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어진 '어대명'에 97주자 단일화 수면 아래로
조채원
ccw@kpinews.kr | 2022-07-26 16:13:11
컷오프 둘러싼 계산 달라…비명전선 vs 입지 강화
단일화 파급력도 의문…"비전 선명화 우선했어야"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변수로 떠오르던 '비명(비이재명) 단일화'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97(90년대 학번·70년대 생) 당권주자 강병원 의원이 '컷오프 전 단일화 약속'으로 운을 띄웠지만 박용진 의원을 제외한 다른 주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동력을 잃은 모양새다.
97주자들은 26일 예정된 '호프 회동'에서부터 엇박자를 냈다. 강훈식 의원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호프미팅은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 없어 현재까지 예정된 일정은 없다"고 공지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서 "최종적으로 약속이 안 됐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날 예비경선에 참여할 중앙위원 선거인단을 최종 383명으로 확정했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28일까지 3일간 지지층과 무당층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후보 적합도 조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는 중앙위원 투표(70%), 일반 국민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해 오는 28일 발표된다.
단일화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97회동이 무산되면서 '컷오프 전 단일화'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강·박 의원 외 설훈·김민석 의원과 이동학 전 최고위원도 '컷오프 전 단일화'에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만큼 예고된 수순이긴 하다. 어대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의원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예비경선 통과에 대한 각자의 계산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8명의 후보자가 3명으로 추려지는 컷오프가 사실상 단일화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예비경선 전 단일화'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이 의원의 컷오프 통과는 상수로 여겨지지만 본경선 티켓을 쥘 나머지 두 명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본경선에 올라가기만 하면 이 의원과 같은 반열에서 집중적인 조명을 받을 데다 정치적 체급이 한 단계 뛰어오를 것이니만큼 컷오프 통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강훈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나머지 후보들이 (이재명 의원에 비해) 약하니까 흥행이라든지 미래를 위해, 새로운 판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원칙적인 단일화에는 공감하고 (본경선에 진출하면) 열어놓고 논의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컷오프 자체가 단일화다. 단일화 논의를 두 번 이어서 할 필요는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명 전선 구축'에 대한 당권 주자들의 생각도 제각각이다. 강병원·박용진 의원은 단일화를 통해 비명계 세력을 결집해 어대명 분위기에 반전을 꾀하고 있다. 박 의원은 '호프 회동' 무산에 대해 "97그룹의 연대와 단일화 논의를 원치 않는 97이 있는 것"이라며 "이 의원에게 맞서거나 각을 세우거나 이렇게 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비명 단일화에 반대 입장을 밝혀 왔던 97주자 강훈식·박주민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강훈식·박주민 의원은 '이재명 반대'를 내세워 세를 모으는 정치공학적 단일화 논의에 비판적이다. 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17개 시도와 함께 하나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국민은 반명과 친명(친이재명)만 보이는 전당대회가 아닌, 새로운 민주당이 보이는 전당대회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97주자 토론회 후 기자들에게 "단일화가 논의되려면 기본적으로 가치, 당 혁신방향에 접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대체로 컷오프 이후 단일화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2, 3등이더라도 의미있는 접전을 하면 차세대 대권 주자이자 어쨌든 '이재명 대항마'라는 이미지를 얻는다"며 "'1등'을 하지 못할 바에야 무리하게 단일화하기보다는 서로가 부각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단일화 파급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비명 주자들이 당원 뿐 아니라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선명한 비전과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라 단일화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국민적인 공감대가 높으면서도 이 의원과 구분되는 뚜렷한 지향점을 보여줄 수 있어야 승패와 상관없이 그 주자도 뜨고 민주당도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비명 주자들이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먼저였는데 그것조차 제각각"이라며 "강한 리더십, 강한 민주당을 원하는 당원표를 의식하면 '온건 중도 지향' 등 이 의원과 차별화한 가치를 보이기 어렵다는 점도 이들이 처한 딜레마"라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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