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사태 확산일로…"서장회의는 쿠데타" vs "與, 5공 세력이냐"
장은현
eh@kpinews.kr | 2022-07-25 16:16:49
이상민, 총경 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조사해야"
與 "경찰인사 객관적으로 하자는 게 경찰국 신설 본질"
野 "尹 정부, 공안 경찰 부활하려는 시도 즉각 중단하라"
警 관계자 "99% 반대…윤희근 청장 후보자에 분노"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논란이 확산 일로다. 경찰 내부에서는 지휘부 회의에 이어 지구대, 파출소 등까지 경찰 조직 전체가 '경찰국 반대'로 결집하는 분위기다.
정부 입장은 강경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경찰국 신설 반발 움직임과 관련한 질문에 "행안부와 경찰청이 필요한 조치들을 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이상민 장관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12·12 쿠데타"에 비유하며 책임자 조치를 언급했다. 경찰의 반발을 부적절한 행위로 인식하고 강경 입장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여야도 경찰국 사태를 놓고 대격돌했다. 국민의힘은 경찰을 겨냥해 "정치규합"이라고 비판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를 저격해 "공안통치를 부활하려고 한다"고 쏘아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총경급) 회의에 이어 경찰 내부 집단 행동이 예고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자세한 입장 표명은 삼가면서도 행안부와 경찰청에 힘을 실었다. 경찰청이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를 취한 것 등의 대응이 적절하다고 본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 반발 움직임을 "선택적 분노"라고 칭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과 치안비서관이 경찰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며 행안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이 형해화됐다"며 "이를 바로 잡아 밀실인사가 아닌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 검증을 하자는 게 경찰국 신설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가 밀실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게 인사권을 행사할 땐 침묵하더니 인사 지원 부서를 만든다고 '장악' 운운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건 선택적 분노이자 정치규합일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러면서 "집단행동에 앞서 경찰은 제복과 양심에 손을 얹고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검사는 한명 한명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헌법상 영장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법기관"이라며 "경찰서장은 경찰 공무원들의 지휘관이다. 각자의 생각대로 움직이기보다 자신이 지휘하는 조직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에서 '평검사, 검사장 회의는 되는데 왜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느냐'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한 것이다.
경찰 출신 국민의힘 의원 일동은 긴급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의 지휘나 통제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장관의 인사제청권 등 법상 규정된 권한의 행사를 보좌하기 위한 대부분 경찰관으로 구성된 16명 규모의 소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상민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서장 회의를 과거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빗대 논란을 일으켰다.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국을 설치하지 않는다면 행안부 장관에게 부여된 경찰에 대한 지휘 감독 의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며 경찰은 사법, 입법, 행정부와 더불어 완벽하게 독립된 제4의 경찰부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경회의에 대해선 "경찰 지도부가 회의 시작 전, 그리고 회의 도중 명확히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직무명령에 대해 불복종한 사안"이라며 "그 위법성에 대해 경찰청이 엄정히 조사해 후속 처리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에 대해 향후 감찰 조사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류 총경은 복종 의무 위반이라는 경찰청 결정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회의 후 결과를 보고받기로 했던 윤 후보자 태도가 갑자기 바뀐 데엔 윗선 압력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을 하며 회의 결과를 논의하기로 윤 후보자와 약속했는데 돌연 윤 후보자가 입장을 바꿨다는 게 류 총경의 설명이다.
류 총경은 "이상민 장관 혹은 그 이상의 경찰청장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며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민주당은 경찰국 신설을 윤석열 정부의 '경찰 길들이기'로 보고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 장관이 흉포한 본색을 드러냈다"며 "경찰청 설치에 반대한다고 경찰 간부들을 쿠데타 세력으로 매도하다니 윤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모두 적인가"라고 따졌다.
이 원내대변인은 "법적 근거도 없는 경찰국 신설을 속도전식으로 처리하겠다는 것도 5공 세력을 떠올리게 한다"며 "윤 정부가 공안 경찰을 부활하려는 시도를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진행된 대정부질의에서 이상민 장관을 향해 "판사 출신 법률 전문가이자 한 부처 장관이 내란 목적이 성립하지도 않는 회의에 쿠데타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지휘부가 위수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를 할 것같아 확인해보니 관외 여행 절차를 다 밟았다고 한다"며 "어떤 부분에 있어 법 위반을 했나"라고 쏘아붙였다.
한 경찰 관계자는 UPI뉴스에 "경찰 내부망이 류 총경 징계로 난리가 났다. 그냥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며 "여권에서는 정치 경찰들, 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들만 이 문제에 반발한다고 하는데 99% 현장 경찰이 다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류 총경을 응원한다는 게시글에 공감 댓글이 1260여 개가 달렸다"며 "(감찰 대상인) 경찰서장 회의 참석자들을 지원하는 법률지원금을 모금하자는 글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윤희근 후보자가 류 총경을 이날 만나기로 해놓고 대기 발령 조치한 것에 대해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다. 윤 후보자 사퇴 글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국 신설 시행령안은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친 뒤 내달 2일 공포, 시행될 예정이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