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주인 없는 기업의 난맥상 또 드러낸 대우조선해양

UPI뉴스

| 2022-08-20 14:30:18

선수금도 안 받고 900억 잠수함 자재 선발주
3년 지나도록 계약 발효 지연…손실 가능성 커
박두선 현 사장이 계약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
대우조선해양 "900억 날릴 판? 무리한 해석"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난맥상이 또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는 인도네시아와 잠수함 판매 계약이 문제가 됐다. 계약금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약 900억 원에 달하는 자재를 미리 발주했다가 3년이 지나도록 계약 발효가 미뤄지면서 사실상 손실 처리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계약금도 받기 전에 주요 부품 선(先) 발주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 4월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1400t급 잠수함 3척을 1조1620억 원에 건조해주는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계약 직후인 2019년 7월, 선수금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독일 지멘스와 추진 전동기 3세트를 780억 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현재 선급금으로 78억5000만 원을 이미 지급했고 추진 전동기가 납품되는 10월에는 나머지 잔금 708억 원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 밖에도 잠수함에 사용되는 강재 80억 원 어치와 14억 원 상당의 엔진 소음기도 미리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잠수함에 사용되는 추진 전동기 등은 다른 배에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다. 따라서 계약이 제때 발효되지 않으면 추가 비용을 들여 보관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별도 비용을 내고 폐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은 추진 전동기 등 일부 자재의 경우 계약된 인도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조기 발주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인도네시아와는 2011년에 잠수함 1차 사업으로 3척을 수주해 성공적으로 인도했다면서 문제가 된 계약은 2차 잠수함 사업으로 아직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건조 계약 취소를 검토한다거나 취소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추진 전동기가 들어오는 10월 이전에 계약이 발효되면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현지 분위기를 보면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인도네시아 측은 1차 잠수함 사업 때 받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잠수함의 성능이 저조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 프랑스의 방산업체와 2척의 잠수함을 건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나 대우조선해양과의 2차 잠수함 사업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자재 선발주 책임자는 박두선 사장 

계약이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 전동기 등의 선발주를 결정한 책임자는 당시 조선소장 겸 특수선 사업 본부장이었던 박두선 현 사장이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대우조선해양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는데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는 비난이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기인 박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상무에서 사장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박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가진 산업은행이 입김이 작용했다.

문제는 대표이사로 선임될 당시 잠수함 기자재 선발주에 따른 손실 발생 가능성을 산업은행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삼일회계법인은 대우조선해양 결산 감사에서 잠수함 계약이 발효될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들어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추진 전동기를 발주한 지멘스에 미리 지급한 78억5000만 원을 제외한 708억 원을 우발손실충당금으로 처리했다. 사실상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사에 엄청난 손해를 입힐 수 있는 계약을 최종 결재한 사람을 대표이사에 앉힌다는 것은 일반 민간 회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잠수함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단기실적 치중,
저가 수주로 조선업 전체를 불황으로

대우조선해양은 1998년 대우그룹이 해체된 이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7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4701억 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99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누적적자가 8조 원에 육박할 만큼 부실이 쌓여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은 주인 없는 회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조선업은 특성상 선박 수주가 매출로 실현되기까지는 2년 정도 걸린다. 따라서 주인이 있는 조선업체들은 10년 뒤를 내다보고 투자와 채용계획을 세우고 수주전략을 마련한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경영진들은 임기 3년의 월급쟁이들이다. 자신의 임기 안에 수주실적 쌓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최고재무책임자를 비롯한 상당수 임원은 산업은행의 퇴직 인사로 채워져 왔다.

그러다 보니까 자기 임기 동안에 실적을 올리기 위해 저가 수주에 나서게 됐고 그 결과 선박 가격이 내려가자 대우조선해양의 장기적인 실적이 더욱 악화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더구나 대우조선해양이 가격을 낮추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제값에 선박을 수주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국 조선업 전체가 불황에 빠지는 원인을 대우조선해양이 제공했다는 것이 조선업계의 분석이다.

주인 찾아주기 미적거리는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답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여기에서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왔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려던 계획은 유럽연합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그 이전에도 기회는 있었다. 2008년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하겠다고 나섰으나 산업은행의 미온적인 태도로 성사되지 못한 것은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들어 대우조선해양을 특수선과 상선 등, 사업 부분을 쪼개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분리 매각에 대해 노조가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는 한 조선업계, 나아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문제는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게 현실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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