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개입·한은 금리인상도 '별무소용'…强달러 언제까지?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8-02 17:01:04

"强달러는 세계적인 현상…한국 정부 노력으로 막을 수 없어"
국제유가·곡물가 하락세 '청신호'…"3분기 중 1200원대 갈 듯"

원·달러 환율이 고공비행중이다. 연초 1100원대 후반에서 7월 들어 130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달 15일 종가(1326.1원)는 2009년 4월 29일(1340.7원) 이후 13년3개월래 최고치다.  

환율 급등은 수입물가를 높여 물가상승을 자극하고, 무역수지 적자를 초래했다. 정부는 환율 안정화를 위해 연초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지만 별무소용이다. 

우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입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시장 내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병행하겠다."… 속칭 구두개입이다.

외환시장에 달러를 푸는 직접개입도 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에 따르면, 6월 한 달 간 외환보유액이 94억3000만 달러 주는 등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한 기타 통화의 달러화 환산액 감소와 함께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위험한 행위다. 한국은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외환시장에 개입해 미국 등 세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미국은 지난 2016년부터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올해 6월 발표한 환율 관찰대상국 리스트에도 여전히 한국을 포함시켰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등 여러 제재를 받게 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의 강관우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결코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직설적이지 않은 표현을 쓰는 등 비공식적인 개입"이라며 "미국 정부도 알면서 어느 정도는 눈감아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등으로 환율이 급등, 정부의 시장개입으로도 막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확연히 꺾여야 환율도 하향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올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AP뉴시스]

외줄타기 하듯 조심스럽게 시장개입을 한다고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원화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올해는 거듭된 금리인상도 소용 없었다. 

전문가들은 '강달러'가 세계적인 현상이라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는 애초에 막을 수 없다고 진단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초부터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 고강도의 긴축을 이어갔다. 가파른 금리 오름세로 달러화 가치가 폭등했다. 경기침체 우려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해 달러화 가치를 더 높였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자문역(국장)은 "현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환율이 오르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 강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라 한국 정부가 아무리 변죽을 울려봐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원화 가치만 떨어질 때는 정부 대응이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유로화, 엔화 등 전 세계 통화의 달러화 대비 가치가 추락 중이라 별무소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꺾이면서 연준의 긴축 강도가 완화돼야 환율 급등 현상도 잦아들 전망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경기침체 염려가 커지면서 물가가 진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6월 최고 배럴당 12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유가가 최근 90달러대로 내려왔다. 에드 모스 씨티그룹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대표는 "올해 말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대 중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0달러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밀, 콩, 옥수수 등 국제 곡물가도 고점을 찍은 올해 3월 이후 점진적인 하락세다. 하반기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169.6으로 2분기보다 12.3% 하락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하반기 농산물 가격 안정이 글로벌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 대표는 "오는 9월이나 10월쯤 인플레이션이 확연히 꺾이는 흐름을 나타내면서 연준의 긴축 의지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 때쯤부터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 역시 "환율이 고점을 찍은 듯하다"며 같은 의견을 표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가 계속 강세일 수는 없다"며 "8월 중 1200원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3분기 중 1200원대 후반에 머물다가 4분기에는 12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상승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차 국장은 "겨울이 오면 원유 수입이 더 증가하면서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 1300원대 중반까지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박지은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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