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집값'·고물가에 힘 잃은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8-24 16:53:41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은 소비자 권익 침해…프랜차이즈 치킨값 낮춰야"
2010년 12월 롯데마트 '통큰치킨'은 일주일 만에 사라졌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에 갇혀 좌초한 것이다.
2022년 6월 나온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달랐다.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은 작동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홈플러스는 당초 당당치킨 판매량을 한 달 6만 마리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그 5배인 30만 마리나 팔렸다. 당당치킨을 사려고 소비자들이 홈플러스 오픈 전부터 줄을 섰다.
홈플러스의 흥행 성공에 다른 대형마트들도 '값싼 치킨' 판매에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7월에 '5분치킨'을 내놓고, 8월에도 '(9호)후라이드치킨'을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8월에 '뉴 한통치킨'을 출시했다.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이 힘을 잃고 소비자들이 값싼 치킨에 열광하는 현상은 분명 2010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유가 뭔가. 무엇보다 '더 팍팍해진 삶'이 꼽힌다.
우선 주거비가 대폭 증가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2억7992만 원으로 2010년 12월(5억2697만 원) 대비 142.9% 폭등했다.
국민은행은 2011년 6월부터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을 집계했는데, 당시 가격은 2억4902만 원이었다. 올해 6월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6억7792만 원으로 172.2% 폭등했다. 아파트 매맷값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더 컸다.
주거비 오름폭은 가계의 소득 증가폭을 크게 웃돌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평균 가구소득은 4358만 원이었다. 올해 2분기 월 평균 가구소득이 483만 원이므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5796만 원이 된다.
가구소득이 33.0% 늘어나는 새 집값과 전셋값은 2.5~2.7배씩 뛰어오른 셈이다. 가계 살림이 팍팍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자란 부분은 빚으로 메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말 843조1896억 원이었던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이 올해 6월 말 1869조3573억 원으로 2배 넘게 부풀었다.
올해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은 더욱 커졌다. "월급 빼고 다 폭등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의 고물가도 가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66.4%로 전년동기 대비 5.2%포인트 떨어졌다. 2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월급은 별로 늘지 않았는데, 집값이 2배 넘게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괴로워졌다"고 지적했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싼 제품을 찾고 있는데, '마트 치킨'과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차는 더 커졌다.
2010년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은 대개 1만2000원 수준이었으며, 배달료는 따로 없었다. 당시 롯데마트 통큰치킨은 5000원으로, 흔히 '반값치킨'이라고 불렸다.
요새 프랜차이즈 치킨의 가격은 보통 2만 원 이상이다. 배달료까지 붙을 경우 2만5000원에서 3만 원에 달한다.
마트 치킨 가격은 홈플러스 당당치킨이 6990원, 이마트 (9호)후라이드치킨이 5980원이다. 프랜차이즈 치킨이 4배 가량 더 비싼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작금의 상황에서 골목상권 침해 운운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려는 프레임은 먹히지 않는다"며 "시장 원리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에게는 값싼 제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아침 일찍 홈플러스를 방문, 당당치킨을 샀다는 주부 박 모(56·여) 씨는 "싼 값에 치킨을 사서 기분이 좋다"며 "이런 행사가 더 자주 시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 모(44·남) 씨는 "골목상권 침해 프레임이 오히려 소비자 권익 침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형 마트가 치킨을 더 많이 팔아서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치킨 가격 3만 원 운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도 "골목상권에 대해 이야기할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가 혁신을 해서 치킨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지우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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