합적이다. 자기 소득으로 내야할 주거비를 법인이 지불케 했으니 소득세 탈루, 법인 입장에선 개인 주거비를 회사가 내주고 비용처리하니 법인세 탈루다. 상업용 시설로 쓰겠다고 신고하면 부가세도 깎아주는데 실제는 그렇게 쓰지 않으니 이것도 탈세다. 죄목을 더하자면 형법상 배임, 횡령도 추가되겠다. 

담당 세무서인 잠실세무서도 이를 모르지 않을텐데, 안잡는지 못잡는지 이런 숨바꼭질 거주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끔 세무서에서 실사를 나오지만, 불시 급습이 아니라 사전고지 후 나오기에 미리 대비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사를 나오는 날마다 업무용으로 위장하기 위해 이삿짐센터를 불러 오피스텔 내부의 세간살이를 다 빼놨다가 다시 들이는 일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 강남권 고가 브랜드 아파트가 전국 집값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재건축 단지의 매도 호가가 몇 달 전 실거래가를 하회하고 있으며, 초고가로 유명한 '롯데 시그니엘'에서도 한 오피스텔이 공매로 나왔다. 사진은 롯데 시그니엘이 위치한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물산 제공] 

이런 시그니엘에서도 최근 공매 물건이 나왔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롯데 시그니엘의 한 전용 245㎡ 오피스텔이 공매로 나왔다. 위임기관은 기흥세무서로, 일종의 '국세체납물건'이다. 

세무서가 국세 체납자의 동산 혹은 부동산을 압류한 걸 국세체납물건이라고 한다. 공매는 국세체납물건을 공개적으로 매각해 현금화하는 절차를 뜻한다. 해당 오피스텔의 1회차 공매는 다음달 15일 실행될 예정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소유주가 국세를 체납한 사실이 아니라 공매로 나오기 전에 팔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매로 나간 물건은 제값을 받기 어렵다"며 "반값 이하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로 나온 롯데 시그니엘 오피스텔의 감정가(1회차 입찰가)는 93억6000만 원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감정가는 시가보다 훨씬 낮기 마련이다. 실제로 이날 기준 같은 전용 245㎡ 오피스텔 매물은 매도 호가 130억 원을 기록했다. 

감정가가 매도 호가보다 37억 원 가량 낮은 것이다. 또 공매는 감정가대로 팔린다는 보장이 없다. 한 부동산 공·경매 전문 투자자는 "감정가는 1회차 입찰가일 뿐"이라며 "한 번 유찰될 때마다 입찰가가 20~30%씩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2~3회 유찰되면 시가의 절반 이하로 하락한다. 그는 "따라서 공매나 경매로 넘어가기 전에 반값에라도 팔려고 애쓰는 게 일반적"이라며 "결국 해당 오피스텔은 반값에도 팔리지 않은 듯하다"고 진단했다. 

초고가·최고급 '명품 주거'로, 희소성을 인정받는 롯데 시그니엘이 반값에도 살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한 교수는 "지난달 진행된 청담동 전용 157㎡ 아파트 경매도 유찰됐다"며 "시장에서 매수 수요가 증발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반포자이의 펜트하우스가 경매로 나올 만큼 경기가 어렵다"며 "이런 시국에는 비싼 주택을 살 사람이 없다"고 머리를 저었다. 이어 "향후 더 많은 부동산이 공매나 경매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교수는 "부동산 침체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4~5년 간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집값이 고점 대비 최대 40% 폭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최대 50%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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