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군인 남동생 둔 사람 없소?"…세상에서 제일 싼 'PX 화장품'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2-07-27 17:29:00
"군인, 군무원 등이 PX서 화장품 사와 가족·지인에게 전달"
진 모(26·여) 씨의 남동생은 다음달 입대한다. 그래서 동생에게 더 마음을 쓴다. 자주 맛난 음식과 선물을 사준다. 안쓰러운 감정이 다는 아니다. 다른 '목적'도 있다. 군 매점, PX에서 파는 화장품이다.
PX 화장품이 싸기 때문이다. 가격이 일반 시중가의 절반 이하라지 않은가. 진 씨는 "나중에 화장품 목록을 문자 메시지로 보내줄 테니 휴가 나올 때 꼭 사오라"고 신신당부한다.
박 모(22·남) 씨는 올해 초 입대했다. 박 씨는 평소 선크림을 쓰지 않았는데, 군 훈련 도중 햇볕이 너무 따가워 처음으로 선크림을 썼다. 선크림 종류는 선임이 추천해줬다.
첫 휴가를 나온 뒤 우연히 들른 시내 화장품 가게에서 자신이 사용하던 선크림 가격을 확인하곤 깜짝 놀랐다. PX에서는 5000원이던 선크림 가격이 2만 원이 넘었던 것이다.
PX 화장품 가격이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걸 알게 된 박 씨는 부모와 친구 등에게 필요한 화장품을 사다주겠다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다들 환호했다.
올해 들어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화장품 가격도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화장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2.12로 전년동월 대비 10.9% 급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설화수 윤조에센스(120㎖)'의 가격을 17만 원으로 6.3% 올렸다. '헤라 블랙쿠션'과 'UV미스트'는 10% 인상했다.
잇츠스킨은 다음달 '파워 10 포뮬라 엘아이 크림 감초줄렌' 가격을 2만5000원으로 13.6% 올릴 예정이다. 스페셜 에디션은 24.0% 인상한다.
화장품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네트워크(SNS) 등에 다양한 방법이 올라온다.
그 중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는 안이 PX 화장품 구매다. 박 씨는 "PX에서 사는 게 압도적으로 싸다"며 "보통 시중가 의 20% 안팎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PX의 화장품 가격이 시중가보다 저렴한 이유로는 면세, 낮은 유통마진, 낮은 납품가 등이 꼽힌다.
우선 PX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에는 세금이 붙지 않아 그만큼 가격이 낮다. 국방부 관계자는 "PX는 유통마진을 적게 책정하는 편"이라며 "PX에 납품하려는 화장품업체들의 경쟁 역시 치열해서 낮은 납품가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한 소비자는 최근 지인을 통해 PX에서 '닥터지(Dr.G) 레드 블레미쉬 수딩 토너(400ml)'를 8280원, 같은 브랜드의 '클리어 크림(70ml)'은 6770원에 구매했다.
닥터지 홈페이지에 나온 레드 블레미쉬 수딩 토너의 정가는 4만6000원, 클리어 크림 정가는 3만6000원이다.
진 씨는 "다들 할인 방법을 찾기에 정가를 다 주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PX의 가격과는 비교불가다"고 강조했다.
PX에 구비된 화장품 종류는 다양해 원하는 상품을 찾기도 쉽다. 스킨·로션은 물론 아이크림, 보습크림, 선크림, 영양크림, 팩 등 종류별로 골고루 구비돼 있다. 아모레퍼시픽, 닥터지 등 유명 브랜드 상품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질적으로도 떨어지지 않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PX에 납품하는 화장품과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의 질은 똑같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철저한 심사를 통해 PX 물품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X 위탁판매 물품을 선정하는 국군복지단은 민간이 참여한 '군 마트 위탁판매 물품 정기선정 심사위원회'를 통해 화장품의 질도 심사한다.
똑같은 질의 화장품을 낮은 납품가로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화장품업체들은 '군 복지'를 꼽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군 복지 차원에서 마진을 약간 포기하더라도 화장품을 싼 가격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브랜드 닥터지를 운영하는 고운세상코스메틱 관계자도 "피부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군 장병을 위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래 고객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젊은 시절 선택한 화장품 브랜드를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화장품업체들이 미래의 고객 확보 차원에서 마진 축소를 감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PX는 군 매점이라 군인, 군무원 등 외 일반인들은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군인이나 군무원이 화장품을 구매한 뒤 휴가 등의 시기에 외부로 들고 나가 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다. 최근 이 방법에 눈독을 들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 씨는 "요새 남동생이나 아들이 군에 간 여성들이 주변에서 인기가 높다"며 "다들 부탁해온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부대별로 PX에 납품되는 화장품 종류가 다르다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인들에게 우리 부대 PX의 화장품 목록을 보여준 뒤 이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고 밝혔다.
KPI뉴스 / 안재성·김지우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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