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與 중지 모은 결론 존중"…위태위태 권성동에 힘싣기?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2-08-29 10:37:02

'대통령 역할' 질문에 "합리적 결론 낼 거라 믿어"
당·대통령실서 權 사퇴론 커지자 '윤심' 발신 관측
檢 출신 측근·윤핵관 충돌, 윤핵관들 분열에 제동
尹, 權 필요한데 역풍 거세…서병수·안철수 반기
리얼미터 尹 지지율, 32.2%→33.6%…3주 연속 ↑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민의힘 지도 체제를 둘러싼 혼란과 관련해 "저는 우리 당 의원과 우리 당원들이 중지를 모아 내린 결론이면 그 결론을 존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대통령이 역할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을 받고 '중지 존중'을 강조했다. 이어 "충분히 합리적인, 또 당과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합당한 결론을 치열한 토론을 통해 잘 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뉴시스]

윤 대통령 발언은 국민의힘이 지난 27일 마라톤 의원총회에서 모은 결의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의총에서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새 비대위 구성전까지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사태를 수습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 비대위 구성'에 대한 반발과 권 원내대표 사퇴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윤상현, 유의동, 최재형 의원은 이날도 "권 원내대표는 사퇴하고 새 지도부 구성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역풍이 거세다.

현 지도부와 다수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사태 수습 책임자가 없어지고 혼란이 가중된다는 입장이다. '대안 부재론'이다. 그러나 사퇴 압박이 커지면 권 원내대표로서도 리더십 발휘는 물론 버티기도 힘들게 된다.

윤 대통령은 이런 곤란한 상황을 감안해 '중지 존중'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맏형격인 권 원내대표 손을 들어준 셈이다. 권 원내대표가 추진하는 지도 체제에 '윤심'(윤 대통령 마음)이 실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 제스처는 여권 내 권력투쟁 조짐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도 높게 진행 중인 대통령실의 인적쇄신 작업은 검찰 출신 참모진이 윤핵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검찰 출신들이 감찰을 통해 윤핵관과 인연 있는 비서관, 행정관을 교체하려한다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의 '부실 인사' 논란이 격화할 때 대통령실이 인적 쇄신론의 타깃이 됐다. 당에서 친윤(친윤석열)계가 검찰 출신은 물론 김 비서실장 사퇴론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최근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은 윤핵관에 대한 반격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산하 홍지만 정무1, 경윤호 정무2비서관은 이날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선 권 원내대표와 윤핵관을 향한 사퇴 목소리까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는 "권 원내대표는 자리를 내려놓는 게 순리"라며 "(윤핵관 그룹도) 대통령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중지 존중'은 권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언론 보도 내용을 일축한 것으로도 읽힌다. 

윤 대통령 메시지는 또 윤핵관들이 분열하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당초 비대위 전환은 무리라고 판단해 '직무대행 체제'를 추진했다. 하지만 '신(新)윤핵관'으로 꼽히는 박수영 의원 등이 밀어붙이면서 비대위 전환이 이뤄졌다. 결국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대한 책임을 놓고 윤핵관 내부에서 틈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윤핵관 윤한홍 의원은 의총에서 "연판장을 주도했던 의원들도 나와서 한 말씀 하라"고 쏘아붙였다. 박 의원 주도로 초선 의원 32명이 "신속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한다"는 연판장을 돌린 걸 문제삼은 것이다. 윤 의원과 권 원내대표, 박 의원과 장제원 의원은 지도 체제를 놓고 갈등 관계다. 당 안팎에선 "다중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박, 장 의원을 향한 자제 지시로도 들린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긴급 의총까지 열어 다수 의원들이 결의를 했잖느냐, 입장문이 나왔고. 그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라며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췄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가 여러 모로 필요한 처지다. 그가 물러나면 당에서 윤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주력군이 약화한다. 윤 대통령에게 직접 화살이 날아올 수도 있다. '순망치한'이다. 정옥임 전 새누리당 의원은 YTN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윤핵관을 어쩌지 못하는 것인지, 윤 대통령도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것인지"라고 꼬집었다.

비대위 전환에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가 공개된 영향이 큰 점도 부담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윤 대통령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원인 중 하나인 여당 내분 사태가 조속히 해결돼야 국정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 지지율은 소폭 오름세를 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22∼26일 전국 18세 이상 2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전주보다 1.4%포인트(p) 오른 33.6%를 기록했다. 3주 연속 상승세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권 원내대표가 살아남아 새 비대위를 만들지는 불투명하다.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서다. 윤 대통령이 선택을 잘못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서병수 전국위의장은 "전국위를 소집하지 않겠다"고, 안철수 의원은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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