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성의 경제분석] 자동차 보험료, 내리는 게 옳다
UPI뉴스
| 2022-08-08 14:09:19
자동차 운행 관련 규제 강화도 손보사의 수익 보장
물가 안정 위해서도 자동차 보험료 인하 필요성 대두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만 대부분에게 불행인 상황이 일부에게는 기회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가가 상승하니까 정유사가 큰돈을 벌고 식량 가격이 오르니 식품 업체의 수익이 증대되는 것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금의 코로나 사태와 고유가 상황에 웃음을 짓고 있는 산업이 또 있다. 바로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업계의 얘기다.
코로나 사태 이후 뚝 떨어진 손해율
자동차보험은 가입자들로부터 보험료를 거둬서 그 돈으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수리비와 치료비, 합의금 등을 지급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지출되는 금액, 보험금이 전체 수입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손해율이라고 한다. 손해율이 80% 정도이면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80%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만성 적자 사업으로 치부돼왔다. 따라서 손보사들은 화재보험 등 다른 보험 상품에서 번 돈으로 자동차보험의 적자를 메꿔왔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동이 줄어들면서 손해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올 4월 이후 손해율이 다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고유가 상황이 자동차 이용을 자제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고속도로의 차량 이동량을 보더라도 4월 2억2164만 대에서 5월에는 2억6144만 대로 늘었지만, 고유가가 본격화된 6월에는 2억4847대로 7%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주요 손해보험 회사 5개사의 평균 손해율은 76.2%로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2.8%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역대 최대실적이 기대되는 손해보험회사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떨어지니까 손보사들의 수익이 개선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손보사들이 1년에 자동차 보험료로 거둬들이는 보험료 수입은 20조 원에 달한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손해율이 1% 떨어지면 2000억 원의 수익이 생겨나는 것이다.
실제로 손보사들은 상반기에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손해보험의 경우 건물 매각 차익을 제외하고도 2분기 이익이 1년 전보다 두 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손보사들도 오는 11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들은 주요 손보사의 2분기 수익이 많게는 5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종 교통 규제 강화도 자동차 보험료 인하 요인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 운전에 대한 각종 규제가 여럿 생겨났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새롭게 생긴 각종 규제를 인지하고 이를 지키는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패가망신에 빠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교 앞 제한 속도를 30Km로 제한한 이른 '민식이법'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달부터는 우회전 차량에 대해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단 정지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규제는 징벌적 수준으로 강화됐다.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다면 보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가해 운전자가 대인 1000만 원, 대물 500만 원까지만 물어내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책임졌다. 그러나 이제는 가해 운전자의 부담액이 대인 1억5000만 원, 대물 2000만 원으로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운전자들은 조심하지 않을 수 없게 규제가 강화됐고 이는 사고율 저하로 이어질 게 너무나도 확실하다. 그만큼 사고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낮춰야 할 조건들은 계속 쌓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자율주행 차량도 보험료 인하 요인이 될 듯
교통사고는 그 원인에 따라 운전자의 미숙이나 과실, 도로 상태 불량, 그리고 차량 결함의 세 가지로 나뉘게 된다. 그 가운데서도 교통사고의 90% 이상이 운전자의 부주의나 판단 착오 등 운전자 책임에서 발생한다. 아직 자율주행 차량과 관련해 완전 자율주행 차량의 등장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의 낮은 단계 자율주행에서도 운전자의 과실을 줄여주는 기술들이 많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앞 차량과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게 한다든지, 긴급 시 운전자를 대신해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등의 운전 보조 기술들이 사고의 가능성을 줄여주고 있다.
자율주행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테슬라의 경우 기술 수준이 자율주행 2단계 내지는 3단계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의 사고율을 보면 10Km 주행 시 자율주행의 사고율은 1.33%로 일반 차량의 사고율 12.98%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추론은 너무나 타당한 결론이다.
자동차 보험료는 모든 국민이 대상, 낮출 수 있으면 낮춰야
자동차보험 가입자는 2000만 명에 달한다. 가입자의 가족을 포함하면 전 국민이 자동차 보험료의 영향을 받는다. 지금 본 것처럼 자동차 보험료를 낮춰야 할 이유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도 손보사들은 지난 4월 자동차 보험료를 1%∼1.4% 낮췄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보험료 인하에는 소극적이다. 하반기 손해율을 보고 보험료 인하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또 보험료 인하를 유도해야 할 보험 당국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이 심할 때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단비가 될 것이 분명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자동차 보험료 인하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보는 것이 옳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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