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없는 경기도의 다주택자 승진배제, "언제 풀리나"

정재수

jjs3885@kpinews.kr | 2022-08-17 19:59:09

이재명의 가장 불합리한 인사정책 꼽히는 '다주택자 승진 배제'
해당 공직자, "불법 아닌데 징계 보다 심한 죄인 취급" 울분
법조계, "적법한 절차 통한 구입 주택 인사잣대는 불법 요인 커"

"투기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어렵사리 구입해 힘겹게 유지해오고 있는데 다주택이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되는 게 말이 됩니까."

"적법한 절차를 통해 구입한 주택을 이유로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 지난 2일 경기도청 25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경기도청 내 3개 공무원노동조합 임원들과 오찬 정담회에서 김동연 경기지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A 사무관(5급)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공직을 그만둬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2년 전 이미 서기관 승진 대상자로 확정됐지만 2주택자로 분류돼 승진에서 누락된 뒤 올 1월과 8월 서기관(4급) 승진에는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가 사회 문제화하면서 이재명 전 지사가 이를 이유로 결정한 '내부 인사방침'이 발단이다.

이 전 지사 시절 가장 불합리한 인사정책으로 꼽히는 이 인사방침은 2020년 7월 도청 4급 이상 공무원과 도 산하 공공기관 임원급이 1가구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 사실상 승진에서 배제시키는 내용이다. 당시 이 지사는 그해 연말까지 1주택 초과분을 매각할 것을 권고했다.

징계도 아닌데 징계보다 훨씬 더큰  일괄 승진 배제

이로 인해 도청 내 다수의 승진 대상자와 간부들이 승진에서 배제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A 사무관은 2019년 높은 근무평점을 받아 2020년 사실상 서기관 승진이 예정돼 직원들과 회식까지 한 상태였지만 다주택자에 속해 승진에서 누락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A 사무관은 2018년 인기있던 수원의 한 아파트 청약을 신청했고 운 좋게도 당첨이 됐다. 입주가 2021년 예정돼 있어 기다리던 중 이 전 지사의 '방침'이 떨어졌고, 거기에 포함된 것이다.

A 사무관은 "분양권이 주택 수에 포함된 것은 관련법이 시행에 들어간 2021년 1월 1일부터여서 2018년 취득하게 된 새 아파트 분양권은 입주 전 주택 수에 포함이 되지 않는 다"며 "경기도가 이를 무리하게 주택 수에 포함시켜 2주택자로 만드는 바람에 승진에서 누락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직자로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목적도 아니고, 부정한 돈도 아니고, 정당하게 대출받아 구입한 주택"이라면서 "징계받아 승진에서 제외되는 것보다 훨씬 가중된 처벌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라고 분개했다.

징계는 기간이 정해져 있어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없어지지만, 2주택자는 불법이 아니어서 징계가 아닌데도 지사의 방침이 바뀌기 전까지 계속 승진배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A 사무관은 동기는 물론 후배들까지 승진하면서 후배들 밑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자괴감이 더욱 큰 상태라고 털어놨다.

올해 10년차인 B 사무관의 상황은 더욱 딱했다. 현재 내부적으로는 승진 1순위에 올라 있지만 승진에 대해 엄두고 내지 못하고 있다.

B 사무관은 "몇 해 전 청약 접수를 통해 입주를 하면서 2주택이 됐다. 지사의 인사 방침에 따라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기존의 집을 처분하려 했지만 가족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면서 "이 때문에 근무평점이 높은 상태에서도 승진 대상자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밝혔다.

승진자 교육을 받으면 향후 승진 대상자로 분류돼 재산 상황을 도에 신고해야 하는 데, 이 경우 결국 2주택자임이 밝혀지게 돼 승진 대상자에서 누락 되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근무평점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B 사무관은 "그렇다고 승진도 하지 못하면서 계속 높은 점수를 받는 현 자리에 있을 수만은 없어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면서 "나와 같은 처지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동료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하게 몇십 년 동안 돈을 모아 적법한 청약을 통해 마련한 것인데, 내부적으로 죄악시되며 죄인 취급을 받는 것은 20년 넘는 공직생활에 큰 상처가 되고 있다"고 했다.

C 팀장은 민선 7기 이재명 지사 시절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다주택자인 것이 밝혀지면서 이 지사 말기에 사무관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이달 초 인사에서 서기관으로 우여곡절 끝에 승진한 D 과장은 사무관 시절 어쩔 수 없이 보유하게 된 어린이집 때문에 승진에서 2차례 밀리기도 했다. 어린이집과 2021년 이전 분양권은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률적 근거 없는 '참고 사항'…법적 문제 야기할 수 있어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경기도의 승진 배제 행위가 법률 위반 소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고원'의  김수민 변호사는 "2주택 이상을 소유할 수 있는 형태는 굉장히 다양할 수 있는데 일률적으로 승진에 대한 제약사항이나 결격사유의 원인이 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면서 "법률적 근거가 없음에도 공무원들의 인사에 있어서 적법적인 절차에 의해 구입한 주택을 승진의 잣대로 삼는 것은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이 공유되면서 경기도청 3개 노동조합(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은 김동연 지사의 당선자 시절 인수위원회를 찾아 해당 인사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개선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3개 노조가 하나의 사안을 놓고 뜻을 모아 같은 행동을 취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해당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김 지사도 지난 2일 이들 3개 노조와 가진 오찬 정담회에서 "공무원의 다주택 소유에 대해 일괄적 승진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화답했다.

김 지사는 이어 "정책 추진 시 이에 못지않게 절차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수렴·검토해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이후 정확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아 해당 부서의 개선 작업도 부진하면서 관련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A 사무관은 "지사님이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기대는 하고 있다"면서도 "(지사가) 절차의 정당성을 얘기한 부분은 왜 불합리한지를 따지겠다는 것인데, 너무 늦지 않게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B 사무관도 "지사님의 발언에 기대를 하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인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강순하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공무원들의 노후를 위한 재테크라든지, 개인적인 집안 사정상 문제까지도 '투기'와 결부시키는 것은 너무 무리한 정책"이라면서 "해당 정책이 전 지사 시절 시류에 편승한 것일 뿐 중앙정부 차원의 지침도, 법률적 문제도 아닌 만큼 새로운 지사가 대승적으로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기도청 인사과 관계자는 "다주택이라는 것만 가지고 무조건 승진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도덕성이라든지 청렴성 등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인사 내부 방침 중 참고자료로 판단하고 있는데, 지사가 언급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면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정재수 기자 jjs3885@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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