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수' VS '보은 인사'…경제부지사·용인제2부시장 내정

정재수

jjs3885@kpinews.kr | 2022-08-04 15:19:44

김동연 지사, 3선 수원시장 출신 염태영 경제부지사 내정
이상일 용인시장, 황준기 전 여성부 차관 제2 부시장 내정
모두 인수위원장 출신...관장 분야 전문성 결여 논란 커

"구관이 명관?"

'구관'들의 전성시대다. 민선 8기 김동연 경기지사가 3선의 염태영 전 수원특례시장을 경제부지사에 내정하고,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제2부시장으로 황준기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결정했다.

▲ 염태영 경기도 경제부지사 내정자 [경기도 제공]

공통점은 2명 모두 지난 6·1 지방선거 이후 인수위원원장을 맡았다는 점이다. 임명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반반씩이다. 도청과 시청 내부에서는 '경력을 활용할 신의 한수'라는 평가와 '한물 간 인사에 대한 보은 인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염태영 경제부지사 내정자...전문성·정무능력 확실하지 않다는 우려 많아

4일 경기도와 용인시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는 지난 2일 염 전 시장을 경제부지사로 내정했다. 임명장을 받기 전날 이른바 '술잔 투척' 파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용진 전 경제부지사의 사의 표명을 김 지사가 수용한 바로 다음 날이다.

경제부지사가 관심을 끄는 것은 옛' 정무부지사'의 이름만 바꾼 형식적 정무직 자리가 아니라 3명의 부지사 가운데 최고 권한을 가지게 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경제부지사는 정무직이지만, 경기도청 조직의 3개 축인 기획조정실과 경제실·도시주택실 가운데 경제실과 도시주택실 2개의 실과 도시정책관·공정국·농정해양국·소통협치국 등 4개국을 관할한다.

기조실이 예산과 도정 기획 등 내부적인 업무를 맡는다면, 일자리 등 경제 전반과 주거 문제 전반을 다루는 경제실과 도시주택실은 지사의 능력과 자질을 외부인이 직접 평가하게 되는 얼굴이자 바로미터다.

때문에 지사를 제외하고 경기도청 내 최고 권위의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김 지사는 이 자리에 경기도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6·1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캠프 비서실장과 인수위원회 부 위원장을 맡은 최측근 김용진 기획재정부 전 차관을 내정했다. 

행정 1부지사는 행정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지만 경제부지사는 김 지사의 분신이 일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김 지사는 실제 염 전 시장 내정에 대해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가졌고 자치분권 최고 전문가로 민선 8기 소통과 협치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해낼 인물"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염 내정자의 이력을 보면 김 지사의 이같은 평가가 나올만하다. 1960년 수원 출생으로 서울대 농화학과를 나와 노무현 정부 당시 환경전문가로 발탁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과 국립공원관리공단 상임감사 등을 지냈다.

2010년 수원시장 당선 뒤, 수원시 역사상 첫 3선 시장을 역임하고 기초 단체장으로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선출되는 기록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성과를 인정받아 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제1기 일자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문제는 염 내정자가 환경운동가 출신으로 김 지사가 강조하는 경제 분야에 그다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 시절 경제분야도 다룬 경험이 있지만 사실상 정치적 영역이어서 김용진 전 부지사처럼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김 지사의 치적이 실제적인 모양을 갖추고 결과물로 남게 되는 도시주택 분야는 더더욱 의외의 분야다. 정무적으로도 현 정부나 경기도의회와 별 연관이 없어 향후 역할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주변 인물들이 많다.

특히 염 내정자의 경우 향후 정치 방향이 2024년 예정된 총선 출마 뿐 아니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도지사 자리를 놓고 다시 한번 기반을 닦는 절호의 자리라는 점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기 경쟁자를 스스로 키우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돌고 돌아 염 전 시장이 경제부지사로 내정됐지만, 정무직 부지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정무 역할을 소화해 낼 수 있을지 경기도 안팎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보통 취임 2, 3개월이면 능력과 자질, 향후 결과까지 예측되는 게 보통이어서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황준기 부시장…행시 18기수 차 제1 부시장과 관계 우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도 지난 1일 황준기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제2부시장에 내정했다.

▲ 황준기 용인시 제2부시장 내정자 [용인시 제공]

황 제2부시장 내정자 역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와 1980년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해 경기도 산업경제국장과 기획관리실장,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본부장,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자치비서관, 여성부 차관을 역임했다.

공직자로서 최고의 길을 걸었다는 얘기다. 그는 경기도청 근무시절 인품과 능력, 후배들에 대한 배려심으로 자리를 중앙 부처로 옮긴 뒤에도 후배들과의 끈끈함이 계속 이어졌다. 공직을 은퇴하고 출마에서 실패한 뒤 가진 '침잠'의 시기에도 후배들이 찾고 싶어하는 공직자 선배 가운데 가장 먼저 꼽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이 시장도 황 전 차관을 내정하며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경기도에서 두루 행정 경험을 쌓았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이 같은 경험과 인적 자산이 용인특례시 발전에 기여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청 안팎에서는 '발전 기여'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노욕의 결과'라는 부정적 시각도 많다. 1955년생으로 70세를 바라보는 데다, 현 경기도청 최고의 인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이희준 제1부시장과의 관계 때문이다.

제1부시장은 자치행정실과 재정국, 교육문화국, 복지여성국, 일자리산업국 등 5개 조직과 감사관, 공보관, 정책기획관, 법무담당관, 청년담당관을 관할하는 행정 전반의 책임자다. 제2부시장은 도시정책실과 주택국, 교통건설국, 미래산업추진단 등 흔히 말하는 기술직 분야를 관장한다.

하지만 황 내정자 역시 토목 건축 등 기술 분야와는 먼 행정 업무를 해왔다. 여기에 경기도청 재직시절 막내처럼 여기던 이 부시장과 대등한 업무를 수행하는 게 서로에게 불편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 내정자가 경기도청에 실·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 부시장은 5급 사무관으로 근무한 상태여서, 시정을 총괄하는 이 부시장이 황 내정자를 2부시장으로 편하게 대할 수만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황 내정자는 행정고시 23회이고 이 부시장은 41회로 무려 18기수 차이 난다. '노욕'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서로 관할하는 조직이 달라 많이 부딪치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솔직히 대선배가 2부시장으로 취임하면 껄끄러운 부분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구관이 명관' 전례 인사의 행적은?

이들처럼 '구관이 명관?' 자리를 거쳐간 인물이 있다.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던 홍승표 전 용인부시장이다.

이사관이었던 홍 전 부시장은 선거가 끝난 뒤 남경필 지사를 지근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을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경기도 비서실장은 직급상 이사관보다 2단계 아래인 서기관이다.

이 때문에 홍 전 부시장은 '왕 실장'으로 불리며 경기도청 안팎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나 기대만큼 좋은 평을 얻지는 못했다. 비서실장 이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역임한 뒤 공직을 떠났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의 상황실 부실장을 맡았다.

이와 관련, 경기대학교 사회학과 최순종 교수는 "양 기관장들이 적잖은 고민 끝에 전직 고위 관료를 부 단체장급 자리에 영입했지만 여러 여건 상 '보은 인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장기적으로 자칫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KPI뉴스 / 정재수 기자 jjs3885@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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