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정당들의 '쿠데타 내로남불', 이제 그만!

UPI뉴스

| 2022-08-01 10:47:16

경찰국 반대 경찰서장 회의가 "쿠데타 상황"?
이상민 장관의 과장법은 갈등만 격화시킬 뿐
조국 수사를 "쿠데타"라던 민주당도 성찰해야
'윤석열 때리기'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든 것

영국의 식민지였던 보스턴의 인구는 1만6천명이었지만, 이곳엔 영국 정규군 4개 연대(1만6천명)가 주둔하고 있었다. 보수가 매우 적었던 영국 군인들은 비번일 때는 부업을 해 이미 포화 상태인 노동시장에서 식민지 노동자들과 경쟁함으로써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곤 했다. 

그런 충돌이 일어난지 며칠 지나지 않은 1770년 3월 5일 부두 노동자들이 영국군 보초들에게 돌과 눈뭉치를 던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 와중에 격투가 벌어지고 영국군이 총을 발사해 3명이 죽었다. 부상한 2명은 나중에 죽어 사망자는 5명이 되었다.

이 사건은 지역의 반항적인 지도자들에 의해 '보스턴 학살'(Boston Massacre)로 명명돼 영국의 압제와 잔혹함의 상징으로 선전됨으로서 6년 후에 터진 미국 독립전쟁의 불쏘시개가 되었다.

그런데 5명의 죽음에 '학살'이란 단어를 써도 되나? 이는 훗날 연구자들에 의해 프로파간다 기법 중 과장법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거론되었다. 전쟁에서 그런 정도의 과장법은 상식에 속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치가 그런 전쟁 언어를 대거 차용함으로써 '정치의 전쟁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데에 있다.

한국의 정치언어에서 '정치의 전쟁화'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단어는 '쿠데타'다. 5·16 쿠데타와 12·12 쿠데타로 인해 1961년부터 1987년까지 27년간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 살아야 했던 한국인들은 그 기간 중에 이루어진 경제적 발전은 인정하면서도 자유와 인권이 억압되었던 것에 대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으며, 이는 교육 등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도 상당 부분 공유되었다.

지난 7월25일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이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신설 추진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두고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한 것은 '쿠데타'라는 단어가 뿜어내는 강한 부정적 연상작용을 노린 것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는 누가 봐도 무리수였다. 과장법은 또다른 과장법을 부르면서 갈등만 격화시킬 뿐, 문제 해결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7월 27일 이상민은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는 "쿠데타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에 대해 수용한다"며 "일부 무분별한 집단행동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지, 성실히 맡은 바 직무를 수행하는 대부분의 경찰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오해를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앞으론 두 번 다시 쿠데타란 말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

그런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다. 그건 바로 민주당의 '쿠데타 내로남불'이다. 이상민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우상호는 "언어도단이고 적반하장"이라고 비난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에서 탈당해 '꼼수탈당' 논란에 휩싸였던 무소속 의원 민형배는 더 거칠게 나왔다. 그는 "경찰국 신설은 본인들의 무능과 지지율 하락을 '사람 때려잡는' 방식으로 만회하려는 파시스트적 기획에 다름 아니다"라며 "보수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는 반헌법적 폭력정권, 정말 지겹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사람들답다"고 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자신들도 성찰할 점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거의 1년 전 <UPI뉴스>(2021년 9월 15일)에 쓴 "2년 넘도록 매일 '쿠데타' 외치는 나라"라는 글에서 지적했듯이, 민주당은 2019년 8월 27일 오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찰이 전격적으로 조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걸 가리켜 '검찰 쿠데타'로 규정했다.

이는 당시 여권에서 매일 외쳐지던 일상용어가 되었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지난 3년간 '검찰 쿠데타', '사법 쿠데타', '연성 쿠데타', '2단계 쿠데타', '조용한 쿠데타', '조폭 검사들의 쿠데타' 등 다양한 용어로 윤석열을 쿠데타의 수괴로 몰아가는 폭격을 퍼붓지 않았던가.

이상민의 쿠데타 발언은 비난하면서 윤석열에 대해선 쿠데타라는 비난이 정당하다는 이중기준 또는 내로남불은 이해하기 어렵다. 혹 이상민은 진짜 쿠데타의 의미로 쓴 말이기 때문에 비난받아 마땅하고, 자신들은 비유법으로 쓴 말이라 괜찮다는 건가? 아무려면 그렇게까지 어이 없는 억지는 쓰지 않을 거라 믿는다.

나는 이상민의 쿠데타 발언을 '궤변'이라며 맹공을 퍼부은 진보 신문들이 왜 '윤석열 쿠데타'라고 떼를 쓴 것에 대해선 침묵했거나 가담했는지 그것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민주당 사람들은 진심으로 윤석열이 쿠데타를 저질렀다고 믿었던 걸까? 그래서 분노와 배신감으로 눈이 이글이글 타오르면서 판단력이 흐려진 걸까? 만약 그들이 쿠데타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 윤석열에 대해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했더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의 최근 지지율이 20%대로까지 떨어진 걸 보라. 이걸 보면서 속으로 즐거워해선 안된다. 정녕 나라를 생각한다면, 이성을 상실할 정도로 무리한 '윤석열 때리기'에 올인함으로써 윤석열을 키워주고 정권을 넘겨준 오만과 어리석음에 대한 처절한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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