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 80조' 논의에 갇힌 민주 전당대회…쇄신·비전은 실종

조채원

ccw@kpinews.kr | 2022-08-12 13:45:33

연일 격론…이재명과 거리 따라 찬반 입장 갈려
野 "이 의원 방탄 아닌 민주당 방어 차원 논의"
민생·당 개혁 방안과 무관…"정책·비전 논의해야"

더불어민주당 당헌 80조(부정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정지) 개정을 두고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유력주자 이재명 의원 '사법리스크'를 염두에 둔 논쟁인 만큼 전당대회 핵심 쟁점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정작 전대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당 혁신 방안과 미래 비전 논의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강훈식, 박용진, 이재명 의원(왼쪽부터) [뉴시스]

민주당 내에서는 12일에도 이 의원과의 거리에 따라 찬반이 엇갈렸다. 서영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검찰은 입맛대로 기소할 수 있고 재판 과정에서 무죄가 나와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당원과 국민들이 보고 문제 제기했다면 다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대 의원은 BBS라디오에서 "일단 기소해 놓으면 당무가 정지된다는 건 저쪽(여권)에서 공격할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당내에서 (이재명 방탄용이라며)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내부의 독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영찬 의원은 페이스북에 "만일 박용진 강훈식 당 대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면 당헌 80조 개정 청원과 당내 논의가 있었겠느냐"며 "이래도 특정인을 위한 당의 헌법 개정이 아니라고 우기려느냐. 창피한 일"이라고 썼다. 최고위원 후보 중 장경태·서영교·박찬대·정청래 의원(기호순)은 친명(친이재명)계, 고민정·고영인·윤영찬·송갑석 의원은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기존 당헌에 구제 방법이 있음에도 개정이 추진되는 건 한 사람을 위한 민주당임을 선언하는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은 멀리하고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위해 퇴행하는 길을 걷지 않는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고 반대론을 폈다.

당에서는 당헌 개정은 이 의원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 한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정치보복 성격의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걸 감안해 해당 당헌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모여 대안이 논의됐고, 기존 당헌당규와 상충되는 점이 없는지 검토해보자고 결정한 것이 7월 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 소속 의원 중 수사선상에 올라와 있는 분들이 20명 정도로 파악된다"며 이 의원을 위한 당 차원의 논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당내에서 '이재명 방탄'이 아닌 '민주당 방어' 차원에서 꾸준히 논의됐던 내용인데 이 의원 지지자들이 다수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 당원청원에 답변해야 하는 시기와 맞물린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작 문제는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 덮여 전대에서 당의 미래, 수권정당으로 보여줘야 할 정책 대안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헌 개정은 두 차례 전국단위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의 반성과 혁신,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방안과는 거리가 있는 주제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당헌 개정 찬반 논쟁은 국민들에게 유의미하게 비쳐지지도, 설사 개정이 된다해도 별 효과도 없어 당 차원에서도 실익이 없다"며 "왜 지금 이렇게까지 논쟁을 해야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면한 기후 위기나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복지제도, 연금개혁 등이 주요 쟁점이 돼야한다"라고 진단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도 통화에서 "유능한 민생정당을 표방한 민주당 전대에서 '정작 먹고사는 문제'를 위한 대책들이 보이지 않는다"며 "고물가·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문제, 플랫폼 노동자 노동권 문제 등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비전들이 전대에서 논의돼야 할 것들"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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